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바슐라르 할부지


 

 

 

 

바슐라르 할부지한테 얻은 게 많다. 할부지 덕에 망상이라고 치부하던 것을 몽상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기껍게 몽상가가 돼부렀다. 사진에 있는 책 말고도 바슐라르 책이 세 권 더 있는데 책더미 밑에 깔려서 꺼내기 귀찮았다. 공간의 시학을 읽고서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제본을 했다. 반 년 후에 타 출판사에서 재발간 될 줄이야. 지인과 얘기 도중, 그네도 바슐라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인 제본한 공간의 시학과 고향역 서가에서 슬쩍한 불의 정신분석(초의 불꽃, 대지와 의지의 몽상) 그리고 헌책방에서 애태우며 힙겹게 구한 몽상의 시학을 줄 생각이다. 무진장 깊은 번뇌가 따르는 결정이다, 마는 나보다 더 아끼겠다는 데야, 게다가 좋은 사람이 청하는 바에 줘도 미련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책에 집착하는 (암만 생각해도 몹쓸) 버릇을 느슨히 하고 싶다. 사진에 보이는 <唐詩>는 울아부지가 몹시 아끼는 책이다만, 내 책장에 꽂았다. 지난 명절 때 책의 향방을 묻는 아부지께 이실직고를 드렸더니 아무 말씀 없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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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2-0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라스꼴리니꽃 님의 조언 :

엑스리브리스님-! 참 반가운 말씀입니다. 할부지가 원래 과학철학자였는데 예술철학으로 진로를 옮겼죠. 과학의 합리주의에서 연금술로 옮겨갔다는 건 정말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불의 정신분석부터 읽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최초의 저작이거든요. 죽기 직전에 쓴 건 촛불의 미학이고요. 곧, 문학동네에서 바슐라르의 불에 대한 미완성 유고가 번역 발간된다더군요. 불의 정신분석-물과 꿈-대지와 의지의 몽상-대지와 휴식의 몽상-공간의 시학-공기와 꿈-촛불의 미학(그외 꿈꿀 권리, 풍경, 순간의 미학은 편하게 읽으면 좋음). 다 읽어보란 말은 아니구요. 참고하라구요. 문학하려는 사람에게 바슐라르는 필수죠. 무엇보다 상상력의 철학자니까요. 엑스리브리스님 서재를 구경해보니 사회와 상관성을 띠는 (정치 성향의) 책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바슐라르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런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