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 죽은 나무를 보았다.
여름, 다른 것들은 푸르름을 뽑내며 오랜만의 비에 환호하며 팔을 뻗고 있는데,
그것은 고개를 숙인채 힘없이 서 있었다.
아무런 의지도 생명도 느껴지지 않았던 그 고목.
속에서부터 썩어들어가 겉으로도 들어난 그 부풀어오른 상처 위로,
벌레들이 들락날락 거릴 뿐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은 찌푸려지고
'대체 왜 이런 나무를 그대로 두는 거야'라는 불평어린 목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난 가만히 서서 나무를 보았다.
말라비틀어진 잎이 저 위에 몇개 데롱데롱 매달려 있는 것과,
그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비를 보았다.
생명수. 입을 벌려 삼키고 싶은 단비였건만,
나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미 죽어버린 것이다.
인간의 무관심과 자기만을 아는 이기심으로 몸을 할퀸 자국위로 선명하게 부풀어오른 고름.
언제서부터인가 도로를 온통 뒤덮은 철상자에서 내뿜는 매연은, 숨조차 쉴 수 없게 한다.
속에서부터 썩어가고 겉으로 흘러내리는 피와 고름이 뒤섞였을 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조차도 오염되어 자신을 공격하는 독극물로 변했을때,
과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쉽사리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 흉하게 뒤틀린 몸뚱아리를 손을 뻗어 안아주고 싶었다.
눈물과도 비슷한 그 흉하게 부풀어오른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 이미 늦었지만.
나무는 동사무소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자신을 뽑아갈때까지 그렇게 서 있을 것이다.
무관심과 이기심에 상처받을 대로 받아, 생명을 잃어버리고 희망을 잃어버린 나무.
그것은 마치 이 세상의 끝을 보는 듯 했다.
구원의 손길이 내려오지 않는 한,
멸망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는 비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난, 꿈꾼다.
혼탁하고 흐려지고 각종 죄악으로 가득차고 많은 고통과 신음으로 얼룩진 이 세상이,
정화되고 깨끗해질 날이 오기를.
그 언젠가,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미래의 순간에,
이 죽어버린 나무 역시 되살아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