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었을 거다. 비 그치고, 무지개 아래에서 나는 걷고 있었다. 아니다. 태양이 작렬하는 날이었을 거다. 들판에서 먼지가 일고, 주인 없는 동네 개새끼들은 권태롭게 홀레 붙고…… 지겨운 풍경이 이어졌다. 어쨌든 나는 걷고 있었다. 차가 지나지 않는 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찻길 가에는 잡풀이 자라고 있었다.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뭔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건 털이 고운 짐승이었다. 족제비 같았다. 등을 구부리고 거기 죽어 있었다. 아, 가엾어라…불쌍한 것. 다시 보니 이번에는 가죽이 어지러운 뱀처럼 보이기도 했다. 징그러운 놈. 징그러운, 예쁜 놈. 나는 놈을 뒤집어 보았다. 놈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아… 놈은, 뜯기고 있었다. 놈의 뱃가죽이 벗겨진 늪 속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허연 쌀밥들이 거기서 기어다녔다. 나는 구역질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정절의 순간에 작은 스프링처럼 뒤로 튕겨졌을 뿐이었다.
그토록 따스한 이 아름다움 아침에
우리가 본 물건이 생각나는가, 귀여운 그대여,
오솔길 구비 조약돌 섞인
강 벌 위에 더러운 썩은 짐승 시체가.
음탕한 계집처럼 공중에
가랑이를 벌리고, 지글지글 타며 독액 흘리며,
데면데면하고 뻔뻔스럽게
발산물로 꽉찬 배때기 열어제치고 있었지.
태양은 그 썩은 것 위에
알맞게 익히려는 듯 내리쪼이며,
그것이 한데 맺어 지닌 일체를
골백배로 불려 <대자연>에게 돌려주려는 듯.
하늘은 그 희한한 잔해를
꽃이 피어오르듯이 굽어보고 있었지.
하도 악취가 진동하여
너는 풀밭에 실신하여 쓰러질 듯했지.
- 「썩은 짐승 시체」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