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잡아먹던 시절
헤밍웨이 외 지음, 김만중 옮겨 엮음 / 거송미디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에 기록되는 작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런 궁금증은 작가의 혼이 새겨진 작품을 대할 때 반드시 일게 된다. 알라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 끝에 이 책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주저없이 주문해 버린 이 책. 나는 우선 이 책에 언급된 작가들 중 낯익은 작가들이 몇 안 된다는 사실에 첫 발작이 시작되었다. 호기심으로... 그리고 이어 그들의 범상치 않은, 너무나 처절한, 삶의 고통들에 함께 떨어야 했다.

물론 기대했던 것만큼 위대한 작가들의 일대기가 담겨있지는 않다. 230여 페이지에 서른 한명의 삶을 담기란 역부족이었을테니... 아주 짧막하고 간결하게 작가 하나하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묘사해 놨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간혹 너무 긴 전기는 핵을 잃고 표류하게 되니 말이다.

책 제목 <비둘기를 잡아먹던 시절>은, 헤밍웨이의 굶주렸던 시절을 그린 첫번째 이야기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논 것이다. 나 역시 이 제목만으로 읽고 싶어졌음을 숨길 수 없다. 누구나 가난한 시절이 있다. 지금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지만, 거리에서 음식 냄새를 맡고 침을 꼴딱 삼키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군것질할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했다. 아마도 모든 이들이 약간의 배고픔을 감수하며 살았던 때일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배고픔은 없지만 정신적인 굶주림이라고 할까? 항상 뭔가에 쫓기고 내 인생에 있어 취해야 할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 속에는 나와 같은 궁핍함에 시달린 작가들이 많다.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을 가장 뜨겁게 앓았던 사람들을 표집해 놓은 듯 하다. 그들이 용케 후대에 남을 걸작을 남겼기에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그들과 조우할 수 있게 된 것이리라. 이 책은 위대한 작가들이 자신의 生을 담보로 체험했던 삶의 표본들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그 연구의 최대 수혜자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막심 고리키의 말을 전하며 맺는다. "절망이 가득할수록 오기가 생긴다."

ps. 이 책의 퀄리티는 절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저 많은 작가들에 대한 소개글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한사람 한사람의 깊은 얘기는 자서전이나 일대기를 통해 볼 것이다. 이 책은 다만 여러 작가들을 가볍게 한눈에 훑어보는 용도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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