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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서 1 - 기억의 열쇠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0
김수박 지음 / 사계절 / 2018년 2월
평점 :
1990년대, 대구 고등학교에서의 정치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깡패인 척 하나 아무것도 아닌 깡패(그저 소문속에 만들어진 어떤 권력)와 거기서 시스템 속에 쫄아버린 아이들과 아무것도 아닌 나. 거기서 반항하던 친구. 유도도 배우고 무엇이든 해보려 하던 친구. 없는 힘은 기르려 하던 친구. 아주 멋도 없고 잘 생기지도 않은 어떤 친구의 얘기이고, 그들 사이의 권력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 모두가 그 안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하나 실은 피해자였고 아팠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갔고 몰랐고 알았으나 움직이지 못한 이야기들이 한데 묶여 있다. 거칠게(표현대로). 그 정직함이 좋았다. 스킬을 더하지 않은, 제목을 바꾸고 그림을 좀 더 섬세하게 하면 훨씬 더 정치적인 어느 도시의 이야기를 그래도 자기것으로 진정 자기것인 이야기를 하는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게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자기 환상 없이.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