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재밌었다.
웃훗훗훗. 인터넷에서 재미없다는 평을 많이 봐서 걱정했는데, 음하하.
오페라의 유령 원본 cd와 음악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사람의 노래 못한다는 혹평이 있었지만 그 앤드류 로웨버인가 하는 사람, 비슷한 목소리를 찾느라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사라브리트만의 역을 한 그 여자는 참 얼굴이 이뻤고, 노래도 의외로 잘했다.
그리고 팬텀역의 남자는 성량이 조금 딸리긴 했어도, 원본과 거의 흡사한 목소리에 아주 만족, 대 만족이다~
만약에 이 영화가, 비극이 아니었다면, 크리스틴이 라울이 아닌 팬텀을 선택하는 ㅓㅅ으로 막을내렸다면 이건 이 정도로 재미 있진 않았을 것이고, 뮤지컬로 그렇게 많이 상영됐는데도 그렇게 많은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실제 원작을 본 나로서는 상당히 미화된 팬텀에 꽤나 흡족했고, 그 가려진 가면 말고는 수려한 외모의 배우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크리스틴이 얼굴도 못생긴 라울을 선택하는 것이 꽤나 못마땅했지만, 그녀는 한편으로는 라울보다도 팬텀에 끌렸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팬텀의 그 사악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그를 거역하지 못했다. 마약에 취한 듯 몽롱하게 그의 목소리에 빠져서,말이다. 그의 원래의 흉칙한 얼굴을 본 후에도 팬텀을 싫어하지 못했던 그녀가, 라울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빛을 추구한다. 라울은 비록 못생기고, 별거 아니고, 한심한 놈이지만(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빛의 세계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인간이 천사같이 착한 인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상에서 활보할 수 있고, 그늘이 거의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거다.
반면 팬텀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그는 암흑의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흉칙한 얼굴 때문에 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살아온 그의 성품이 삐뚤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는 가만히 몸을 말고 참아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자유롭기 위한,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살인과, 계략을 선택한다.
가엾은 영혼, 가여운 남자.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의 사랑을 얻지도 못하고, 그의 절규는 어둠 속으로 묻혀버린다.
이 팬텀은 아마도 뮤지컬 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요즘 세상이었다면 진작에 성형수술을 해서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발전되지 못한 의학기술과 무지하고 잔인한 일부 인간들의 행위가, 틀림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웠을 그의 영혼을 그렇게 검은 색으로 물들여버린 것이다.
이 영화에서, 뮤지컬에서의 라울은 지극히 조연이다. 그냥 팬텀과 대비되는 인물일 뿐이고, 조금의 매력도 보이지 않는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그 인물 설정은, 틀림없는 앤드류 로웨버의 편애로 인한 산물일 거라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 더욱 안타깝고 그렇기에 더욱 재밌는 오페라의 유령.
잠시 생각해 봤다. 그렇게 울부짖는, 외로움에 지쳐, 빛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그 고독한 영혼을, 크리스틴이 선택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그리고 그가 크리스틴을 평생동안 사랑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의 영혼은 너무나 가엾다. 그리고 그를 다른 한 여인이 사랑했으면 좋겠다. 비록 영화는 거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알 순 없지만,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
ps. DVD나오면 꼭 살 것이다. 너무 재밌었다. 음악도 환상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