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glamorous

매혹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8월

리처드 그레이는 영국 데번 주의 한 요양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능한 보도 촬영기사였던 그는 우연히 IRA의 자동차 폭탄 테러에 휘말려 중상을 입었다. 게다가 사고 직전 몇 주 동안의 기억의 완전히 결락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이의 옛 연인을 자처하는 수전 큘리라는 매력적인 여성이 면회를 온다. 그레이는 수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전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했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 책을 산 이유다.
물론 열린책들의 경계문학시리즈 중에 하나였고
(13번째 마을을 제외하고 경계문학 시리즈는 대충 모두 성공했으므로)
위와 같은 무시무시한 책 소개에 꽂혀 다른 이들의 감상문을 보기도 전에 구입했다.

책 소개에 나온 미스테리를 기대한다면...
아서라. 책을 내려 놓아라.
이 책은 존재와 인식에 관한
장고한 철학적 논쟁을 이야기 속에 담고 있다.

이책의 원제는 <Glamour>
  You're Glamorous 하면 너 참 멋져. 매력적이야. 같은 의미지만
이 Glam에는 다른이에게 거는 <주문>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과학의 발달에 따라서 아무래도 매혹으로 바뀐 듯... -_-+ ) 이 책에서 그램은 불가시성(不可視性)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보지만 인지할 수는 없다. 강동원과 같은 방에 있다면 그 방에 누가 함께 있었는지 과연 난 인지 할 수 있을까? 수는 자신의 의지대로 없어질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인지를 방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_-+  거기다 이미 우리는 영화 <수정>에서 보았듯이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진실'과 얼마나 큰 괴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리처드는 기억을 잊었고
수는 자신의 의지대로 불가시성을 지녔다.
그리고 불가시성을 지닌 수의 또 다른 남자친구인 니얼이 끼어들면서
인지와 기억 속에서 진실은 저멀리 사라진다.
수가 기억하는 리처드와의 경험은
리처드가 기억하는 수와의 경험에서의 장소와 사연이 다르다.
이야기는 니얼의 이상한 작품이 나오면서 순환하기 시작하면서
내용은 인지불가능의 상태로 떨어지고 대체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하는 관심조차 사라진다는데
이 책의 문제가 있다. -_-+ 어쩌라고.. ㅠㅠ

어려워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건지...
집중하지 않고 읽어서 어려웠던 건지.. 확언할 수 없지만
어렵고 집중이 안되는 책임에는 확실하다. ㅠㅠ

하지만 흥미는 떨어지고 재미는 부족하고 어렵지만 열심히 읽게 되는 이 책 <매혹>에서도 장점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불가시 상태라고 생각한 수는 습관적으로 맡던 역활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했던 것이다. 그녀는 두사람이었다. 그가 평소에 보는 여자, 그리고 어젯밤까지 본 적이 없었던 다른 여자다. 불가시 상태에서 그레이가 느끼던 의구심이 이 사건 주위에서 응축된 듯한 느낌이이었다. (중략....) 그레이는 다시는 수를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_-+

나 왜 이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을까??
내숭을 모두 걷어낸 여자에게 대한 남자의 두려움을 느껴서 일까??
아무튼 한밤중에 온가족을 깨울만큼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번의 파안대소를 위해서 4시간 넘는 독서를 권하고 싶지는 않는데... ^^

오! 수정에서의 기억과 진실의 괴를 더 느끼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