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母


      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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