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투력 - 여자 직장인을 위한 선배의 멘토링 1
서명지 지음 / 한국경제매거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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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회사생활에서 고민이 많아지던 차에, 공채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한 브랜드의 CEO까지 되신 여성이 책을 냈다는 소식에 흥미가 생겼던 책입니다. 요즘은 나이야 가라! 하며 늦은 나이에도 아예 모르는 분야로 과감하게 틀어서 성공하시는 분들도 꽤 되시는데, 저자인 서명지 님은 그런 건 아니고 FM대로 꾸준히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결국 CEO까지 되신 분이시더라고요. 한 우물만 파되, 여러 직무를 넘나들며 많은 활동을 하신 분의 철학과 조언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먼저 말하자면, 알게 모르게 여성 사원들을 차별하는 듯한 발언을 종종 하세요. 예를 들어 "남자들은 그러지 않는데 여자들은 징징댄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그 원인을 자기가 생계를 꾸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닌가 분석을 하시는데 좀 실망했습니다. 본인도 스스로 책에 쓰셨듯 요즘처럼 비혼이 넘쳐나고, 커리어를 위해 임신출산육아를 포기하는 여성들이 산더미처럼 많은 시기에 이런 표현과 이런 원인 분석이라니? 본인 내면의 편견을 드러낼 뿐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 식으로 꽤나 여기저기서 '나 때는 훨씬 어려웠는데 요즘은 좋아져서 말이야~ 하면 다 된다고~' 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실제로 말도 안 되게 어려운 환경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경험이 축적되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왜, 자수성가한 사람 특유의 단언하는 태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적용해봐도 좋겠다 싶은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특히 각 장 마지막에 'Key Advise'와 'Check List'가 있어서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하면 되겠다, 하는 가이드라인을 줘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실력으로 무장해서 내 몸값을 올리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조언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저는 일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 열성적으로 즐겁게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회사에 가는 게 싫지 않지만(이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합니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일이 많은 게 정상인가 하면서 허덕이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온갖 일을 다 가져오는' 저자의 삶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이런 사람이 CEO가 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뜨겁게 온 마음을 불태워서 회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쯤은 온 마음을 다해서 내 자신을 레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냥 남들이 던져주는 일 말고, 제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회사 생활 하는데 자극이 필요하다, 뭔가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누가 야단 좀 쳐줬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가이드라인만이라도 챙겨 갈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닐까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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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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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속 주인공들의 이름과 배경이 낯익다는 건 아직도 좀 신기하면서도 재밌게 느껴집니다. 워낙에 외국 작품들을 더 오래, 더 많이 봐온터라 아직도 주인공 이름이 '오세희'나 '서소희' 같이 익숙한 한국식 세 글자가 되면 저도 모르게 앗! 하는 마음이 들어버려요ㅋㅋㅋ 최근 몇 년간 한국 배경으로 쓰인 SF 작품을 꽤 많이 읽었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미래과거시제>처럼 더 나아가 언어, 특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한 글을 읽고 있으면 피부로 와 닿는 현실감이 2배, 3배 정도 더 되어서 재밌습니다. 예를 들어 <인류의 대변자> 같은 경우는 한국 사회에서 수능이라는 이벤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거든요. 소설 배경이 정확히 몇 년도인지 모르니 아마 수능이 없어진 후일 수도 있겠지만, 학력고사나 수능이나 그 외 또 다른 이름이 붙더라도 아마 대학입시능력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전히 같지 않을까요? 그 아래 깔린 문화적 맥락이 웃긴데 또 공감되서 저도 모르게 계속 웃게 돼요. 정말 그럴 것 같단 말이죠.


또 재밌었던 작품이 파열음이 사라진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라는 단편이었어요. 대역병의 시대를 지나 바깥으로 침이 튀는 파열음이 야만스럽다고 점차 사라진 시대가 배경인데, 근대사 아카이브에서 과거의 영상 자료를 찾아보는 대학원생이 주인공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오타를 발견한 줄 알고 '출판사에 정정하라고 알려줘야겠다' 싶었는데 몇 문장 읽다보니까 모든 문장, 모든 단어에서 일부러 파열음을 삭제했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번째 문단이 파열음이 들어가지 않은 단어만으로 구성되어서 그걸 눈치채는 시점이 조금 늦어진 거예요. 예를 들어 '근대사 아카이브'라는 단어를 '근대사 아가이브'라고 써 놓은 식입니다. 그러니까 읽다보면 약간 속도가 덜컹거리며 늦춰지는데, 또 알아먹기 어렵지는 않아요.


저는 이 단편을 읽는 내내 제가 예전에 봤던 배우 김혜수 님의 데뷔 시절 영상 인터뷰를 떠올렸어요. 당연히 30년도 안 된 자료인데도, 지금의 서울말과 그때의 서울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고요. 사용하는 억양이나 단어나 말투 같은 게 미묘하게 다 달라요. 그래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현대에도 말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중이구나, 실감했었거든요. 이 소설은 미래에서 보면 현대의 언어가 또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까? 하는 관점에서 쓰인 느낌이라 재미있었어요.


배명훈 작가의 주인공은 다정해서 좋아요. 사람에게 다정하고, 사람을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악의와 선의 어느 쪽으로도 손을 뻗을 수 있다면 그냥 선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거든요. <홈, 어웨이>에서 자신을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미워하는 친구의 슬럼프를 걱정해주는 마음이라든가(아, 그렇지만 앞으로 그 라이벌 친구가 영영 주인공을 미워한다고 해도 인정입니다) <절반의 존재>에서 가족에게 거부당한 동료의 필사적인 자기증명을 지켜봐주고 함께 깔깔 웃는 순간 같은 것들은 괜히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하는 면이 있잖아요. 세상이 어찌되든 누군가는 따뜻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꼭꼭 챙겨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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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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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처음 브론테 자매를 인지하게 된 건 초등학교 때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였어요. 소설 속에서 묘사되었던 끔찍한 가정 환경이나 기숙 학교에 치를 떨면서, 주인공인 제인이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마침내 제인이 평온한 행복을 얻게 되었을 때는 너무 설레고 기뻐서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제인 에어>의 작가의 동생이 <폭풍의 언덕> 작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당장 <폭풍의 언덕>도 사다 읽었죠. 근데 이 작가들의 또다른 자매도 책을 썼다지 뭐예요? 아니 이 사람들 뭐지? 싶었던 게 브론테 자매와의 첫 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공간, 어린 시절부터 험난하고 실패로 가득 찼던 사회생활 초년기, 연애사(...)라고 말하기도 뭣한 이뤄지지 않은 인연들, 각자의 성격, 작품이 발표된 이후 달라진 인생 같은 것들을 브론테 자매 본인과 가족과 친구들의 편지 및 당대 생활상을 엮어서 자세하게 풀어냅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건 브렌웰에 대한 가족들의 사랑과 기대였어요. 이미 브렌웰이 어떻게 됐는지 아는 입장에서는 그저 브론테 가문의 망나니라는 인식이 엄청나게 강했거든요. 모두에게 민폐만 끼친 한심한 놈팽이었다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그건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매우 자명한 사실이긴 합니다. 다만 그런 망나니에게도 브론테 자매와 마찬가지로 재능 넘치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누나들과 동생에게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형제인 순간이 있었다는 게 참 서글펐어요. 브렌웰이 죽고 나서 샬롯이 쓴 편지를 읽는데, 그 모든 사랑과 기대와 배신감과 고통과 슬픔과 미움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말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다 큰 성인이 지 인생 망치겠다는데 가족이 뭐 어떻게 말리겠어요. '잘못된 길을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버린 샬롯과 그 가족들만 안타깝죠ㅠ


브론테 집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너무 신기한 게, 외부 사람들과 교류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에밀리나 앤은 사실상 거의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죠) 자신이 경험한 것보다 더 크고 생생하고 풍부한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거예요. 왜 보통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아주 좁은 현실 안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들여답는 작품을 써낸 걸 보면, 결국 책이라는 간접 경험치도 우리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어떤 지혜나 통찰력 같은 걸 주는 게 맞나봐요. 물론 문학적 재능이 충분히 뒷받침해 주기도 했겠지만요.


온갖 삽화와 그림이 잔뜩 수록되어 있는데, 개중 상당수가 브론테 집안 사람들이 직접 그리거나 만들거나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문학적 재능뿐만 아니라 회화적 재능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다니, 너무 신기해요! 현재 남아있는 작품만 해도 이러니, 소실되거나 사라진 시, 편지, 소설, 회화 등등을 모으면 얼마나 대단했을까 싶어서 괜히 제가 다 아까워집니다. 그래도 이들 자매는 살아서부터 조금씩 유명세를 얻었던지라 남아있는 게 많아서 다행이에요.


전체적으로 고퀄리티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책이었어요. 찾아보니까 <일러스트 레터>라는 시리즈로 제인 오스틴과 반 고흐의 편지도 있던데, 나머지 두 사람도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예술가들인지라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브론테 자매를 좋아한다면,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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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 - 끝내기 실책 같은 상황이어도
쌍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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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야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만, 야구팬들이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이미지를 심어준 사람은 단연 쌍딸 작가님입니다. SNS를 보다보면 '야구팬들은 다들 이렇게 화가 많은데 말 잘하면서 웃긴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사람이었어요. 전작인 <죽어야 끝나는 야구 환장 라이프>도 재밌게 봤는데 이번 <우리 인생 정상영업 합니다> 역시 그런 작가님의 필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재밌었다는 얘기~


전 사실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어서 축구든 야구든 그냥 완전 깡통은 아닌 정도만 알아요. 야구에서 세세한 규칙 같은 건 모르고 3개 아웃되면 한 텀이 끝나고, 1루-2루-3루-홈 밟아야 점수 따고, 한 경기는 9회이고... 뭐 그 정도 아는 거죠. 반면에 작가님은 인생 자체가 야구에 푹 절여지다시피 하신 분이라(ㅋㅋ) 책 곳곳에서 온갖 야구 얘기들이 다 튀어나옵니다. 비유를 해도 야구에 해요. 예를 들면 작가님이 오랜 삼성의 팬인데, 삼성 선수로 오래 활약하던 선수가 팀을 떠난 일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꺼내신다고요!


근데 신기한 건 저는 야구를 좋아한 적이 없는데도 이런 심정을 알 것 같다는 거죠. 왜냐면 전 야구는 아니지만 다른 장르에, 다른 뭔가에 이런 애정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이런 '잘 먹고 잘 사는 데 하나도 도움 안 되지만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것을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걸 두고 책에서는 '마냥 좋아하는 것이 낭만'이며 '식으면 뭐든 맛없어지니 식기 전까지 마음껏 좋아하자'고 하더라고요. 공감 100%!!!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라, 나중에는 아무리 다시 좋아하려고 애써도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경험적 진리입니다..


의외로 굉장히 무겁고 눈물이 계속 줄줄 났던 장도 있었는데, 입에 담기 조심스러운 얘기라 서평으로 옮기기는 좀 그렇고 다들 한 번 읽어봐주시면 좋겠네요. 거기 적힌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책을 덮고 몇 분 동안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다시 그를 말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저는 아직 가늠이 잘 되지 않아요. 이건 준비를 한다고 쉬워지는 문제도 아닌 것 같아요. 알고 맞아도 모르고 맞아도 내내 계속 아픈 일이라 세상에는 그토록 많은 예술작품이 존재하는 거겠죠ㅠ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솔직하지만, 중간중간 깨알같이 진지함과 다정함을 섞어놓아서 글이 정말 술술 읽힙니다. 앉은 자리에서 한 30분만에 다 읽은 것 같아요. 저랑은 정말 많이 다른 성향의 사람 같은데, 그런데도 이렇게 공감 가게 글을 쓰실 수 있다니 정말 그 글솜씨가 부럽습니다! 뭐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또 뭐든 다 잘하는 분 같아서 넘 대단해보여요. 트위터 가서 구독 누르고 싶은 심정~!~~!!! 앞으로도 계속 글 쓰실 것 같은데, 후속작도 꾸준히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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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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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한 SNS였습니다. 그때 작가님이 보여주신 언행이 너무나 비범했던 나머지, 그게 이제는 밈으로 변해 인터넷 세상을 떠돌게 할 정도였죠. 작가님께서 본인 고양이 역시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멍때리면서 지켜보곤 한다는 사진과 글을 올리셨는데, 거기에 답글이 달립니다. 드럼식 세탁기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고요. 그러자 작가님께서 거기에 다시 답글을 남기셨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의 표지에도 적혀 있는 그 문구입니다. "그래 보이나요?심각한 건 아닙니다."


<오색찬란 실패담>은 작가님의 이런 태도를 총망라해서 한 권으로 엮어낸 것 같은 책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저래도 괜찮을까? 싶은 얼렁뚱땅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상황에서 온갖 고민과 생각 끝에 해탈과 달관에 이르러 허허 웃으며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외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어쩜 이렇게 시트콤 같은 일상을 살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물론 살고 계신 작가님 본인은 시트콤이 아니라 인생극장 다큐멘터리라고 느끼실 테지만요.


작가님의 호방함(?)에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으면서 봤던 꼭지는 '개미는 여행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여행 자금을 모으려고 주식을 했다가 몽땅 다 잃으시는 바람에 여행을 못 가게 되셨다는 얘기였어요. 깜짝 놀란 게, 사실 (주식을 전혀 모르는) 제 생각에도 코로나가 끝나면 노래방 사정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가님이 노래방 주식 사자마자 떡락하셨다고;; 아니 왜죠? 역시 주식은 무서운 것이에요.. 아무튼 작가님의 주식은 가성비 좋은 호캉스 비용에서 제주도 여행 경비로 발전해, 이윽고 일본 여행 경비 전체를 날려먹고 맙니다. 거기에 대한 작가님의 대응은? '까짓 일본, 다녀오진 않았지만 다녀온 걸로 치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이 반응이 너무 익숙해 웃펐습니다. 만원 이만원에 벌벌 떨던 제가 한꺼번에 오백만원 정도 잃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잊어버리자 싶은 마음이 되던데, 그거랑 완전 똑같더라고요ㅋㅋㅋ


마음을 묵직하게 눌렀던 얘기로는, 영화나 연극 관람에서 조용히 쥐죽은 듯 앉아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도 공연 관람을 자주 다니는 입장으로서 극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고요한지 잘 알거든요. ADHD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등에게는 그런 식으로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래서 그들이 공연 문화로부터 배제된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공연은 워낙 비싸고 일회적인 장르이다보니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좀 더 자유로우면서도 각자 관람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게 됐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싱어롱 회차 같은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거의 다 사라지긴 했거든요. 상영회 같은 거면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대책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삶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쩐지 공감이 가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살아온 인생 여정도, 삶의 방식도, 성격도, 취향도 전부 다 다르지만 '나만 아는 정말 한심하고 못난 나'를 껴안고 산다는 점에서는 작가님과 제가 똑같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게다가 작가님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그걸 해내신다고요! 어둠의 시간 뒤에 찾아온 평화의 시간 같은 느낌이라 읽으면서 괜히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저도 얼른 거기까지 도달하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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