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dts] - 마블+와이드미디어 할인행사
패티 젠킨스 감독, 리 터제슨 외 출연 / 마블엔터테인먼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고? 말이야 좋지"
<몬스터> 이 사회의 괴물은 당신 혹은 우리 모두
▲ 사건을 저지르기 전이나 후에 거울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공 리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색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 아주 천천히 관객을 끌어당기는가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초반엔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주 깊이 들어와, 영화는 관객의 머리 위에 앉아 차분히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떡진 머리에 울룩불룩 튀어나온 뱃살과 엉덩이 살, 기미가 덕지덕지 앉은 얼굴, 비죽비죽 나있는 이빨 등 추한 여자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여배우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더구나 그 여자의 직업은 창녀다. 같이 본 일행은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극장에 와서, 세상에 보다 보다 이렇게 못생긴 여배우는 처음 본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영화는 추한 여자를 관객들 앞에 정면으로 들이밀면서 '그 여자의 삶을 과연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관객을 조롱하는 듯했다.

영화 <몬스터>는 2002년 플로리다에 있는 어느 형무소에서 7명의 남자를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 당한 '에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선 에일린이 '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13살에 임신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고속도로 위에서 창녀 일을 해서 삶을 연명해 나가야만 했던 여자 리(샤를리즈 테론)는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내를 살인해서 사형에 처해진다.

<몬스터>는 일반적인 연쇄살인범 영화와는 다르다. '어떻게 누구를 살해했는가'를 논리적으로 보여 주지 않는다. 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당방위로 시작된 최초의 살인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 준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멈출 수가 없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가 너무나 쉽게 관객들에게 먹혀들어간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리의 사랑의 얼마나 대단한지, 리가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든 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모질었는지가, 관객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 속에 '콕콕' 그것도 아주 따끔하게 박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는 남자를 죽이고 돈을 터는 적극적인 범법자 리에게나 스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의지 없이 리에게 빌붙어 살아가려고 하는 셀비를 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단, 마지막 남자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리가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라는 대사를 하게 만들어 세상의 시선과 조금은 거리를 좁히고 있다.

<몬스터>는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이는 무심히 화면을 보다가 놀라게 된다. 사람들의 말에는 간혹 거짓이 첨가되기도 한다. 반면에 얼굴 표정에 나타나는 속마음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기기 힘들다.

극중에서 리는 어느 곳에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는 불안한 눈, 긴장감이 팽팽히 느껴질 정도로 힘이 팍 들어가 부자유스러워 보이는 턱, 한 곳에 가만히 두지 못한 채 자신의 입 쪽으로 손을 가져가거나 밑으로 내렸다 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현재 그녀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 준다. 특히 탁한 그녀의 눈망울이 갑자기 크게 떠질 때면 그녀가 어떠한 범죄를 저지를 것인지를 예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관객들의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특히, 그녀가 자신을 가장 학대했던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던 점은 더욱 우울하게 다가왔다. 항상 긴 팔과 긴 다리를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는 그녀는 불량소년처럼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너 깟 것들이 어떤 족속인지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일말의 연민을 보내거나 하지마, 나 스스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자신이 가장 사랑한 셀비를 위해 남자들이 보이는 허풍 역시 잘 표출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파국을 맞이할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죽인 남자들에 관한 기사를 하나 하나 스크랩해 놓으면서 울분을 토하는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다. 그것도 너무도 간절히….

<몬스터>에서 리는 자신에게 이야기할 때도 표정으로 말한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변태성욕자를 살해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피 묻은 몸을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닦아내면서 "괜찮아. 사랑을 위해선 괜찮아. 또한 그것도 다름 아닌 정당방위였어"라는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에 힘을 준다.

▲ <몬스터>
리의 표정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에 자신을 배신한 여자 친구 셀비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은 전혀 잘못 없다고 징징대는 셀비에게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을 하면서 셀비를 다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이다. 리는 온몸의 힘이 다 빠진 표정이다. 그녀의 희망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리에게 사형이 언도되어 리는 다시는 셀비를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감옥에 있었던 10년이란 기간 동안에도 리는 셀비를 만날 수 없었다. 리에게서 전혀 기대할 것이 없다고 여긴 셀비가 180도 돌아서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부터 살고 보자는 얄팍한 의도를 가슴에 숨긴 채 말이다. 여리고 순진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사악한 심성을 잘 보여 준 셀비로 인해 관객들은 허탈한 웃음을 계속 토해낸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최초 여성 연쇄살인범인 리의 출신 배경과 창녀로서의 삶이 모든 것을 다 말해 준다면서 리를 지목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규정한 심판 역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있게 리가 괴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리의 애인이었던 셀비 아니면 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라고 명명한다면 모를까?

개인적으론, 셀비의 모습이 죽이고 싶도록 밉게 다가왔다. 세파에 찌든 한 창녀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 후 일이 벌어지자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일 뿐 어른인 리가 다 해결하라고 떠넘기는 태도는 가슴을 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정도로 화가 나게 만든다.

리가 어떠한 일을 겪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좋은 곳에 갈 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일만 생각하는 셀비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리에게 창녀짓을 계속할 것을 종용한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셀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돈이 떨어지거나 화가 나면 울면서 징징될 뿐이다. 그도 아니면 자신의 비위가 뒤틀리면 입가를 묘하게 일그러트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 뿐이다.

한편 사회의 시선은 울면서 징징되는 셀비의 편에 머물러 있다. 이기적이고 철딱서니일지라도 사회는 셀비를 인정할 망정 순순히 사랑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리를 냉정하게 바라본 후 처단해 버린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괴물은 셀비이자 셀비와 한통속인 사회가 되는 것이다. 자기의 책임은 회피하고 전혀 몰랐다고 잡아떼는 사람들의 두 얼굴이 무섭게 겹쳐져서 섬뜩한 영화 <몬스터>는 보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장면을 보는 도중 눈을 찔끔 감게 하거나 옆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피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올바르게 흘러갈 수 있다.

자기밖에 모른 채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 속에선 그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괴물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몬스터>
<몬스터>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도덕적 질책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러한 질책 자체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뜨거워질 것이다. 살인에 대한 논쟁 자체를 잠재워 버린 리의 삶은 머리로만 뭐든지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100%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할지라도 뭔가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는 눈가가 촉촉이 젖었을 것이다.

신인 감독 팻티 젠킨스는 배우를 잘 살려 내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영화로 표현해 냈다. 감독 역시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샤를리즈 테론은 이번 영화로 2004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골든글로브, 베를린 영화제, 전미 배우조합, 국제 영화평론 협회, 미 전역 비평협회 등 총 19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샤를리즈 테론이 아카테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날은 실존 인물인 에일린 워노스의 생일이었다고 해서 더더욱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극중 리는 사형장에서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시련 뒤엔 기쁨이 있고, 사랑은 모든 길로 통하며….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이라고 읊조린다. 너무도 차분하게 듣기 좋은 말을 읊조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리'였다.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을 읊조리다 바로 "말이야 좋지"라는 그녀 특유의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용기만만한 리의 모습은 한편으론 기쁘게도 다른 한편으론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설가로서의 꿈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인간적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던 예전의 꿈을 이번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로 인해 잊고 지낸 꿈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영화는 악평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비평할 게 없나 꼬투리를 잡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우스웠다. 또한, 창녀를 보면 손가락질 하기에 바쁜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창녀랑 당신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어디 한번 속시원히 말해 보라고 말이다.

실존 인물에 대한 다큐 역시 있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다큐 역시 하루 빨리 보고 싶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기까지 한 닉 브룸필드라는 다큐 감독의 <에일린 워노스: 연쇄살인범 팔아먹기>, <에일린 : 연쇄살인범의 삶과 죽음>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야도 이제 컸다고 여러번 본 물건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인 나는 뭘 하고 놀아줘야 하나? 고민이 된다.

이 앞번에 스마일 모양이 새겨진 스티커 꾸러미에 관심을 보이길래 오늘도 한번 스티커 놀이를 해 보기 위해 호야 손 등에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그랬더니 반대쪽 손가락을 가져와 천천히 스티커를 떼어낸다. 그런데 스티커가 뭔지 모르는 호야의 손에 달라붙은 스티커는 떨어질지를 모른다. 그게 신기한지 또 한참을 쳐다본다. 고사리 손으로 스티커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웃기다.

그런데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호야 콧구멍 쪽(정확히 말해 콧구멍과 콧구멍 사이 그 곳을 뭐라고 하지? 자세한 명칭이 생각이 안나서.. 그만)에 작은 스티커 하나를 붙였다. 이것도 떼어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호야 얼굴을 보는데, , 그만 호야가 눈을 막 부비더니 손을 코쪽으로 내리더니 순식간에 호야 입 속으로 스티커가 들어간 거였다.

난 놀래서 '아' 해봐 했고. '퉤' 하는 흉내를 내면서 뱉으라고 했지만 호얀 오히려 꿀꺽 삼키는 흉내를 내는 거였다. 이 앞전에 어머니가 호야 스트레스 푼다고 종이 가지고 놀라고 한 뒤 호야가 종이를 입천장에 붙여놓고 토하려는 듯 답답해 한 적이 있는 관계로 이번에도 종이 스티커를 먹었으면 어쩌나 하는 심정에 답답한 마음이 되었다. 그래서 호야를 눕히고 호야 입천장을 보니 영락없이 스티커가 입천장에 붙어있다. 얼른 손가락을 넣어 스티커를 떼어내려고 하는데 이게 쉽사리 떼어지지 않는다. 호야는 막 버둥대고, 난 호야 손을 잡고 입천장에 있는 스티커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몇번의 시도 끝에 스티커를 떼어냈다. 휴.. 아기랑 놀기 힘들다.

작은 스티커가 이렇게 무서운 재앙을 가져다 주다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영엄마 2006-03-2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유아들이 입에 넣는 거 말고 코에도 뭐 넣기도 하는지라 한 시도 눈을 떼면 안 될 것 같아요.(작은 아이가 유치원생때인가 장난감총 총알을 주워서 콧구멍에 넣어서 빼느라 애먹었어요.@@)

2006-03-24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작가 2006-03-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하지 않아요 ^^; 다만. 이렇게 인기 없는 제 서재에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궁금할 따름. 요샌 책 리뷰도 안쓰고 있는데 어떻게 제 서재를 서치해서 들어오셨대요? ㅋㅋ //호야 때문에 컴을 오래 못하는 아기 엄마의 초보적 질문이내요. ㅋㅋ

아영엄마 2006-03-2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재에 즐겨 찾는 서재의 글 브리핑이 뜨긴 하지만 메뉴 상단에 나오는 마이페이퍼 메뉴를 통해서 종종 새로운 분들의 글들도 읽곤 하거든요. 저처럼 아이 엄마이신 것 같아서 글 올라온 것이 보이면 서재에 와서 보게 되네요. ^^(불편하지 않다고 하시니 그럼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하고 갈께요~)
 

시댁에 자주 오는 일명 욕쟁이 할머니가 있다. 나이도 70이 다 되가는데 왜이리 부지런히 마실을 다니시는지..

활발하게 어른들 틈에 끼어 수다를 떠는 걸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나는 욕쟁이 할머니가 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게다가 욕쟁이 할머니까지는 참겠는데, 욕쟁이 할머니 딸까지 와서 뭐라 뭐라 수다떨땐 짜증이 나기도 한다. 더더군다가 욕쟁이 할머니 딸이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같이 올때는 더 죽음이다.

원래 수다란 것이 특별히 어떤 목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는 수다는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예를 들면,

욕쟁이 할머니가 오면 어머님은 이렇게 말한다.

"몽실이가 호야(이건 태명이다. 우리 호야의 신분 보호를 위해 태명을 써논다)

/!!이거 원, 진득하니 앉아 글을 쓸 수도 없으니. 자꾸 내 글 흐름이 방해를 받으니 짜증만 만땅으로 차오르고 있다..

"몽실이가 호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을라고 하내"

"호야 이쁘다고 하면 금새 달라들어 지가 애교피우고 난리다니까"

이렇게 말하면 욕쟁이 할머니는 막 우스면서 (욕쟁이 할머니의 목소리 톤은 어찌나 높은지. 곱지나 않은 목소리인데. 작은 방에 있어도 크게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크다. 참고로 시댁 집 평수가 47평으로 작지 않은 집인 것을 감안할때..)

"지가 개새끼지. 사람새끼야. 아이구 우리 호야 이뻐라.(호야 볼을 쓰다듬으며.)"

이러한 대화를 욕쟁이 할머니가 마실 올때마다 하고 있다.

그걸 보는 난 기가 막히다. 어르신들이 그리도 할말이 없나? 아님 이러한 반복적 대화방식이 그들만의 이야기 방식인가?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나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는 우리 호야를 한참 머리를 주무르고 볼을 주무르고(노인네는 쓰다듬은다고 하시겠지만. 내 눈에는 주물닥 주물닥 하는 것으로 보인다. 흑.) 하면서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신다. 그 말이 난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노인네의 지나치게 과장섞인 행동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니. 거기까지는 참겠다. 호야의 얼굴을 보면서 '넓딕이 넑딕이'하질 않나? 호야의 볼이 통통한 관계로 얼굴이 더 커보인다. 눈이 짝 찢어졌다고 하질 않나? 호야 얼굴이 큰 것은 인정하겠지만 눈이 찢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후 2개월까지는 쌍꺼풀도 있더니 그 뒤로 살이 마구 마구 찌더니 쌍꺼풀이 없어진 호야. 그렇다고 눈이 쫙 찢어진 밉상은 아니다. 오히려 눈이 똘망 똘망 한 편이다. 아마도 욕쟁이 할머니는 호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시는 듯 하다. 호야 아빠. 일명 남편이란 작자는 눈이 너무도 땡그래서 동남아 인같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이다. 얼굴까지 까무잡잡해서 동남아 사람 같아 보이긴 하다.

호야를 주무르는 게 끝나면 거실 카펫트 바닥에 호야를 내려놓은다. 그리고 자꾸 앞으로 기지 못하고 뒤로 가는 호야를 보고 "왜 게 새끼 마냥 뒤로 가?"

그런데, 그런데, 난 시댁의 카펫트 바닥에 호야를 내려 놓는게 싫다. 그래서 팔이 병신이 되고 팔뚝이 굵어지드라도 내가 안고 있지 거실 바닥에 내려 놓지 않는다. 강아지 몽실이가 온 몸을 부비는 장소가 거기이고, 방문객들이 마구 이리저리 뒹구는 장소가 거기이고, 카펫은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많이 사는 장소가 거기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기고 자기 손을 쪽쪽 빠는 어린 아기를 그 곳에, 다른 곳도 아닌 그 곳에 내려놓고 싶은 엄마가 어디있겠는가?

어머니는 스팀 청소기로 하면 다 소독이 된다고 하지만, 청소 하면 뭐하나? 청소 끝나자마자 몽실이가 바로 뒹굴고, 온 몸을 마구 털어대고, 자신의 햄이나 고구마를 가져와 카펫 위에서 짓이기면서 먹는데..

어른들은 면역성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다고 하지만, 난 태어난지 이제 6개월 조금 넘은 아이를 그 곳에 벌러덩 눕혀 놓는게 싫다. 하지만, 어머니와 욕쟁이 할머니에게 뭐라고 말하겠는가? 대강 비위 맞춰주다 기저귀 간다는 핑계로 데리고 오지..

아무튼 이래 저래 편치 않은 손님인데,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시댁에 있다.

오전 중엔 둘째 딸내미랑 와서 나를 한바탕 혼내키고 가고, 오후에 첫째 딸래미도 같이 와서 오후 5시 30분까지 뭔 수다를 수다를 떨다 갔다.

호야가 작은 방에서 자꾸 소리를 질러대 호야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지 왜 싸매고 키우냐고 한마디 하시더니. 호야를 또 아는다. 그래서 난 반복되는 그 행동들을 보기 싫어 무심히 티비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랬더니 나한테 충고를 한마디 하겠단다. 어른들 보고 인사를 잘 해라는 거다. 어제 아버님이 밖에서 들어오실 때 호야 기저귀를 갈고 있어서 인사 하러 못 나간 걸 보고 한마디 하시는거다. 상대와 싸웠드라도 모르는 척 반가워해주는 게 좋다나 어쩐다나. 안그럼 우리 엄마 아빠가 욕먹는단다..

그래서 내가 어제 기저귀 갈고 있어서 그랬다니 그런 상황이드라도 얼른 인사를 하고 들어가란다. 그래서 내가 더 이상 대꾸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욕쟁이 할머니 손에 있던 호야 입이 뿡 나와서 뾰로뚱한 표정이 되는 거다. 어머니는 옆에서 호야가 자기 엄마한테 누가 뭐라고 하니까 기분이 안 좋은가보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호야한테 손을 내미니 재빨리 나쪽으로 몸을 튼다. 그래서 얼른 데리고 왔다. 잠이 와서 그러는건지. 엄마한테 누가 뭐라고 해서 그러는건지 우리 딸네미는 민감한 아이였다.

그렇게 나에게 온 호야 낮잠을 재우려고 젖을 먹이고 있는데, 다행이 욕쟁이 모녀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다소 시원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왠일. 

점심때 아주버님 친구분이 와서 불편한 상황을 겨우 넘겼는데, 산넘어 산이라고,

어제 주사 맞은 이후로 자꾸 보채는 호야를 달래고 있는데, 또 2차 마실을 오신 거였다. 딸네미 1나도 아니고 2을 대동하고 말이다.

그리고 작은 방에서 호야가 자꾸 우는 소리가 들리니까.

"왜 작은 방에만 가면 울어? 여기다 눕혀놔."

 그런다.  

그래서 내가 거기에 눞혀놓으면 다 주워먹어서 안된다고 하니까

여기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다. 더 이상 내가 말하지 않으니까. 어머님이 옆에서 호야가 세밀한 아이여서 우리는 눈에 잘 안보이는 머리카락, 고추가루를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하다 입으로 넣느나는 말을 한다.

우띠. 오늘 정말 짜증이다. 어제 밤에 호야 자꾸 깨어나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는데, 오늘 낮 역시 자꾸 자꾸 깨어나니 낮잠도 못 자고. 나 혼자 있을 땐 호야 울음소리에 크게 신경안쓰는데, 이 공간에선 왜 이렇게 신경쓰이는지..

거실에 딱 자리 잡은 채 수다 떠는 그들 틈에 끼어들기 싫어 컴도 해보고(호야 때문에 오래 하지도 못한다.)호야 젖 먹이면서 재워볼려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왠만하면 나도 젖 먹이면서 같이 잠드는데, 그들 수다 소리가 너무도 또렷히 들려 나 역시 잠이 안온다. 호야 역시 금방 금방 깨어나고.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이런 생활을 아직도 1달을 겪어야 하다니...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영엄마 2006-03-2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시는 중? ^^ - 비위 맞추려고 앉아서 시간 까먹으면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죠. 그냥 방에 들어가 계시긴 힘드신가 보네요. 개인적으로 시댁 가서 시부모님께서 가족들과 어울려야 한다며 안 방에 다들 모여 앉아 멍하니 TV 볼 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출산을 한 뒤론 내가 만나는 사람은 참으로 한정되있다.

호야 얼굴을 가장 많이 보구, 그 다음은 남편, 여동생, 오빠, 가끔 올라오시는 엄마, 아빠. 정말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 시댁으로 오게 된 뒤로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거기에 딸려있는 강아지 몽실이.

그래서 그런가? 자꾸 바보가 되가는 것 같다. 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구.

어젠 별 쇼를 다했다. 모유수유를 하는 관계로 호야와 나는 찐한 스킨 쉽을 많이 한다. 모유수유 초반엔 참으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유 수유 때문에 편한 것도 많다. 호야와 눈 마주치면서 젖 먹일땐 가끔 나 역시 웃음이 나온다. 호야가 젖을 먹고 있을 때 내가 가짜로 호야 손을 깨무는 흉내를 내면 호야는 씨익 웃는다. 고놈시키. 엄마와 이렇게 교류를 하다니. 하는 생각에 나 역시 웃음이 나온다.

어젠 젖을 다 먹이고 난 뒤 윗 속옷을 추스린 후 티를 내릴려고 하다. 호야가 날 빤히 쳐다보길래 왜 그러나 하는 생각에 호야 눈길을 따라갔다. 그랬더니 나의 다소 출렁거리는 배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도 살이 안빠지면 그게 다 자기 살이 된다고 하더니. 난 임신으로 18kg나 찐 몸에서 딱 8kg만 빠지고 10kg은 그대로 내 살이 되어 우울한 몸매가 됬다. 아무튼 호야가 내 배를 쳐다보길래. 갑자기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아마도 내가 너무도 심심했나 보다.

내 똥배를 탁탁 두들기니 호야가 또 씨익~ 웃는게 아닌가? 몇번 내 배를 쳤더니 자꾸 웃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가져와 내 배를 찬찬히 만지는게 아닌가? 그리고 호야가 자주 하는 잼재미를 했다. (심심하면 '악' 소리나게 만드는 잼재미를 하는 호야의 잼재미 이야기는 담에 다시한번 길게 해야지.. )남이 보면 두 모녀가 뭐하는 짓인가? 했을테지만. 난 호야와 은밀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일찍 들어온 어젯 밤.

남편이란 작자가 갑자기 누워있는 호야의 몸에 손을 갖다대면서 몇뼘이나 되는지 재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세뼘 반 밖에 안되는 사람이 먹고 똥싸고 할 건 다하내. 이러는 거였다.

맞다. 세뼘반 밖에 안되는 호야이지만 짜증내고, 우리 침대 위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자고, 팔을 훠이훠이 내젖고, 모르는 사람이 손 내밀면 막 울려고 폼 잡고, 간만에 본 사람이면 그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자기도 비슷한 아이를 보면 환하게 웃으며, 엎드려 받쳐하면서 한숨도 쉬고, 힘들면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잠시 쉬기도 하며, 누가 먹는 모습을 보면 애처로울정도로 쳐다보고, 돌이나 되서 먹어야 할 귤을 쪽쪽 소리나게 빨아먹으며, 바지를 벗겨놓으면 너무도 좋아라 하고 자신의 배에 바람을 불어 넣어주면 소리내서 웃으면서 좋아라한다. 이유식을 먹은 뒤로 아무리 내 딸이지만 똥 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다시 바지 입힐려고 본 순간 뒤집어져 있어 뒤집은 채로 바지를 입혀줘야 한다. 그리고 삐치면 입을 뾰루퉁하니 내밀면서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세뼘 반 밖에 안되는 아이. 공식 키는 74cm로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여 결코 작은 키는 아니다. 누가보면 우량아라는 소리까지 한다. 그래도 가끔 호야를 보면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많이 자라버린 저렇게 큰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에 호야를 멀뚱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