지하인간
장정일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장정일의 시는 한때 갈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렇게도 그의 시편들은 내게 시 읽기의 맛을 준 것이다.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길안에서의 택시 잡기>는 모두 충격적 감동 속에서 장정일 시의 독자가 된 것에 대해 크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장정일의 시선집은 예전보다는 감동의 크기는 덜 하다. 아마도, 장정일 시의 독특하고 빛나는 발상과 표현은 서정적인 울림과 리듬에 기대는 시들과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장정일 시의 장이고, 또 단이다.

어쨌든, 이번에 장정일 시를 읽으면서 내 눈에 가장 걸려드는 것은, 성에의 집착과 신에 대한 모독, 그리고 사회과학이나 철학의 논리와 개념이 아닌 시적인 눈으로 세상을 포착하고 고발하는 진풍경 - 이것이야말로 시안(詩眼)이야! 라는 - 이었다. 장정일 시 세계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에게 이 시선집은 즐거운, 첫 번째 유혹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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