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올렉 볼코프를 만난 건, 미국 마이너 음반 레이블 '버진'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통해서였다. 이 판이다.




 이 때가 1990년대가 막 시작할 당시.올렉 볼코프, 소위 58년 개띠, 막 서른 살이 넘어 처음으로 신대륙에 도착해...가 아니라 모스크바 필하고 녹음한 것을 미국에 보내 서방세계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취입한 것으로, 한 마디로 방방 떴다. 물론 나중에 같은 소비에트 출신의 혜성같은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등장으로 본전도 못 찾고 흐지부지 없어졌지만.

  오늘 이이가 갑자기 생각이 나, 너튜브 검색을 해보니, 하 참 격세지감이다. 하긴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뭐 할 말이 없지만.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비가 작품 3-1, 들어보시라.


  저 흰 머리의 퉁퉁한 아저씨가 올렉 볼코프. 머리 숱은 별로 차이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으, 지나간 세월은 저이하고 비슷하게 나도 할퀴었을 것. 세월이 다 그렇듯, 조금은 슬프다.

 Oleg Volkov를 검색하면 슈니트케 스튜디오와 쇼스타코비치 실황은 나오는데 내 음반, 쇼스타코비치 스튜디오 녹음은 검색하기 쉽지 않다.

  생상 협주곡 2번은 워낙 곡이 화려하고 커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전설적인 연주를 별개로 치면 내 허접한 귀엔 어떤 연주라도 다 좋게 들린다. 물론 이 밤에 듣기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링크를 걸어본다. 이어폰 꼽고 들어보실 분은, 좋은 꿈 꾸실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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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5-30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앱으로는 못 보네요. 그래도 반응 없는 까만 회면도 운치 있습니다. 우연히 멀리 회상하기에는.

Falstaff 2021-05-30 06:31   좋아요 3 | URL
옙. 시간 나면 한 번 검색해보셔요. 피아노는 워낙 쟁쟁한 연주자들이 많아 이름을 내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재야에 묻힌 실력자들 또한 제일 많은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1-05-30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모르는 음악가도 많지만, 그만큼 좋은 음악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아침부터 좋은 🎹 음악~!!

Falstaff 2021-05-30 08:4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즐겁게 감상하면 다 좋은 음악이지요!!!

coolcat329 2021-05-30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초 물주고 커피 두 잔 -곡 길이가 한 잔으론 안되더라구요-마시며 일요일 아침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채웠습니다. 엘레지는 참..비 내리는 차 안에서 듣고 싶을 정도로 가슴을 적시네요. 생상곡 협주곡 2는 처음 시작부터 피아노 연주가 굉장히 긴장되네요. 2nd movement 라고 새로 시작되는 곡은 또 어쩜 그리 발랄경쾌한지~~너무너무 잘 들었습니다 ~^^

Falstaff 2021-05-30 21:58   좋아요 1 | URL
어흐흐... 이 페이퍼 생각하면 흑흑흑..
어제 쐬주 한 잔 하고 쇼스 탁 들은 김에 피아노협주곡까지 가서 올렉 볼코프 생각하고, 그래 CD 올리기 귀찮아 너튜브에서 검색한 건 좋았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취기가 뺑 돌아 완전 취중 업로드 한 거였습니다. ㅠㅠ
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니 어마 뜨거라, 어제 뭐를 올렸잖여? 해서 와봤더니, 이건 뭐 중딩들도 쪽팔려 쓰지 않을 문장으로 범벅을 해놔서 말입지요.
아이고..... 세상에나.
그래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음악까지 다 들어주셨다니 이 아니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 생상의 피아노협주곡 2번의 호로비츠 연주 음반은 진짜 브릴리언트라 언외로 하자는 의미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여차하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표현해놓았네요. 아 씨.... 조만간에 술을 끊든지 목을 끊든지 해얄 텐데 참...... ㅠㅠ

coolcat329 2021-05-30 22:02   좋아요 1 | URL
아~기분좋게 약주하시고 올리신거군요. 어쩐지 속절없이 지나간 세월에 슬프다...라는 문장이 평소 제가 생각하던 폴스타프님같지가 저 문장을 두 번 읽었네요 ㅎㅎ

아주 살짝 감상적인 마음을 내비치신거 말고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으니 너무 자책마셔요~~ㅋㅋ

호로비츠연주를 들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5-31 09:11   좋아요 1 | URL
ㅋㅋㅋ 고맙습니다.
취중에 댓글 안 달고, 페이퍼 안 쓰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