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려한 이중생활 1
현은성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그다지 화려하진 않다. 이 글의 작가, 현은성의 다른 글을 읽었을 때에도 느낀 일이지만, 이 사람은 글을 쓸 때, 단순하 한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지 않는다. 겉모습은 멀쩡해도 어디 한 군데가 고장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를 밀쳐내고, 또 밀쳐내면서, 그리고 끝내 놓아주고 나서, 고장났던 부분이 치유된다. 다른 무엇이 아닌 어머니에게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어릴 적의 기억이 그의 한 부분을 할퀴어 고쳐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던 것이 한 여인을 사랑을 받으면서, 그리고 마침내 제대로 된 사랑을 하게 됨으로 구원을 얻는다.
어릴 적의 중요성은 아무리 많이 이야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만났던 두 남녀의 사이에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질 때, 그 둘 사이에 있던 아이에게 조금의 주의라고 기울였더라면, 적어도 그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그 아이앞에서 하지 않았고, 끝내 그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 글의 주인공은 자기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자기가 낳은 아이라고, 자기는 사랑을 주지 못했지만, 당연히 사랑을 받을 것이라 자신했던 그 무심함이 그대로 자기에게 되돌아와 자기 배로 낳은 아이의 입에서 자기를 부인하는 말을 듣고, 끝내 한번도 사랑한다는 다정한 말 하나 듣지 못하고 어처구니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불쌍한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을 사랑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벌어졌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그 관계를, 그 여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가엾은 남자. 또한 이 두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아 불완전한 인간이 되어 자기의 부모가 한 그대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상처를 주고만 남주.
이 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쌍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신이 보내준 한 여인, 세진. 모든 세상사람들이 자기가 자라왔고 겪어온 대로 순진하리라고만 생각했고, 자기가 모든 것을 내 주면 결국 그도 모든 것을 내주리라, 그의 무심함의 벽을 뚫고, 인간다움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했지만, 결국 변해버린 것은 그녀였다. 자칫하면 자신도 그와 같은 상황으로 몰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강했다. 그녀가 받았던 사랑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를 원망하면서 상처를 받으면서, 본래의 티없이 순수한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대신 불완전하고 약하디 약한 그를 보듬어안아 줄 수 있을 정도의 모성으로 발전시켰던 그녀, 세진.
사람은 강하다, 또한 약하다. 사랑이란 감정은 굉장히 강렬하기도 하지만 또한 한꺼풀 벗겨내면 온갖 추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약한 인간이지만, 포기하지 않았을 때, 결국 그 이중적인 모습의 사랑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받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에 외로워하고 고독해한다. 그래서 그것을 다른 무언가에 몰두함으로써 메꾸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에 지나치게 몰두함으로 현재 있는 행복마저도 다 잃어버릴 수 있다. 새장안에서 날아간 새가 다시 자기에게 되돌아올 확률은 희박하다. 그 미미한 확률에 기대어 모험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소설에서의 남주는 그 모험에 성공했지만, 실제는 다른 법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자기가 그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외로워하고 있는 사랑스런 존재가 있을 지 모른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보듬자. 마음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뭔가에 의해 훵하고 문득 문득 드는 외로움에 눈물 지을 지라도, 혹시 모르지 않은가. 이 글의 남주처럼, 전능한 창조주가 나를 위해 그 빈 공간을 메꾸어 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완전하진 않지만 힘들 때 서로 기대어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어떤 존재를 데려다 줄 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그것을 바보처럼 눈을 뜨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민하게 감지해 꼭 안고 결코 놔주지 않는다면, 아마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했지만 한 순간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배신감으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던, 이 글 속의 남녀를 보고 우리는 배울 수 있다. 행복이란 금이나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지 않고, 마치 새털과 같이 약하고 가벼워서 한 순간의 실수로도 날아가버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