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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내 방 책꽂이 중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위해 허용한 최대의 공간이다. 몇 권인지 세보지 않아 모르겠고, 한 칸의 길이가 50cm 이니 6미터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기특하게도 서문이나 해설은 모르겠지만, 본문 만큼은 한 문장도 빼지 않고 다 읽었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큰 애가 가지고 가서는 그만이다. 며느리가 째째하다고 그럴까봐 돌려달라는 소리도 안 했다. 전부 다 한 권씩 구매해서 특별히 가격 할인 같은 것도 받지 못했다. 반면에 안 읽을 책을 구입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으니 그게 그거다. 이젠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를 위해 내가 허용한 공간을 다 채웠다. 앞으로 민음사 책을 한 권 사서 읽으면, 한 권 버리면 된다. 나는 장서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나중에 아이들이나 손녀, 손자들이 보겠지, 라고 허튼 희망을 버린지 벌써 오래다.
당장 다음에 읽을 책 한 권이 있다. 미셸 트루니에가 쓴 <마왕>. 이거 읽으면 위의 책 가운데 한 권을 버려야 하는데, 당연히 다시는 안 읽을 책, 나를 가장 고생시킨 책을 버릴 생각이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말리나>.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다. (진짜? 라고 묻지는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