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5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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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날의 삽화 4>

 고추밭이 떠오르기도 했다. 누구더라. G으로 시작하는 작가인데. 나른한 단편보다 나른하다.


남편과 나의 늙어감. 환약을 털어넣는 남편과 무릎이 쑤셔 경동시장에서 약을 해온 .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다 애처로워하는. 그들이 추석 성묘를 갔다 차를 가진 조카들을 만나고 선산을 돌보는 집에 갔다가 기계치인 남편이 차를 사고, 운전을 하며 욕설을 내뱉고, 자신은 그런 남편의 딱지를 개나 혼자 처리해주고, 그들이 고속도로에서 차가 서는 바람에 사람이 차를 밀고 간다.

이것을 뭐라 해야 할까.

 

 

<저문 날의 삽화 5>

때로 박완서는 미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문장의 아름다움, 이야기의 아름다움 면에서 박완서는 뒤지지 않는다. (여기서 미는 선이 아니다. 균형? 글쎄,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들???)

소설은 초반은 늙음과 한적함, 여유로움 등등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느낌을 그린다.

 

이런 문장으로.

관능보다 진한 슬픔 때문에 발기하지 않는 노처(老妻) 젖꼭지에 이빨 자국을 내기도 했다.

 

뒷부분은 아내가 애타게 기도하는 내용에 대한 남편의 의심과 내용이 식구들이 태어난 순대로 죽게 해달라는 것이라는 대한 남편의 안타까움(식구들의 죽음에 끼어든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인간의 상처) 다루고, 이웃집 아이 보람이에 대한 아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거기에는 가족들에게는 정도의 사랑을 베푸는 면구스러운 노인이 되어가는 자들의 애환이 얇게 껴있다.


전화 소리에 기울이라던 아내의 부탁, 전화가 통도 울리지 않은 이유가 수화기가 잘못 놓여 있음(보람이가 사탕을 먹고 전화기를 가지고 놀았었다), 바로 받은 전화는 아들 내외의 교통 사고 소식으로 끝이 난다.


끝은 약간 서운하지만, 여기까지 끌고 오는 디테일과 노년을 그리는 아름다운 문장(서릿하게 살아온 날을 이들의 슬픔 같은 것을 보여주는) 반하고 말았다.




201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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