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1
소다 마사히토 지음, 장혜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만화를 본 것은 원래 만화도 좋아하고, 특히 연극이라든지 발레라든지 하는 소재의 만화를 무척 좋아해서 단지 발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어들었고, 또 그 이전에 봤던 '환상의 프리마돈나'를 재밌게 봤기 때문이기도 했다.

환상의 프리마돈나 식의 순정틱하고 이쁘고 아름다운 선, 솔직히 처음에는 그런 것을 기대하고 이것을 봤는데, 갑자기 턱 하니 보여지는 굵직굵직한 선에 이쁘다고는 할 수 없는 그림체, 뭔가 뒤틀어진 내용, 아름답고 황홀해지는 발레가 아닌 살기위한, 살아남기 위한 전투같은 발레였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것이 지나칠 정도로 대단해서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잡아먹고 빛을 보이지 않게 해버린다. 편하게 배워나가는 것 같지만 항상 치명적인 어려움은 계속해서 생기며 하나를 극복하면 또 하나가 문제가 생겨버린다.

기타 다른 어떤 장르에서도 당연히 그렇지만, 작가의 그림체에서 주는 느낌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치열하고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만들고 소름마저 끼치게 만드는 그 극복과정들은, 단지 투명하고 아름다운 타고난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천상의 발레가 아닌, 땀흘리고 피흘리고 싸워서 쟁취해내야하는, 천상이 아닌 인간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재능은 그냥 주어진 재능이 아닌 죽음이라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을 직면한 상태에서 깨어난 본능이었다. 재능은 갈고 닦아지는 것이지만, '본능'은 그것을 깨어나게만 하면 되는 것. 얼핏 쉬워보이지만 주인공의 천재성이 발휘된 것은 항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였다. 마치 이 작가의 또 하나의 작품 '911'에서도 그랬듯이 말이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바램이 아닌, 해내고야 말겠다는 이루고야 말겠다는 각오도 아닌, 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육식동물에 쫓기는 노루처럼, 그저 푸릇푸릇한 정열이 아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두다 살라 태워버리는 치열한 불꽃처럼, 스바루가 하나하나 이루어내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냥 대면대면하고 싱거워서 보고나면 어딘가 모르게 허무한 내용이 아니라 보고나면 자신도 모르게 진이 빠져버려 한동안 눈을 감고 몇십분이나 떨림을 멈출 수 없게 만든, 스바루는 나에게 있어 이런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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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5-06-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다 댄싱도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