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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ㅣ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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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중단〮편을 실은 소설집.
앨리스 먼로는 2013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로 짧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가 지금 보니까,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그 상을 받았다고 한다. 2006년에 출판사 ‘따뜻한손’이 출간한 소설집 《떠남》이 우리말로 나온 최초의 먼로 소설집으로, 나중에 이 책의 원본을 완역한 것이 《런어웨이》라고 ‘옮긴이의 말’에서 밝혔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앨리스 먼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부터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 말이겠다.
내겐 이 책이 여섯 번째 먼로. 2013년에 나는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책을 좀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고전, 진짜 클래식 작품을 기초부터 읽던 시절이라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건, 부커상, 공쿠르상을 받건 관심이 거의 없었기에 먼로를 찾지 않았다가, 4년 뒤인 2017년에 가서야 먼로, 이 뛰어난 단편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뒤늦게 이 작가의 풍모를 깊이 흠향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때는 좋은 지도 몰랐던 것이 좀 우습다.
《런어웨이》. 재미있게 읽었다. 문장의 앞에 “무척”이라는 부사를 붙이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괜히 오버하고 싶지 않아서. 담담하게 펼쳐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한 살이 그림에 붙어 파리똥을 묻힐 것 같기도 했고.
2004년에 발표했으니 먼로가 73세, 인생을 겪을 만큼 겪어 ‘노작가’라는 품평이 어색하지 않을 시기. 작품들도 그렇다. 이제 삶을 살 만큼은 살아본 내공이 없으면 쓸 수 없을 것 같은 작품.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전부 그렇다. 단편들이라 스토리를 밝히고 싶지 않지만, (표제작 <런어웨이>의 조연, 제이미스 부인 실비아가 특히 그런데)우리가 알고 베푸는 선함과 친절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닐 수도 있고, (세 편의 연작 단편 <우연>, <머지않아>, <침묵>의 주인공 줄리엣처럼)인생을 오래 산 후에야 자기가 그렇게 옳은 삶을 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거의 다 두번째 이야기 줄리엣과 비슷해서, 자기가 자신을 보기에 그래도 올바르게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을 할 듯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라는 걸 다행스럽게 나는 안다. 문제는 내가 나를 보고 내리는 판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겪고 내리는 판정이라는 것. 그걸 앨리스 먼로는 쓸쓸하게, 전혀 감추지 않고 그저 드러낸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면 것.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읽고 쓴 독후감에서 “한 세대 윗사람으로 내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사람과 살아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표제작도 좋고, 마지막에 실린 <힘>도 반할 만하다. 백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의 중편소설. 노년이 아니면 이런 작품을 쓰기가 쉽지 않을 터. 이제 일흔 살에 근접한 먼로는 ‘낸시’라는 여성 등장인물을 설정해, 낸시의 인생을 크게 세 부분으로 가른다. 결혼 적령기, 장난기가 다분한 낸시의 결혼 전과 직후, 주위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60대 중후반, 그리고 정말로 삶을 다 마칠 순간이 그리 멀지 않은 시기.
삶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읽었는데, 이는 독자마다 다르겠지. 스토리를 조금 쓰다가 말았다. 역시 단편소설의 내용 소개는 어렵다.
나는 이 책 《런어웨이》을 읽고 여전히 똑같이 말한다.
실패하지 않을 선택을 원하면 먼로의 책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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