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4.겨울호 - 84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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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봐야 할 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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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겨울호 - 84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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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자면 내게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소설 습작 원고가 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끄적인 것인데 워낙 졸작이라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간직하고만 있어서는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내년쯤에는 공모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를 읽고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뼈 때리는 신인상 심사평과 서미애 작가의 조언>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에는 20여 편의 신인상 응모작이 투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중 수상작은 한 편도 없었다. 본심에 오른 <독보다 무서운 것>, <살인자의 대출목록>, <아내를 죽이는 일흔아홉 가지 방법>, <X, Y, Z의 비극> 네 편이 있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었나 보다. 이는 심사위원 평에서 알 수 있었는데, '소재가 생겼다고 무턱대고 쓰지 말고, 그 소재를 어떤 플롯과 캐릭터로 극대화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은 여러모로 와닿았다.


이와 함께 이번 호에는 30년 차 미스터리 소설가 서미애의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글에서도 공모전 심사평처럼 작가 지망생에서 도움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 저자가 공모전을 심사하며 출품작에서 가장 먼저 느꼈다는 '조급함'은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서미애 작가의 말처럼 '조금만 더 고민하고 이야기를 숙성 시킬 수' 있도록 작가로서의 역량과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 독립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글은 박광규 편집장이 쓴 '베스트셀러 순위로 살펴보는 2024 미국 추리문학계 흐름'과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에서 정리한 '미스터리 장르 전문 출판사가 본 2024년과 2025년 전망'이다. 전자에서 소개된 책들은 아쉽게도 대부분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스티븐 킹 · 존 그리샴 · 데이비드 발다치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이 미국 현지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아프로스미디어 · 황금가지 · 블루홀6 · 리드비 · 자음과 모음 · 시공사'처럼 추리소설 팬들에겐 익숙한 출판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끝으로 매번 서울 여행 갈 때마다 가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방문하지 못했던 독립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탐방기가 흥미로웠다. <계간 미스터리>의 새로운 시도인데 잡지의 오랜 팬으로서 이러한 변화가 반가웠다.


<계간 미스터리>는 이름처럼 계절에 맞춰 한 권씩 발매되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2025년에도 <계간 미스터리>의 흥미로운 단편소설과 칼럼, 특집 기사는 계속될 것이다. 출판계는 언제나 불황이라지만 든든하게 버텨주는 이들이 있기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나도 1인분을 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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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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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다음에 『가연물』이라니. 요네자와 호노부의 최고점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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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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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독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저자의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저자의 안내를 받는 사람. 전자는 작품 속 단서를 모아 직접 추리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이야기와 결말을 즐기는 사람이다. 

 


정답은 없다. 장르에 따라 추리가 불가능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공정한 추리소설을 읽으며 저자와 한 번도 '추리 대결'을 펼치지 않은 사람은 추리소설의 진가를 100% 맛봤다고 할 수 없다. 






『가연물』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다. 일본의 주요 미스터리 문학상인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차지한 작품이며,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펼치는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와 예술 영화는 감상 포인트가 다르다>

『가연물』은 <올 요미모노>라는 일본 잡지에 2020년 7월부터 비정기적으로 연재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 다섯 개를 엮은 책이다. 군마 현경 본부 형사부 수사 1과 가쓰라 경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각의 단편은 <사건 발생 → 조사 → 단서 수집 → 추리 → 결말>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이 아주 담백하게 표현된다. 등장인물 또한 이렇다 할 서사가 없다. 그 덕에 오롯이 '추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가연물』의 호불호를 가른다.



연쇄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가 일어나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은 분명 흥미롭다. 도파민을 자극하며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들며 결말부에서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비유하자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닮았다.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 『가연물』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예술 영화와 비슷하다. 본질에 충실하여 작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으며, 독자의 태도와 역량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SNS 상에서 『가연물』에 대한 평이 갈리는 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직접 운전대를 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단서는 모두 주어졌다>

한 줄 평의 775분(12시간 55분)은 내가 『가연물』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고 위 표는 상세 내역이다. 330쪽 내외의 책을 읽는 데 13시간 가까이 소모하는 건 분명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사건 현장을 상상하고 주인공처럼 단서를 모으며, 작가가 심어둔 복선을 찾아 해답에 도달하는 건 '공정한 추리소설'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참고로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첫 번째 단편 <낭떠러지 밑> 어떤 흉기가 사용되었나이고, 두 번째 ~ 네 번째 단편은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이고, 다섯 번째 단편은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추리하는 문제이다. 소설 속에서 굵은 글씨로 쓰인 단어와 주인공 가쓰라 경부가 반응하는 곳에서 잠시 멈춰 추론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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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지만, 『가연물』은 소설로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식,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 플롯을 배치한 방식, 독자의 시선을 돌리는 기교 등 노력하는 천재 요네자와 호노부의 기술을 마음껏 엿볼 수 있다. 



일본 추리소설 시장이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이유는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본격 미스터리 · 사회파 미스터리 · 신본격 미스터리를 거쳐 최근 몇 년 동안 유행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본격을 이야기하는 게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 증거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가연물』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이다.



킬링타임용 충격의 반전이 기다리는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  『가연물』은 분명 심심할 것이다. 하지만 편식은 좋지 않다. 저자가 보낸 도전장을 열어보길 권한다.




<참고 자료>

1. books.bunshun / 祝 『可燃物』ミステリランキング3冠! 米澤穂信による警察ミステリの新たな傑作。刑事の“名探偵”は菓子パンとカフェオレがお好き?

2. book.asahi / 米澤穂信さん「可燃物」インタビュー 主人公は現役警部、ミステリ小説で描きたい「より大きなもの」

3. sankei / 謎解き小説の核とは 『可燃物』米澤穂信著

4. books.bunshun / ミステリーを書くために“警察”を選んだ――『可燃物』(米澤穂信)

5. 디시 인사이드 추리소설 갤러리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24 요네자와 호노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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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한 줄은 인상 깊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나 사례가 부실하다.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영상을 자주 접한 독자라면 얻을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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