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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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출처 : 책속에 책 > 감자줄기 독서법

 감자줄기 독서법
조희봉 북칼럼니스트  | 2004-11-01

얼마 전 이윤기 선생님 댁에 갔다가 낡은 영어 사전 한 권을 보았다. 보통의 작은 페이퍼백 사전이 아니라 국어대사전처럼 굵고 큼지막한 사전이었는데, 하드커버 표지는 이미 어디론가 달아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잡아끄는 건 얼마나 들춰 봤는지 온통 손때를 까맣게 탄 얇은 종이들이 귀퉁이가 모두 떨어져 나간 채 동그랗게 말려서 나달나달하게 닳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 낡은 사전 한 권만으로도 번역가로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이었는가를 충분히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 사전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문득 선생 책의 한 구절이 선명하게 떠올라왔다.

"나는 지금도 사전에서 내가 바라는 항목을 찾을 때마다 항목의 미로를 헤매고는 합니다. 정작 찾아야 할 항목을 잊어버린 채 몇 분 동안이나 사전을 뒤적거리고는 하는 것입니다. 가령, 감자 덩어리가 줄기인지 뿌리인지 알아보려고 '감자'를 찾다가는 김동인의 「감자」 항목도 읽어 보고, 사탕수수를 뜻하는 '감자'(甘蔗), 경제용어임에 분명한 '감자'(減資), 자화(磁化)의 반대 개념일 터인 '감자'(減磁) 항목도 읽어 보고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버릇 때문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내게 이 버릇을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이윤기, 『하늘의 문』(열린책들) 중에서)
생각은 여기서 다시 줄기를 탄다. 감자 캐기는 영어 단어를 찾는 영어 공부법에만 쓰일 수 있을까. 혹시 책을 읽는 데도 '감자줄기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독자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를 읽기 시작한다. 정신을 홀딱 빼 놓는 신화의 재미에 빠진 독자는 이제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신화의 세계로 좀더 깊이 들어간 그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민음사)와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창해)를 거쳐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딧세이아』라는 다른 줄기로 건너간다.
또는 아직 이윤기라는 감자줄기를 놓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그의 본격적인 신화 이야기 『뮈토스』(고려원)를 읽고 나서 그가 번역한 조셉 켐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신화의 힘』(이끌리오)을 거쳐 미르치아 엘리아데나 프로이드까지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줄기를 따라 흙 속에서 감자가 후드득후드득 마구 딸려오기 시작한다.


 

 

 

또 다른 독자는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를 읽기 시작한다. 벽(癖)에 들린 조선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정신을 홀딱 빼앗긴 독자라면 역시 이 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굵은 감자줄기를 당기기 시작한다. 이덕무에 반한 독자라면 이미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열림원)을 펼쳐들었을 테고, 박제가에 끌렸다면 산문집 『궁핍한 날의 벗』(태학사)이나 『북학의』(서해문집)를 캐기 시작했을 터이다.

 

 

 


박지원이라는 줄기로 넘어갔다면 감자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해서 그의 아들 박종채의 『나의 아버지 박지원(過庭錄)』(돌베개)이나 정민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태학사)를 잡았을 것이다. 아니면 바로 『열하일기(熱河日記)』(민족문화추진회)를 찾아 나섰거나, 아쉬운 대로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부터 읽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아직 정민이라는 감자줄기를 놓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시미학산책』(솔)을 지나 김원중의 『당시』, 『송시』(을유문화사)나 임창순의 『당시정해』(소나무)에서 이백과 두보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이미 감자가 너무 무거워서 쉽게 일어설 수도 없다.

모든 책이 다 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라면 모두 길고 굵은 감자줄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주렁주렁 감자를 한 아름씩 달고 있다. 줄기는 흙 속에 묻혀 있지만 여러 가지 모습으로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책 속에서 인용으로 나타나고, 주(註)나 해설 혹은 참고 문헌에 나타나기도 한다. 책날개에 붙어 있는 저자 소개만 유심히 읽어 봐도 그 책 혹은 작가와 관련이 있는 감자줄기와 감자들을 능히 알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이윤기 선생은 이렇게 잇고 있다.
"나는 소년 시절부터 '말'을 공부하되 감자 캐는 기분으로 했습니다. 감자를 캐 본 사람은 잘 압니다. 감자 잎줄기를 잡고 그냥 뽑으면 감자가 딸려 나오기는 해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딸려 나오지는 않지요. 이럴 때 조심스럽게 호미를 흙 속에 박고, 무겁게 긁는 기분으로 당기면서 잎줄기를 뽑아 올리면 감자가 주렁주렁 딸려 나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는 되도록 감자가 많이 딸려 나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작업 능률의 극대화 같은 건, 적어도 내게는 쥐뿔도 아닌 것이지요."

시간을 많이 들일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작업 능률의 극대화 같은 건 쥐뿔도 아니라고 믿는다면 책을 읽는 것도 감자를 캐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굵은 감자줄기 한 권부터 움켜잡고 시작해서 무겁게 긁는 기분으로 샅샅이 훑어 나가면 그리 오래지 않아 하나인 줄로만 알았던 감자가 줄줄이 엮여서 달려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주저앉아서 감자를 캐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손때가 까맣게 묻고 책장이 하나같이 나달나달해진 굵은 영어 사전 한 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말만 캘 것이 아니라 컴퓨터 전원을 끄고 책장으로 가서 알 굵은 감자책이나 한 권 캐야겠다.

 
글쓴이 소개

조희봉 북칼럼니스트 - 북칼럼니스트, 『전작주의자의 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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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안되는 거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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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시키지 않고는, 교정될 수 없다.


너무도 힘들었던 지난 달, 마지막 주.
집에 가서 바닥을 구르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었던 시간을 보내면서,
이대로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없어졌다 하기를 몇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약점은 내보여야 한다고.
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약점,
그것이 나의 내부에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쳐지지 않고,
고쳐지지 않으면 반복될 뿐이다.


설령, 
자기 뼈를 깍는 듯한 아픔이 동반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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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다 2005-07-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 서재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이 상담하는 코너가 있는데 참여가 상당히 저조해서 폐쇄를 고려중입니다. 분명히 그 분들한테 도움을 드리는건 제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데 말이죠. 정신적 고통이 자신때문에 생긴 약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정신적 고통은 단순히 호르몬 등 생리적인 문제로 생기는것인데도 말이죠.
 

 

옆에 아무 사람도 없는 사람이나,

옆에 사람이 있어도,

언제나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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