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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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가득한 책을 발견했다. 놀라운 독서 경력과 독서술을 가졌고, 그런 독서를 바탕으로 해서 원숭이학, 인터넷, 일본 공산당 연구, 뇌사, 우주, 섹스, 에콜로지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의 학문에 관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이 열정이 넘쳐나는 책을 쓴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했다. 젊은 시절, 그의 학력은 불문학과 철학이지만 실상, 뒷날에는 이과 계열의 논픽션들을 주로 읽었으며 여기서 감동을 얻게 되어 최근까지 독서와 연구,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문학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잡지사 초년 시절 선배에 의해 문학만을 읽는 독서 행태를 지적 받고 나서 논픽션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픽션의 세계가 논픽션에 비하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지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편으로 그의 다방면에 걸친 독서편력이 여기서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또 인간의 감정과 고뇌, 사랑을 다룬 문학을 폄하(?)하는 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책을 읽어보면 그의 지적 열망이 어린 시절의 문학 독서에서 내공이 쌓여 폭발하기 시작되었음을 간파하게 된다. 그의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간 것뿐이다.

자신을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이상 지적 욕구자'라고 말하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제너럴리스트인 동시에 스페셜리스트이다. 폭넓은 독서가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길을 열었고, 깊이 있는 독서가 스페셜리스트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가 걸어온 독서 여정을 역추적해 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독서와 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그가 부러워지면서 동시에 그 열정이 조금은 내게도 전염된다.

더욱이 놀라운 독서 경력을 가진 독서가이며 탐구가인 그가 일러주는 독서론과 지식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경쾌하면서도 때로 진중한 울림이 된다. 고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다시 말해, 그 저서(고전)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자체가 토론의 대상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의 소재로 활용되기에 적절한 책만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55쪽) 그러면서 결국 지의 총체란 언제나 최신 보고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은 최첨단 이학계열의 열정에 빠져있는 그에게는 자연스런 답변이었으리라. 그러나 문학과 철학 등의 인문계열의 경우에도, 고전 자체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시 되풀이하여 '새롭게 널리' 읽는 책이 될 때 진정한 고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독서론에서부터 그는 독학의 방법을 끌어낸다. 늘 새로운 주제의 학문 세계로 진입하여 그 세계의 최정상과 최첨단에까지 뛰어오르기를 원했던 다치바나는 그런 요구 때문에 나름대로의 독학 방법을 만들어 이것을 소개해주고 있다. 학창 시절에 중고등학생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처지였음에도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위해서 개인 가정교사를 고용했다고 한다. 그 교사에게 지불하는 돈은 땀의 결정체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달렸다는 에피소드는 참 처절하면서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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