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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이 작품은 소년 소설로도 읽어보지 않고, 영화나 만화 등에 숱하게 소개가 되는 바람에 마치 읽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읽어본 줄 알았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그렇지 않다고 확정을 해서, 이미 찰스 디킨스는 그만 읽기로 작정을 했음에도, 좋다, 예외다, 이거 딱 하나만 더 읽고 진짜로 디킨스는 끝이다, 라며 주문을 했고 읽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은 직후 마음속으로 이걸로 디킨스 졸업장을 받았다, 해놓고도 <황폐한 집>을 읽은 전적이 있다. 그러고는 에잇 석사과정 마쳤다고 생각하자 했는데, 또 넉 달도 견디지 못하고 <어려운 시절>을 읽었으니, 그건 박사과정이었다고 하나? 그럼 <올리버 트위스트>는 포스트 닥이냐?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한 번 해봤다.
이게 디킨스 파워가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는 우습지만 재미나고, 읽고 나선 뻔한 이야기 가지고 킬링 타임 한 번 잘 했다, 더 이상은 아니다, 해놓고, 시간이 지나 인터넷서핑 하다가 안 읽어본 디킨스 나오면 또 사정없이 궁금해지는 거. 이게 디킨스 파워고 구닥다리 영국소설의 매력인 거 같다. 진짜라니까.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 작품이지만)필딩의 <업둥이 톰 존스>나 로렌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샌디의 인생과 생각이야기> 같은 게 은근히 독자를 끄는 힘이 있다. 특히 로렌스 스턴은 진짜, 지금 읽어도 포스트 모던이라니까. 그러나 아무리 ‘은근히 끄는 힘’이 있어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안 읽는다. 읽지 않겠다. 일단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스토리야 뭐 다들 아시겠지. 나는 안 읽었으면서도 읽은 줄 알았던 소년 소설을 경험해보신 분이 많겠고, 영화 보신 분도 많을 테니까.
디킨스를 비롯한 19세기 초중반까지 쓰인 영국소설을 읽으면서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감성에 공감을 준다거나, 삶의 현실을 투사한다거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 그저 스토리 하나를 따라가면서 그걸 즐기는 수준 정도만 기대하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애초 이 책, 출판사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올리버 트위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거의 유일하게 한 권으로 만든 완역본이라서 그랬다. 다른 출판사들은 두 권짜리가 많다. 스토리 중심의 책이라 역자의 구별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란 잔머리를 굴렸다는 말씀인데 오랜만에 성공한 거 같다.
찰스 디킨스 가운데 제일 재미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권짜리니까 후회는 없으실 듯. 선택은 알아서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