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해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4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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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기>

4권에 이르자 박완서가 나온다. 내 편견 속의 박완서 작가. 어머니로서 작가로서 자기를 드러내던 소설. 그래서인지 재미가 덜하다. 이전 소설이 이야기로서 끝을 향해 달려가며 완성도를 높여갔다면, 점점 두루뭉술하게 사건이 뭉쳐지는 느낌이랄까. 친구가 찾아와 딸이 운동권 남자와 결혼한다고 풀이를 하고 가고, 자신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위안을 얻던 화자가 그런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다시 종교를 찾는 과정. 인간의 미흡함에 대한 이야기이나, 어딘가 두루뭉술한 느낌이다.


오늘 성당을 다녀왔다. 이것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였다. 나라는 것의 하찮음에 대해서도. 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인간.

 

 

<저물녘의 황혼>

작가 박완서가 할머니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4권부터 나온다. 노인 문제에 대해 관심만 봐도 그렇다.


자식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노인이 고독 속에서 살부빔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대목들이 생생하다.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에 대한, 장미다방 마담에 대한 동정 감정의 기묘한 가지를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아들의 친구였던 의사를 찾아가 종합 검진을 받고 아들 친구가 데면데면한 박사님이 돼있는 대한 회한, 늙음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하소연 등도 진하다. 역시 박완서다.


이야기는 방향을 틀어, 어린 시절 함께 살던 화초 할머니라는 인물로 향한다. 둘째 할머니였던 화초 할머니가 집에 들어와 같이 살며, 꾀병으로 중풍을 앓으며 할아버지 곁을 지키던. 그때를 회상하며 그녀는 자신의 늙음과 고독을 쓰다듬기로 한다.

 

<꽃을 찾아서>

박완서는 인간 밑바닥에 대해 천재적이다. 밑바닥에 존재하는 인간의 특이성. 신수정은 '철저하게 진창투성이의 삶에 매달린 '생명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맛은 쓰기 그지 없다. 너무 쓴데 뱉을 수도 없다. 그게 여기이기 때문이다. 낭만을 허락하지 않아서, 그녀의 소설을 여러 읽다 그만 자빠질 적도 있다. 아침부터 출근 버스에서 진창에 빠지고 싶지 않아 잠을 청한 적도 있다. 그러나 삶의 진창에 대해 정도 고백할 있다는 . 대단하다. 환상이 아닌 삶에 대해 말하기, 이야기하기. 이야기 속에서만 가능한 지점을 박완서는 내뱉는다. 4권에 이르러 노인 문제에 천착한 그녀의 작품은 이전만큼 냉소적이지 않으나, 여전히 그녀의 쓰디씀과 세상을 화해시키지 않는다. 이제 5권이다. 변화 양상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대단한 작가다. 박완서에 대한 나름의 편견과 소문을 벗기고 박완서를 있는 기회가 있어 다행이다.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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