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9월까지 세 달 동안 읽은 책이 모두 60권, 55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제 마음에 들어 추천하고 싶은 열다섯 작품을 소개합니다. 언제나와 같이 책을 추천하는 일은 좀 난처합니다. 작가들은 나름대로 진심을 다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것이 독자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전혀 모르는 일일 겁니다. 저도 독자의 한 명인데, 문제는 제 속의 필터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어서 생깁니다. 그러니 사실 감히 ‘추천’이란 말 대신에 제가 읽기에 좋았더라, 라고 하면서 책을 소개한다 해야 정확합니다. 뭐가 어쨌든 간에 서론이 길면 재미없는 법, 곧바로 추천이건 소개건 일단 시작합니다. 순서는 제가 책을 읽은 날짜순입니다.
1. 천상병, <천상병 시선>
가난이 직업인 시인. 평생 혼자였으나 결코 외롭지 않았던 이. 보살펴주는 아내가 있고, 술값을 찔러주는 동무들이 있고, 동네 아이들이 함부로 할아버지라 불러주니 어찌 외로울 새가 있었을까. 그러나 행성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이 아닌 이상 이이에게도 생활이 있고 삶의 곤고함이 있었을 터. 굳이 그것을 에둘러, 그래도 세상 한 평생, 소풍 나와 잘 먹고 잘 살다 가노라 한 번 히쭉 웃는 시어들이 어찌 사람의 마음을 이리 헤집어 놓는지.
2. 톰 울프, <허영의 불꽃>
작가 스스로 독일 병정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패전을 경험한 인물. 그의 작품은 전후 완전히 폐허가 된 독일, 특히 자신의 고향인 쾰른 지역을 무대로 할 일도, 먹을거리도, 집도 없는 황폐한 도시, 퀭한 눈의 도시인들을 그려낸다. 생명 종種은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고 싶어 하는 법이라 번식의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트라우마가 전후 폐허 시기라 뵐의 사후에 출간을 했다 하는데, 이 책이 더 와 닿는 것은 쓸쓸한 문장들이 서로 얽혀,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8. 레이날도 아레나스, <현란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