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70년, 로마 군대는 유대의 성전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전멸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 유대인들 중에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사람들과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이들을 모두 이끌어 가야 했던 랍비 요한나는 몹시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궁리를 한 결과, ˝아무래도 로마의 장군과 협상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구나.
그러나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경파들의 반대 때문에 성을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군.˝
하고 생각한 요한나는 꾀를 내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온 성안에다 내가 몹시 아프다는 소문을 내도록 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곧 온 성 안에는 랍비 요한나가 중병이 들어서 죽게 되엇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습니다.
강경파 사람들에게도 이소식은 전해졌습니다.
˝얼마 전에 몸져 누우셨다더니....˝
˝이 시대에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랍비였는데 돌아가시다니....˝
얼마 후 제자들은 요한나를 장사 지내기위해 성 밖에 묘지로 나가려 하였습니다.
요한나의 주장에 반대했던강경파 수비병들은 그의 죽음을 확인하려 들었습니다.
˝돌아가신 랍비에겐 죄송한 일이지만, 시체를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으니
정말 죽었는지 칼로 한번 찔러 보아야 겠소이다.˝
˝절대 안 딥니다. 돌아가신 분을 욕되게 하는 짓입니다!˝
라고 제자들은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으음, 하긴 존경스러운 랍비껜 실례겠지.˝
이렇게 하여 겨우 성을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로마 병정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습니다.
˝꼼짝 마! 너희 유대인들을 어떻게 믿어! 칼로 찔러 봐서 죽은 것을 확인 해야겠다.˝
제자들은 관을 칼로 찌르려는 로마 병정 앞을 가로막으며,
필사적으로 대들었습니다.
˝당신들의 황제가 죽어도 이렇게 할 거요?
더구나 우린 무장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로마 군인답지 않은 짓이 군요.˝
제자들의 항의에 로마 군병들은 그들의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랍비 요한나는 로마군의 사령관 타이터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한나는 정말 죽은 것이 아니라 관 속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나는 사령관의 얼굴을 보며 말했습니다.
˝장군, 당신을 틀림없이 다음에 로마 황제가 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사령관은 황제를 욕되게 하였다고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나 요한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내 말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당신은 로마의 황제가 될테니까요.˝
˝장래 일은 그만두고 나를 찾아온 용건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사령관은 랍비 요한나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빨리 말하라고 재촉했습니다.
랍비 요한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 당신을 찾아온 것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조그만 방이라도 좋습니다.
열 명 가량의 랍비가 일할 수 있는 학교 하나만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것만은 절대로 부수지 말아 주십시오.˝
요한나는 예루살렘이 로마군에게 짓밟히고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만 있으면 유대인의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령관은 요한나에게 꼭 그렇게 해 주마고 약속을 했습니다.
얼마 후 로마의 황제가 죽자, 요한나가 말한 대로 그 사령관이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곧 병사들에게,
˝작은 학교 하나만은 남겨 두어라.˝ 하고 말했습니다.
랍비 요한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사령관을 찾아간 보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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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학교에 숨어서 살아 남은 학자들이 있었기에
유대의 지식, 유대의 전통, 유대인의 신앙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난 다음에 그 조그만 학교에서만 그대로 지켜지던 유대인의
생활양식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유대인의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