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세계문학총서는 우리나라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정말 특색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이고요. 도대체 이런 작품을 찍으면 우리나라 책 시장에 먹힐 수 있을까 싶은 책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야말로 이 총서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 사실 ‘문화사업’이라 하는 출판 회사의 핵심 역할일 터이니까요. 총서는 현재까지 모두 157권이 출간되었는데 저는 번역시는 전혀 읽지 않는 관계로 시집을 빼고 이 가운데 제가 즐겁게, 공감하면서, 때론 고통스럽지만 많은 걸 얻으면서 읽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문학과지성사가 만든 이 총서의 또 하나의 매력은 시에 있을 겁니다. 다른 출판사들의 전집보다 월등히 많은 빈도수로, 하이네, 아폴리네르, 보들레르, 말라르메, 도연명, 이백 등등 시는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름만 들어도 괜히 기가 죽는 별들의 작품들을 출간했습니다. 이런 시집들은 포함하지 않는 추천이라 사실 반쪽짜리 글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용기를 내봤습니다. 순서는 총서의 번호 순입니다.




4, 5.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무려 1816년 작품.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대단히 재미있다. 제목 ‘페리키요 사르니엔토’는 우리말로 ‘옴쟁이 앵무새 새끼’라는 뜻으로 주인공 페르디요 사르미엔토의 별명이다. 참 여러 가지로 웃기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작품의 앞 쪽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식농사를 망치는 법이 나오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 전에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해 19세기 초에 완성을 했으니 다분히 계몽적인 소설이라는 건 참작을 하시라. 하지만 당시 백인의 시각을 봐서 대단히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매우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예상 외의 인물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을 것.


 

 


9.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어느 계단의 이야기》

  스페인 내란 때 공화당을 지지해 형과 아버지가 총살을 당하고 자신은 감방에 박혀 구상한 희곡이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란다. 두 번째 작품이 <어느 계단의 이야기>. <타오르는....>은 부르주아의 맹인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 차이콥스키의 <이올란타> 장면이 떠오른다. 부르주아 자제들은 자신이 맹인인 것을 모른다. 완전히 규격에 맞는 정형화된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거의 완벽하게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교실에서 행동하니까. 세상 사는데 눈은 슬플 때 눈물을 흘리라고 하느님이 만들어낸 기관일 뿐. 여기에 하늘에 무수하게 박혀 있다고 하는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호기심을 갖는 이상한 전학생 이그나시오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묘하게 틀어지는데, 재미있겠지? 명작 드라마다. 두 작품 다.


 


10, 11.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오블로모프>

 

  러시아 문학을 읽으려면 피해갈 수 없을 걸? 내가 읽어본 가운데 가장 게으른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부르주아 귀족으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막대한 유산까지 유증 받아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닥할 필요 없이 살 수 있는 상팔자 인간 오블로모프. 호화로운 넓은 침대에 누워 읽던 신문 한 장을 침대 아래로 떨어뜨리면 가비얍게 벨을 눌러 하인을 불러서 떨어진 신문을 주워달라고 부탁하면 그만인 인생. 좋을 거 같지? 하나도 안 부럽다. 이런 인간을 세상이 그냥 내버려둘까. 그저 꼬이느니 사기꾼에 양아치들, 재산이 조금씩 거덜이 나도 게으른 오블로모프는 지금 자기 형편이 어떻게 되가는지 모르는 잉여인간으로 점점 추락하고 있으니.

 


 


31. 미셸 뷔토르, <변경>

 

  누보 로망 작품. 대산세계문학총서에 이 책 말고 알랭 로브그리예가 쓴 대표적 누보 로망 작품 <밀회의 집>과 나탈리 사로트의 <어린 시절>이 있으나 로브그리예의 미분적 분석과 해체, 사로트의 완벽하게 건조시킨 문장들보다 이 책을 권한다. 로마에 애인을 둔 파리 남자가 기차를 타고 로마에 도착할 때까지 자기 앞자리에 탄 인물들, 창밖 풍경, 자신의 직업인 타자기 판매, 연인과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공상 등을 나열하지만 사실 사건이라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 꼭 무슨 일이 벌어지고 스토리가 전개되어야만 소설이라는 형식이 완성되는 건 아니니까. 혹시 누보 로망은 읽고 싶은데 로브그리예와 나탈리 사로트 등이 지독하게 건조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최고의 대안이 될 듯.


 

 


35.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무려 1532년 작품. 말이 16세기 소설이지 온전히 지금 시각으로 읽는다면 두 편의 소설이 도무지 ‘문학’작품으로 읽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정말로 책을 읽으실 분은 미리 알아두시라. 그래도 될 수 있으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권하는데, 그건 프랑스 소설을 비롯해 무수한 유럽, 아메리카 소설 속에서 <가르강튀아>를 변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라블레는 이 책을 고매한 술꾼과 고귀한 매독환자 여러분한테 헌정하고 있을 정도로 당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볼 때는 매우 난잡하고 불순한 묘사가 넘쳐나지만 지금 읽으면 애교 만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경악할 수준의 과장과 해학과 익살로 일관하는 이 작품의 어디가 그토록 많은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을까, 한 번 생각해보셔도 좋겠다.


 

 


39.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 강의 다리>

 

  강력추천. 보스니아. 하필이면 동서의 분기점에 자리 잡아 역사 속에서 언제나 전쟁의 현장이 됐던 곳. 다른 민족들이, 다른 종교를 가진 집단들이 하필이면 이 땅에 몰려와 싸움을 하던 드리나 강의 이 언덕과 저 언덕 사이에 16세기 초반, 웅장한 아치형 다리를 건설한다. 다리의 건설을 둘러싼 전설적인 이야기들과 이후 제1차 세계대전까지 약 4백년에 이르는 다리 주변 원주민들의 신난고난한 이야기들. 다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들에 관해 풀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 싸움과 죽음을 넘어 공존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는 당신,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65. 모옌, <홍까오량 가족> 또는 <붉은 수수밭>

 

  원래는 박명애 번역의 <홍까오량 가족>이었으나 박씨와 계약이 끝났는지 역자를 바꿔서 제목을 <붉은 수수밭>으로 다시 내놓았다. 나는 <홍까오량 가족>으로 읽었고 굳이 <붉은 수수밭>마저 읽을 정성은 없다. 말이 필요 없는 모옌의 대표작. 중국소설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아무리 안 좋아해도 이 작품의 일독은 권할 수밖에 없다. 1920년대부터 1940년대 초까지 위대한 강태공의 제나라 땅에서 벌어진 남녀상열지사에다 항일 전쟁의 불행하고 참혹하고 참담한 광경을 읽기에 재미있으면서 실감도 나는 표현으로 일관한다. 영화 <붉은 수수밭>보다 훨씬 재미있다. 무척 길지만 한 번 첫 페이지를 열었다하면 날 새는지 모르고 일박 이일이면 해치울 수 있을 터.


 

 


71.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별과 사랑>

  폴란드인 아버지, 파리 출생, 멕시코에 정착한 복잡한 인류, 포니아토프스카. 로렌소 데 테나라는 이기적 지식인의 일생. 그의 이기심은 그러나 멕시코의 발전을 위한 헌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스스로도 천문학 연구를 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이 많은 어린애 수준의 인간. 대부분의 천재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하던 일에 관해서 한 번 옳다고 생각하면 그게 증명될 때까지 온갖 무리를 써가며 고집을 부린다는 것. 그게 주위의 많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걸 본인만 모르는 편. 멕시코를 위시한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환상소설 기법을 과감하게 배제한 리얼리즘 소설.


 

 


72, 73. 쓰시마 유코, <불의 산>

 

  쓰시마 유코는 다자이 오사무의 딸.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분들 많지만 난 그이보다 쓰시마 유코가 백 배 더 좋고, 글도 백 배 더 잘 쓴다고 생각한다. 메이지 유신 시대부터 태평양 전쟁 패전까지 5대에 걸친 가족사 이야기. 5대에 걸쳤으면 그게 아무리 보통의, 평범한, 별 거 없는 집안이라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 하나쯤 있을 건 분명하고, 너무 웃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장면 또한 하나쯤 있을 것도 분명하다. 작품의 시간적 공간을 이리 길게 잡아놓고, 분량 또한 천 쪽에 이르면 가히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되기 십상이다. 이 책은 이런 의견이 매우 타당하다는 증거가 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한 문장으로 탄탄한 벽돌집을 만들어내고 있다.


 

 


82. 알프레트 안더쉬, <잔지바르 또는 마지막 이유>

 

  이 총서의 진짜 매력 가운데 하나가 처음 듣는 작가의 좋은 작품을 많이 소개하는 일. 이 책도 그중의 하나다. 안더쉬가 47그룹의 일원이라 하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안더쉬는 1937년의 (함부르크 근방쯤으로 상상할 수 있는)독일을 무대로 광활한 대양을 건너는 호연지기를 품은 소년과, 그냥 독일에 머물겠다는 딸을 위해 독약을 먹고 숨을 거둔 어머니의 뜻을 따라 외국으로 도망할 계획인 유대인 유디트 아가씨, 더 이상 공산주의 운동을 하면 이젠 다하우에 끌려가 흰 연기가 되어 나올 수 있다는 아내의 바가지 때문에 이젠 공작원과의 접선을 꺼리는 어부 크누트센 등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퇴폐미술로 찍힌 에른스트 바를라흐의 목각 <책 읽는 수도사>를 지키려 애쓰는, 몸 아픈 목사 헬란더 등이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바 작지 않다. 짧지만 예상외의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책이니 유념하시라.


 

 


87. 토마스 브루시히,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동독인으로 독일의 통일을 바라보는 입장은 어땠을까? 말이 동서 동격에 의한 합의 통일이지 누구나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인 것을 아는 바에. 40년이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통일이라는 낯선 현실을 만나는 어색한 순간을 변화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시절의 1965년생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가 때로는 익살스럽게, 가끔 통렬하게, 자주는 희화적으로, 열 명 가량의 서로 다르고 낯선 등장인물들이 이리저리 얽혀 크게 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작품으로 나는 이 한 권으로 브루시히의 팬을 자처했다. 그의 다른 책들이 모두 절판이라 더 읽을 책이 없는 게 아쉽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죽음을 맞는 법도 소개하는 책이니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겠다.


 

107. 맬컴 라우리, <화산 아래서>

 

  엉덩이가 질기거나 인내심이 좋은 독자에게 추천. 처음부터 끝까지 술 마시는 이야기. 1938년,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영국 영사 제프리 퍼민이 멕시코 고유의 축제 11월 2일 ‘죽은 자의 날’ 열두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섬세하게 담았다. 퍼민은 영국이 멕시코와 국교를 단절하는 바람에 귀국을 포기하고 멕시코의 악명 높은 두 화산 사이의 마을에 은둔하며 살고 있는데, 사실 은둔이라기보다 알코올 중독, 술을 마셔도 너무 마셔서 아내 이본, 가족과 친척, 그리고 조국에 의하여 버림받은 신세에 떨어졌다는 것이 옳은 상태. 책은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편을 타고 흐르는 애잔한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변환하는 행간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116. 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굳이 추천을 하지 않아도 다들 찾아 읽으실 책. 요사이 우리나라에 츠바이크 신드롬이 퍼져 그가 쓴 작품이라면 구별하지 않고 거의 베스트셀러의 수준으로 판매가 되는 거 같은데 그중에서 <초조한 마음>이 문학적 완성도가 가장 돋보이지 않나 싶다. 물론 아마추어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의 헝가리 외곽지대. 파견 온 호프밀러 소위와 지역 유지의 선병질적인 외동딸 에디트 케케스팔바 사이의 사랑과 연민과 불행. 이런 스토리보다 주인공들에 대한 놀라운 심리묘사가 훨씬 돋보인다.


 

 


120. 엘리자베스 클레그헌 개스켈, <남과 북>

 

  마거릿 헤일과 존 손턴. 마거릿은 애정과 인정 많고 자주적인 성격의 남부 출신이고, 존은 냉정하지만 매사 정확해서 똑 떨어지고 개혁적인 성격인 북부 깍쟁이 사업가. 이들이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루어 공장 바로 옆에서 신혼살림을 꾸린다. 개스켈은 놀랍게도 조지 엘리엇의 시대인 1855년에 남녀의 갈등구조를 자본가와 임금노동자들의 대조적인 삶의 형태로 구분해놓고 결국 인정 많은 마거릿의 포용을 존이 받아들임으로써 해피엔드로 만들어낸다. 역시 처음 읽은 개스켈이었고, 이 책으로 이이의 다른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서 개스켈은 당시에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었을지 매우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133, 134, 135. 페터 바이스, <저항의 미학>

 

  이 책이야말로 엉덩이 질기지 않으면 애초에 포기하시라. 거대한 주제들을 장대한 분량으로 장황하게 써내려간 바이스의 놀라운 작품. 난 이 책에 소위 뻑 갔지만, 이후 바이스의 다른 작품에 도전하기가 머뭇거려져 겨우 <소송, 새로운 소송> 한 편만 더 읽었을 정도다. 책을 출간한지 4년이 넘었는데 올라온 독자서평은 내가 쓴 잡문 하나뿐이다. 작품이 너무 방대해 짧은 평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수다한 미학적 관점으로 본 예술작품들과 공산주의 운동,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세계정치 같은 것들에 관해 거의 논문 수준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시간이 넉넉한 분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꼼꼼히 읽을 수만 있다면 양질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터이다. 하지만 정작 책은 사 놓고 추천한 나를 욕하기 없기.


 


147. 리온 포이히트방거,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도대체 18세기 말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시작한다. 유대인 작가 리온 포이히트방거가 나치 치하에서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가 퇴폐문학 혐의로 그의 모든 저서가 불태워지는 화를 당했는데, 당시를 18세기 말의 스페인 왕실에 횡행했던 어처구니없는 미신에 비유한 건 아닐까? 여기에 18세기 기준으로는 매우 발칙하고 맹랑한 화가가 있었으니 벨라스케스의 뒤를 이어 유명 궁정화가가 되는 프란시스코 고야. 그래도 스페인 궁정과 왕실은 고야가 자신들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린 가족 초상화를 보고 바보처럼 훌륭한 작품이라 했을지언정 탄압하려 하지 않았고 고야가 자유로운 주제로 그림과 판화를 그리고 만들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 재미있는 책이지만 좀 길다. 해설까지 합해 약 830쪽. 역시 인내력 테스트에 통과하신 분들에게 추천.


 

 


156. 마거릿 드레블, <찬란한 길>

 

  <찬란한 길>, <타고난 호기심>, <상아의 문>으로 이루어진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라 하는데, 640쪽 분량의 장편을 다 읽으면 나머지 두 편도 얼른 번역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삼부작 중 첫 작품은 1979년 12월 31일 새해 이브 파티로 시작한다. 평생 여섯 명의 남자와 자본 적이 있는 주인공 리즈는 이 파티에 이름도 모르는 네덜란드 남자를 제외하고 다섯 명을 불러놓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다보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없는 집 출신이지만 깨나 성공한 리즈와 그렇지 못한 그의 두 친구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시절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만나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영국사회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는 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머지 두 편이 그리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


 


 


  번외
  이 책들 말고도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 헨리 필딩의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개척자들>, 이탈로 스베보의 <제노의 의식>,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트리스트럼 샌디>는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포스트 모던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세련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발한 작품으로 다른 출판사를 통해 읽은 책입니다.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는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 작품이라 이제 현대 독자에게 흥미를 이끌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유럽의 여러 작품 속에서 고루 인용하는 책이라 참고삼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권으로 되어 있어 책 읽는 시간도 많이 필요해 과감하게 추천하지는 못하는 심정,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개척자들>은 <모히칸 족의 최후>에서도 나오는 내티 범포, 가죽스타킹으로 특히 다른 미국소설에 많이 재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개척자들>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생각하시면 대신 <모히칸 족의 최후>라도 읽어두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노의 의식>, <파우스트 박사>,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무조건 읽어주어야 하는 명작입니다만 저는 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제노의 의식>은 대산세계문학총서가 유일한 직역이니 이 책을 선택하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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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15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산세계문학총서 정말 소중하죠!
폴스타프 님이 말씀하신 책 중 제가 안 읽은 것도 많지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어느 계단의 이야기》
<오블로모프>
<초조한 마음>
<거장과 마르가리타>
<제노의 의식>

이건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오블로모프> 이건 정말 안 읽고 이 세상 떠나는 분들은 후회할 명작. ㅎㅎㅎ <오블로모프>는 올해처럼 집콕할 때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침대에 누워서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5-15 10:15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대산총서 진짜 대박이예요. 위에 쓰지 않았지만 리스트에 올릴까 말까 고민한 것들도 많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5-15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서부터 쭉 읽어내려오면서 어쩌면 이렇게 읽은 작품도, 아는 작품도 없단 말인가! 하다가, 드디어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작품을 만나게 되네요. <드리나 강의 다리>, <남과 북>, <홍까오량 가족>을 제가 가지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아직 읽지 않았지만요.

<남과북>은 글 쓰신 거 보니 남주와 여주가 결혼해서 사는 이야기들이 나오는가 보군요. 저는 영화로 먼저 보았는데, 거기서는 결혼해서 사는 것 까지 나오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붉은 수수밭
>도 중학생 때 공리 주연의 영화로 먼저 보았는데, 그 때 어린 나이에 꽤 지루하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로 읽으면 또 이렇게나 나이 들어서 읽으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그래서 사둔 책일텐데... 왜 안읽고 있을까요?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아주아주 힘겹게 며칠에 걸쳐서 읽은 기억이 나요. 러시아 소설 특유의 그 낯선 이름들이 튀어나오는 통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던것 같아요. 다 읽고서는 다 읽었다는 해방감만 느낀 책이었어요. 한 번 더 읽으면 좀 더 쉽게 읽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차마 다시 읽을 엄두는 나질 않는 책입니다. <초조한 마음>은, 크, 저도 엄청 좋아햇던 책이에요. 서투른 연민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감탄하면서 읽었더랬죠.

최근 읽은 <출신>에서도 <드리나 강의 다리>작가가 언급되는데, 어휴,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책들, 먼지도 털겸 읽어야겟어요. 방금전까지 장바구니에 책 담으면서 책 사려고 으르렁댔는데, 저는 살 필요가 없네요. <드리나 강의 다리> 읽으려고 했는데, 1박2일이면 읽는다는 <홍까오량 가족>을 먼저 읽을까봐요.

아, 이 페이퍼 너무 신나네요. 별찜해두어야겠어요. *^^*

Falstaff 2020-05-15 10:21   좋아요 1 | URL
읍. 다락방님께서 제 서재까지 마실을 해주시다니 감격입니다.
가지고 계신 세 권의 책, 재미있는 걸로만 고르셨네요.
근데 이 시리즈는 독자는 생각하지도 않고 문학성 또는 문학적 가치 위주로 작품을 고르는 것 같아서, 전 이게 제일 불만이고, 동시에 이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하여튼 쉽게 읽히는 책이 별로 없더라고요.
종종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coolcat329 2020-05-15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폴스타프님의 이런 글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아는 작가가 모옌 , 츠바이크밖에 없지만요. <오블로모프> 꼭 읽고 싶네요. <초조한 마음>도요.

Falstaff 2020-05-15 12:3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좋은 선택을 하셨군요.
하여튼 이 총서는 매번 각오하고 책을 사셔야 할 겁니다. 만만하게 그냥 휙 넘어가는 책이 거의 없어서요. ^^

잠자냥 2020-05-15 12:46   좋아요 0 | URL
<오블로모프>는 정말 새롭고 강렬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요.
<초조한 마음>은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GoldenSlumber 2020-05-18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문지판을 먼저 읽었지만 개인적으론 민음사판 번역이 훨씬 좋았습니다. <초조한 마음>, <붉은 수수밭>도 좋아하는데 추천해주시니 반갑네요^^

Falstaff 2020-05-18 10:30   좋아요 0 | URL
<거장...>이 그렇군요.
전 민음사 판으로 읽고 어딘지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어서 지금 다른 출판사 판으로 한 번 더 읽어볼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