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웰 주식회사 욜로욜로 시리즈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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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책은 무려 sf소설이다

아마 얄븐독자 채널에서 장르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나는 장르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독이 심한 사람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취향이 그렇다


그런데 이 소설은 왜 읽고 이렇게 소개까지 하느냐 하면

sf소설인데 안락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왔다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읽어치웠다





이 책에는 표제작 다이웰 주식회사를 포함 총 4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국립존엄보장센터

다이웰 주식회사

하나의 미래

미래의 여자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앞의 두 작품은 안락사라는 공통점이 있고

나머지 두 작품은 낙태시간 이동sf적 요소가 가득하다


이 가운데 이 책을 읽게 만든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분량이 가장 적었음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다 물론 관심분야라서 그랬겠지만

참고로 이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에 번역 소개되었다고도 한다

더보기에 링크를 남겨둘테니 영문으로 소개된 작품에 관심 있다면 한번 보면 될 것 같다


http://clarkesworldmagazine.com/youha_10_19/


그래서 우선 국립존엄보장센터이야기부터 해봐야겠다

 

이 작품의 배경은 아마 멀지 않은 미래인 것 같다

현재의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나머지 생존세라는 세금이 있고

그 생존세가 시행된지 삼십여 년이 지난 어느날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국립존엄보장센터는 생존세를 체납한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일종의 안락사 기관이다

그나마 자진신고를 통해 센터에 들어가게 되면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소개되지만 자진 신고하지 않는다면 이런 서비스 조차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과연 존엄사가 보장이 되는 것인지 등등 읽어보면 작가의 솜씨가 엿보이는 부분이 있다

일단 센터에 들어오게 되면 손목에 24시간이 카운터 되는 팔찌를 차게 된다

주인공은 자식이 없는 할머니다

소설은 이 할머니가 센터에 들어가는 새벽 네 시부터 사망하게 되는 순간까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할머니의 뜻밖의 선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을 것 같다

25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 강제적 안락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할머니의 심정이 디테일하게 나타나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주로 읽어봤던 안락사 관련 책들이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 거리가 확보된 차가운 사실들의 기록이었다면 비록 sf소설이라는 허구적 세계지만 주인공의 주관적 감정을 읽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적 공감은 더 와닿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이런 게 소설이라는 형식의 강점이고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짧은 단편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단편이 담을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담았고 전달했다고 생각 한다


할머니의 이야기와 더불어 센터에 먼저 들어와 있던 노인들을 등장시켜 근미래의 안락사라는 제도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갈등적인 면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현실적 제도로써 안락사에 대해 생각할 때 느끼지 못했던 살아 있는 감정 같은 것들을 할머니를 주인공 삼아 써내려간 작가는 과연 어떤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해봤기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싶었다


안락사 찬성론자인 나는 2021년의 현재와 같은 소극적안락사를 넘어 남녀노소, 질병의 유무를 불문하고 언제든 개인의 의사만 있다면 안락사가 가능한 적극적안락사가 시행되는 미래 배경의 소설이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읽지 않는 sf소설로 어쩌면 이미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sf소설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문학소설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작품속의 전개는 내가 sf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락사나 존엄사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 어떤 주제의 소설보다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 할 수는 없고

간단하게 소개해 보는 것으로 한다


다이웰주식회사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만연한 서울이 배경인데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의 안락사 비용은 2450만원이다

이 비용이 없는 사람들은 감염자들이 썩어 죽을때까지 기다리거나 시신을 버리기도 한다

주인공은 안락사 회사의 계약직 직원인데 그의 어머니도 감염된다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먼저 읽었던 작품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 이 작품은 조금 심심했다


다음으로 하나의 미래미래의 여자는 낙태와 관련 지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낙태의 찬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 시간 여행과 같은 sf적 요소가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작품 가운데 미래의 여자에서의 반전은 재미가 있어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남유하 작가의 sf소설집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봤는데 우연히 읽게 된 것치고는 좋았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관심분야라면 장르소설이라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겠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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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 최영미 시집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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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의 7번째 시집이 나왔다

 

20196월에 출간된 6번째 시집에 대해

그당시 sns에 피드를 남겨놓았는데

최근 최영미 시인이 직접 댓글을 달아서 살짝 놀랐다

시인의 계정을 방문해보니 새로운

시집에 대한 피드들이 눈에 들어왔다


1인 출판사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시인이 직접 이런저런 홍보를 하고 있었고

그런 일에 대한 고단함을 엿볼 수 있기도 해서

마음 한편 짜안했다



최영미


적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이 문장을 이해하는 자

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누구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웃길 수 있다


나의 본질을 꿰뚫은 어떤 개그맨에게

이 시를 바친다



시인이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걸어놓고 시를 지었다

당신들은 자기의 이름을 걸어놓고 이런 시를 쓴다면

어떤 문장으로 자신을 채우겠는가


모르긴 해도

적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쓰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설령 본인이 그런 성향이라 해도

대놓고 밝히지는 않고 숨길 것이다

우리는 적을 만들지 말라고

귀가 따갑게 배워왔으니까

그래야 세상 살이가 편하니까





원죄


모르는 사람과 악수하지 않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너무 표시내고

목소리가 크고

알아서 잘해주지 않고

눈치도 상식도 없고

높은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하고

(알아야 눈치를 보지)

신간이 나와도 책을 돌리지 않고

선배 대접을 하지 않고

후배를 챙기지 않고

(후배가 가방인가? 챙기게...)


_부분



누군가는 그러겠지

세상 참 피곤하게 산다고

그런데 다수가 누리는 편리와 공정은

세상 피곤하게 사는 소수의 사람들

적을 앞에 두고 적과 싸워온

소수의 사람들 덕분임을 알아야 한다

옛말에 동냥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모르면 닥치고라도 있던가



순수한 독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더 똑똑해지고 싶어,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 (남들이 다 읽는 책이니 나도 봐야지), 토론에서 상대를 제압하려 혹은 영혼을 살찌우려, 보다 나은 인간이 되려 책을 읽는 것은 불순한 독서이다.


최고의 독서는, 가장 순수한 독서는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 시간을 보낼 무언가 필요할 때, 이리저리 둘러봐도 마음 갈 곳이 없을 때, 너무너무 심심해 죽고 싶을 때 나는 책을 잡는다. 짧은 시나 추리소설이 시간 때우기에 좋다.


마음의 양식?

착한 사람은 마음에 양식이 필요하지 않아요. 욕심 많은 사람에겐 마음에도 양식이 필요하지요.



... 뭔가 뜨끔하다

솔직히 순수한 독서를 해본 적이 언제였나 싶다

지적 허영과 허세 가득한 책읽기를 일삼는 사람이 읽고 있자니

한편으론 최영미 시인답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시가 좋다



아리송한


인류의 가장 큰 허영은 양심.

아니, 예술인가



이렇게 촌철살인 같은 시가 시의 백미 아니던가


새 시집 가운데 몇 편의 시를 가져와본 것을

시집 리뷰랄 수는 없을 것 같고

최영미 시인이 그동안 쓴 시를 묶어

시집을 냈다는 소식쯤으로 봐주면 되겠다

사 읽어볼 사람은 알아서 읽어볼 것이니

내가 뭐라할 건 아니겠고

한 편 정도 더 읽고 영상을 마친다


안녕


내가 죽으면 묻어줄 사람이 있을까?

내가 죽으면 정말로 울어줄 사람이 있을까?


내가 죽으면 바다에 뿌려줘


살아서는 벗어나지 못했으나

죽어서라도 이 사나운 땅을 벗어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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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장국영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아무튼 시리즈 41
오유정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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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장국영을 다룬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

더 정확히는 장국영이라는 인물과 그의 영화를 이해해보려는 그런 이야기다

올해에도 41일엔 장국영이라는 키워드는 자연스레 보고 듣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를 아는 세대가 있는 한

그래서 그 팟캐스트를 찾아 다시 듣기도 했다

혹시나 궁금한 분들을 위해 팟캐 주소를 남겨놓는다


4월이 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꼭 영상을 올려야지 하면서 보낸 하루 이틀이 쌓여

결국 이렇게 4월의 마지막 날에 와서야

부리나케 책을 마저 읽고 원고를 쓰고 앉았다





이미 알고 있듯 장국영에 관해 쓴 책 영상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장국영 팬이냐 하면 오히려

그 반대에 서 있는 그저 무심한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장국영을 이런 식으로 추억하고 싶었다

요즘에야 장궈룽이라 부르지만 장국영을 추억하는 세대에겐 장국영이어야 하고

영원히 그렇게 불릴 이름 장국영아닐까 한다

책에서는 시종일관 장국영의 애칭인 꺼거라고 하지만

내겐 그리 와닿지 않는 호칭이다


우선 이 책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아무튼시리즈의 41번째 이야기는 장국영이다

그런데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넘버링이 41번이다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바로 41일 그 말이다

실제로 책의 발행일도 41일로 맞췄다

이런걸 요즘말로 지렸다라고 할 것 같다

이런게 편집자의 기획력 아니겠나 한다


아무튼 장국영의 저자는 장국영 때문에

인생의 방향을 너무나 쉽게 정해버린 경우라 하겠다

무슨 말이냐하면 내한한 장국영의 행사를 따라다니며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행하는 통역사를 보고

장래의 꿈을 중국어 통역사로 정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인이 장국영의 통역사가 되겠다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꿈이 되었지만

저자는 현재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이 되었다


이 책은 물론 장국영에 관한 책도 맞지만 그보다는 장국영 팬 가운데 한 사람으로써

저자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긴 책이라고 보면 된다

출판사의 의도 역시 그것에 있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장국영의 팬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저자가 들려주는 덕질이야기 속에서 알게 되는 것들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후영미라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후영미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장국영의 팬층을 1, 2, 3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1세대 팬은 1989년 장국영의 은퇴 선언 이전 팬을 말하고

2세대 팬은 그 후의 팬이라 할 수 있다

3세대 팬은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후 팬이 된 세대를 말한다고 한다


영미荣迷라는 말은 중국어로 장국영의 팬을 뜻하는데

후영미后荣迷는 바로 3세대 팬을 말하며 영미와 구분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팬들은 노영미老荣迷로 재명명 되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의 인생 진로가 장국영 때문인지 덕분인지

그렇게 중국어 전공이 되었다고 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 장국영 시대 팬덤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함의라는

논문을 완성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쯤되면 진정한 덕후의 끝판왕으로 봐야할 것 같다

역시 세상은 덕후에 의해 바뀐다던가 그말이 진리인것도 같다


그리고 뒷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꽃 백합은 장국영이 가장 좋아한 꽃으로

저자는 종이 백합을 접어 꽃다발을 만들고 김포공항에서 장국영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덕질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으니 땡긴다면 한번 읽어보면 되겠다

장국영 팬이라면 모르긴해도 맞장구 쳐가며 읽어갈 이야기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이 책은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스타에 대한 남다른 내면 보고서이자 인생 고백서이다

이 안에는 스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보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다시 추억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참맛인 것 같다


아이러니한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처럼 들렸던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을 때도 지금처럼

마스크 착용의 일상이었는데 다시 한번 그런 일상 속에서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궈룽이 아니라 장국영으로 기억하고 추억하는 세대는

늘 남다르게 41일을 아니 3월의 마지막 밤부터

아 그때는 장국영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다


인생의 지나버린 한 시기를 떠올릴 때

그게 스타가 되었든 아니면 친구나 연인이 되었든

그 누군가가 있음으로 그를 추억하는 힘이

잠시나마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누가 되었든 그가 있어 고맙다 생각할 것 같다


그게 저자에겐 장국영이었고

나나 당신들에겐 누군진 모르겠다만


장국영이란 인물과 영화에 관해 함께 들어볼만한 에피소드

[안알남]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179. 1부 [인물] 만우절 그리고 장국영

https://youtu.be/9zbO82afrxE


179. 2부 [영화] 장국영의 영화를 이야기해보려는 시도...part 1.

https://youtu.be/GqRbYf47XaE


179. 3부 [영화] 장국영의 영화를 이야기해보려는 시도...part 2.

https://youtu.be/f8uE1gyKc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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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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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그러려니 한다
창비에게 출판업은 문화사업이라는 긍지가 있을까 묻고 싶지만 그 대답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
그저 과거로 부터 이어온 출판권력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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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 논쟁으로 읽는 존엄사,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유영규 외 지음 / 북콤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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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당신은 조력자살로 생을 끝내는 사람과 스위스까지 함께 가 줄 수 있는가?

Q 2. 본인이 결정만 한다면 조력자살이 가능할 때 당신은 조력자살 하겠는가?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2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마쳤다

그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8770km를 날아 스위스로 갔다

이 책에서는 그 한국인의 자취를 찾아보고 당시 함께 동행했던 한국인 케빈(가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스위스 현지에서의 조력자살 과정, 취재의 배경과 국내 현실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취재의 결과물로써 의미가 있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력자살도 허용하고 있다

2006년 스위스 연방대법원이 안락사를 최종적으로 인정하며 논란은 일단락 됐다

영화 미 비포 유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된 남자 주인공이 삶을 마무리 하기 위해 영국을 떠나 찾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현재 스위스에는 디그니타스(DIGNITAS)와 이터널 스피릿(Eternal Spirit)과 같은 단체들이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고 있다


2018년 호주의 식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104세의 나이에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를 찾았을 때 조력자살을 도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 같은 곳도 있다.


당시 구달 박사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며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위한 스위스행을 알리기도 했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이 각각 47, 60명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흔적을 찾아서


20191월 스위스 현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 40대 남성 박정호(가명)를 알게 되었다.

말기 암 환자였던 그는 한 달간 준비한 끝에 스위스로 향해 삶을 마감했다.

박정호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취리히까지 동행했던

친구 케빈(가명)의 존재도 알 수 있었다.


케빈과 박정호는 20년 지기 친구다.

오랜만에 박정호에게서 전화가 왔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며 스위스에 함께 가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케빈은 친구의 결심이 굳어진 것을 느끼고 마지막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타인의 자살을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친구의 부탁이 너무나 간절했다고 한다. 케빈은 스위스에서도 끝까지 친구의 선택을 말렸지만 박정호는 그의 결심대로 삶을 마감했다.


이 책에는 취재진에게 보낸 케빈의 편지와 박정호가 케빈에게 돌아가서 읽어보라는 편지가 실려 있다. 그 편지를 통해 우리는 두 사람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다.


케빈이 보낸 편지의 앞부분 일부를 읽어본다


저는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앞서간 제 친구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구의 용기를 사회적으로 헤아려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22p (부분)




이 책이 안락사를 비롯한 존엄한 죽음을 다룬 책들 가운데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면

그것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다뤘기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 또한 그 사실 하나에 솔깃해서 이렇게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이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거나 삶을 정리하지 못하고

머나먼 외국까지 가야하는가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는 2018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 삶을 멈추고자 하는 조력자살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안락사나 존엄사와 같은 용어는 익숙할지라도 조력자살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책에서는 그 용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존엄사

한국에서 말하는 존엄사법은 2018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 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의료를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원치 않을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소극적 안락사적극적 안락사까지 존엄사로 보는 관점에서 연명의료 중단은 가장 낮은 단계의 존엄사라 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대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가 아닌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매우 좁게 정해놓고 있다.


소극적 안락사

식물인간 상태처럼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 공급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존엄사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적극적 안락사

말기 환자나 식물 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영양 공급이나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 의사 등 타인이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거나

주입함으로써 생명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조력자살(또는 의사 조력 사망)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고통을 덜기 위해 의사에게서 치명적인 약이나 주사를 처방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로 적극적인 안락사로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신들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에 안락사라는 단어를 악용한 까닭에 조력자살‘(적극적) 안락사를 엄격히 구분해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안락사에 대한 미세한 구분이 없고 이에 따른 법률적 논쟁의 여지도 없으므로, 이 책에서는 조력자살 역시 안락사와 같은 개념으로 두고 쓰기로 한다.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다 비슷비슷한 말 아닌가 싶었지만

환자의 상태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연히 다른 개념의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죽음에 대한 현실적인 법의 권한이나 한계에 따라 그 쓰임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위스의 조력자살


이 책은 한국인 사례를 통해 존엄사 또는 조력자살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그 와중에 그 많은 유럽 국가 가운데 왜 하필 스위스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다

그 점에 대해 스위스 조력자살의 법적 배경에서 설명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의 역사는 근대 계몽기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스위스 연방 정부도 20세기 초 자살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고, 자살을 돕는 것 역시 처벌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러 문제로 인해 일부 처벌 조항을 담은 형법 115조가 1942년 제정 되었다.

115조의 핵심은 이기적인 목적즉 조력자살이 영리 목적에 있었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자살을 도운게 아니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디그니타스의 창립자 루드비히 미넬 리가 검찰에 기소되었을 때 혐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조력자살로 이끌었느냐가 아니라 영리목적의 유무에 있었다.

스위스에서 외국인 조력자살이 허용되는 근거 역시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데 있다.

참고로 한국은 자살방조와 자살교사는 죄로 규정한다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나 법조항 체제 하에서 과연 이런 제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싶은 대목이었다


디그니타스에 대한 스위스 정부의 속사정은 어떠할까


스위스에서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2년간 3027명의 외국인이 디그니타스를 통해 생을 마감했고 다른 단체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안락사 금지 주변국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디그니타스가 자살관광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외국인 조력자살이 사실상 가능해진 것은 1998

디그니타스가 설립된 이후부터다 그렇다고 그때 법이 바뀐건 아니다


1982년 스위스에서 가장 큰 조력자살 단체인 엑시트가 설립되었고 이 단체는 자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며 회원수가 11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전국민의 1.2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


점차 조력자살 단체가 커지면서 스위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20115월 취리히주 의회는 조력자살 자체의 금지와 함께

외국인 조력자살 역시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지만 취리히주 시민의

85퍼센트, 78퍼센트 반대로 기존 법안이 유지 되었다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된 이유는 외국인 조력자살 과정에 따르는 검시와

화장장 운영비 등이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외국인 조력자살이 증가할수록

스위스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디그니타스를 보는 스위스 당국의 시선이 좋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

이점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문제였다


2017년 디그니타스는 검찰에 기소 되었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회원들에게 회비와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디그니타스를 통한 외국인 조력자살 비용


최초 가입비 200스위스프랑(대략 25만 원)

매년 최소 연회비 80스위스프랑(대략 10만 원)

별도 비용

의사 진단, 약 처방, 사후 장례 및 행정 처리 비 등 1500스위스프랑(대략 1326만 원)


참고로 디그니타스는 전세계 89개국 9000여 명의 회원을 둔

스위스 비영리단체로써 매년 200여 건의 조력 자살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책의 모태는 201936일부터 313일까지 서울신문이 보도한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연재 기사라고 한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엄사라거나 고독사 같은 말들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말이 가리키는 현실을 파헤쳐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의 죽음을 맞는 현실은 인간의 존엄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나는 생각 한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은 조력자살에 대해 긍정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당장 현실을 바꿀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당장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넘어 더욱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존엄한 죽음을 위해 사회적 토론의 장이 마련되는데 이 책이 그 촉매제 역할이었으면 한다.


소개되고 있는 많은 내용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파편적으로 소개해 보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너무 많은 말들 때문에 영상이 얼마나 길어졌을지 안봐도 뻔하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이제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대비와 죽음 이후의 일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더 많은 몫을 감당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나도 답해보도록 한다


Q.1 당신의 지인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끝내기 위해 떠날 때

동행을 제안 받는다면 함께 가 줄 수 있는가?


내 대답은 망설임 없이 동행 한다가 되겠다

이런 상상을 몇 년 전에도 해봤던 터라 충분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다만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동행을 부탁할까에 대해서는 아직은 반반이다

혼자 돌아갈 사람을 생각하면 혼자 떠나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다


Q.2 본인이 결정만 한다면 조력자살이 가능할 때 당신은 조력자살 하겠는가?


현실적인 경제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면 나는 특별한 질병이 없다해도 원하는 때에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조력자살의 방법을 택하겠다

나는 그게 인간다움을 지킨채 맞을 수 있는 죽음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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