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육사시집 - 1956년 범조사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이육사 지음 / 더스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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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시인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윤동주와 이육사를 꼽지 않을까 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과서에서 이 두 시인의 작품을 읽고 배우면서 컸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의 시를 제대로 한 권의 책으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집은 본 적이 있는데, 이육사 시인의 시집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하나하나가 어찌나 '이육사'스러운지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답니다!


 서문을 쓴 지인은 이렇게 평합니다. '참으로 육사가 그의 짧은 생애에 생명으로써 정열하고 관심치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문학이 아니요, 그보다 더욱 절실한 그 무엇에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가 문학에다 본령을 두었더라면, 그의 빛나는 천품이 어찌 불과 작시 수십 편에 그쳤겠는가.(...) 그러나 육사는 시인으로서 남고 말았다.' 한마디로, 이육사가 만약 감옥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시인이 아니라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나 정치인으로 그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아까운 인재였다는 거죠.


 물론 이육사는 시인으로서도 당연히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이육사의 시뿐만 아니라 수필이나 논평, 편지 같은 글이 모두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저는 역시 익숙한(?) 시가 좋았어요ㅋㅋㅋ 이육사의 시는 '시대상황'과 맞물려서 늘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이 되고야 마는 게 안타까웠기에, 이번에는 내가 시에 대한 배경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광야>나 <절정>, <꽃> 같은 작품을 저항과 의지 빼고 읽기란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시가 아니라 그냥 다른 시를 읽어도 '아 이 사람은 어느 시대에 태어났어도 기득권에 저항하고 운동을 했겠구나' 하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볼까요? 1연부터, 아니 그냥 제목부터 이 사람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면서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믿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습니까?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라뇨! 수많은 소망 중 콕 하나만 집어서 그것을 품고 살겠다는 거잖아요! 3연을 보면 더 가관입니다.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이 낡은 땅에서/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소망이 이뤄질 날을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냥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부릅니다. 이걸 시대와 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게 더 어렵지 않겠어요? 정말.. 정말 일관적인 사람입니다. 시 하나하나가 다 이래요. 정말로 문학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삶의 지향점이었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먹먹했습니다. 이육사 시인이 광복 1년 전인 1944년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역사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 1년이란 시간이 너무나 야속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독립을 살아 생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룬 뒤에 이육사 시인의 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 후로는 또 어떤 꿈과 어떤 별을 노래했을지, 어쩌면 우리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이육사 시인의 시를 평소에 좋아하셨다면,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아요. 워낙에 색깔이 분명하신 분이라 모든 시에서 '나는 이육사다' 하는 도장이 쾅쾅 하고 찍혀있는 느낌이거든요. 그 어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 최악의 순간에도 꼿꼿한 믿음 같은 걸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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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정석 - 개정증보판 기자처럼 글 잘쓰기 2
배상복 지음 / 이케이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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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굉장히 '정석'적인 내용의 글쓰기 조언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잘못된 문장을 예로 들고서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 알려준 후, 다시 올바른 예시로 쓰는 방법은 학창시절 국어 시간을 떠올리게 했어요.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고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그 정도 수준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독자를 위해 한 번 더 짚어주는 베이직 같은 느낌이에요!


 [품격 있는 문장을 구사하라]는 6장 내용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저는 문장을 짧게 쓰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뭘 써도 문장이 길어지기 마련인데, 그러다보면 쉼표도 접속어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가끔 각 잡고 글을 깔끔하게 쓸 때도 있지만 보통은 아무래도 너저분해져요. 저는 글을 읽을 때 무조건 속으로 소리를 내면서 읽어보는 사람이라, 문장 중간에 쉼표가 특히 더 많아지거든요. 왠지 거기서 한 번 호흡을 쉬어가라고 표시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어요(ㅋㅋ). 그런데 작가님은 쉼표를 많이 쓰느니 그냥 다 빼버리시더라고요? 심지어 그게 속발음 하면서 읽어도 딱히 더 불편하지도 않더라고요?


  [설득은 논리에서 나온다]는 4장도 괜찮았습니다. 인과관계를 설명하면서 'A는 B이다'가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을 때 어떻게 고쳐쓰면 되는지 알려준 부분은 두고두고 유용하게 쓸 것 같아요. ~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 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 한 면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가급적 ~ 하면 좋다, ~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등등. 부드럽게 돌려 말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한큐에 정리된 걸 보니 좋았습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지적한 부분도 속이 시원했어요. 요즘 주어-서술어가 안 맞는 문장이 상당히 많잖아요.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자기 글을 꼼꼼히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인상적인 자기소개서나 인기 있는 SNS가 되기 위한 방법 같은 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합니다. 굉장히 기초적인 내용이라 '이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싶은 내용이 꽤 들어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를 어필해야 한다! 같은 조언은.. 물론 타당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 건데?' 싶어질 뿐이거든요. 구체적인 사례를 많이 들어가면서 감이 잡히게 하는 게 아니라면, 저런 원론적인 내용은 사실 쓰는 입장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SNS에서 제목이 중요하다! 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누가 그걸 모르나요. 매력적인 제목이 어떤 것일까 사례를 왕창 들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언어영역 공부하면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해서 즐거웠어요! 시리즈라고 알고 있는데, 1권 문장기술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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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상식사전 -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프리랜서, 투자자, 자산가까지 모두를 위한 맞춤형 절세 플랜!, 2021년 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유종오 지음 / 길벗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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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었다는 걸 언제 느끼시나요?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때 느낍니다. 학창시절처럼 그냥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하는 걸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시기가 오잖아요. 부동산이라든가, 세금이라든가, 보험이라든가, 청년정책이라든가, 하다못해 장학금 같은 것도 스스로 찾아서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거저 주어지는 게 없는 순간! 내가 내 권리를 알고 내 몫을 찾아서 누려야 하는 순간. 그게 바로 어른이 되었다는 걸 실감하는 때 같아요.


 최근에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에도 자연스럽게 눈이 갔어요. 세금이라는 게 여기저기서 엄청 많이 떼이다보니, 안 그래도 쥐꼬리만한 월급이 남아나질 않는 상황..!!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나에게 유리한 방법을 찾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뭐 그냥 내라는 대로 내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같은 월급 같은 상황에서 서류 제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도표를 보니까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고 있지는 않았나 싶어지고..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정가에 물건을 꼬박꼬박 산 기분?



 월급이나 기타 상황이 완전히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누구는 158만원을 내고 누구는 87만원을 냅니다. 적게 내는 쪽이 꼼수(?)를 쓴 게 아니고, 많이 낸 쪽이 부당하게 낸 게 아닌데도 그래요. 정보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결국 돈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세금 공부가 재테크 공부만큼 중요해요. 이를 악물고 모으는 만큼이나 그 돈을 합리적으로 새지 않게 지켜야 하잖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유심히 살펴봤던 부분은 월세와 주택에 관련된 세금 혜택이었습니다. 제가 진짜 아무것도 몰랐구나, 한탄스러웠어요. 저는 월세가 세액공제될 거란 생각 자체를 못 했었거든요;; 매달 현금으로 꼬박꼬박 나가는 돈이 아깝다고만 생각했죠.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는 월세의 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연간 월세합계가 750만원 한도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요. 총급여가 5500만원보다 낮으면 12%까지 공제를 받을 수가 있다네요. 물론 당연히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고, 국세청이나 세무관서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서와 계좌이체 영수증 등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하고요. 이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지난 수년간 제가 냈던 월세가 머릿속을 스치웁니다..ㅠ



 금융소득세 중에서는 연금저축상품 세테크 부분 유익했습니다. 부모님 연금저축과 저의 연금저축을 동시에 하고 있는 입장이라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연금저축은 연간 불입액 700만원 한도 내에서 12% 또는 15%을 공제해준다고 합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세액공제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대요. 결국 미래에 연금소득이 발생할 때, 지금 세액공제를 받았으면 그 받은 만큼은 소득세가 과세되고 아니면 과세가 안된다고 합니다. 세금을 내는 건 같으나 지금 내냐 나중에 내냐 그 차이라는 거죠. 그래서 미래 연금소득이 현재 소득보다 클 것 같으면 현재 세액공제를 포기하고, 반대로 미래 연금소득이 현재 소득보다 작을 것 같으면 세액공제를 최대 한도까지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보통은 세액공제를 미리 받아두는 편이 유리하겠죠?


 저는 사업자도 아니고, 재산이나 주택 취득자도 아니고, 금융소득이 세금을 낼 정도로 크게 있는 편도 아니라서 관련된 내용은 대충 스킵하면서 봤습니다. 제 혈육의 경우에는 개인사업자로 창업을 해서 반대로 제가 유심히 본 직장인 절세 이런 부분은 아마 스킵하면서 볼 것 같아요. 직장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투자자, 자산가 등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골라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책 두께에 비해서 읽는 건 순식간이에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쓸데없이(?) 세금을 더 많이 내지 않는 그 날까지.. 다들 절세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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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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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통계를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게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어느 정도 경향이나 사실을 보여줄 수 있지만, 요즘에는 통계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덥썩덥썩 믿지는 않아요. 그동안 언론에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조작을 시도하기도 했고, 통계라는 게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는 걸 봐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계는 모두 조작이다! 하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숫자는 분명 뭔가를 알려주고 있어요. 문제는, 거기서 정말로 진실에 가까운 걸 뽑아내는 데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불공정한 숫자들>을 집어들었을 때, 이 책이 저에게 그런 교육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제가 원했던 바가 약간 어긋났다는 겁니다. 저자는 지금 '중립적'이랍시고 제시되고 있는 통계가 얼마나 편향적인지, 얼마나 최상위 계층에게 유리하게 판이 돌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약자에게 불리한지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제목과 목차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요. 다만 저는 풀어나가는 전개에서 사회과학 교양서에 가까운 내용을 기대했거든요. 보다보니 논문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등장하고, 상당히 딱딱해요.


 


 1부에서는 통계가 약자를 어떻게 아예 없는 존재로 치부하는지, 그래서 통계에는 약자가 아예 잡히지 않은 결과만 반영되는지를 다룹니다. 2부에서는 최상층이 교묘하게 불법적인 부와 미묘하게 불법을 빗겨가는 자본을 어떻게 통계에 잡히지 않도록 숨기는지를 다루죠. 완전히 극과 극의 상황이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갑자기 가운데만 뚝 떨어져서 남는 상황이 돼요. 평균부터 시작해서 중앙값이나 최빈값, 이상값 등등 모든 요소가 다 왜곡됩니다. 


 저는 특히 충격을 받았던 게, 미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원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하는 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좀 이상할 정도로 전 국민이 행정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다 보니 깜빡 잊고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장애인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 없는 경우가 많대요. 운전면허증 같은 게 없는 경우가 많은 거죠. 우리나라처럼 신분증이 20살만 되면 떡하니 나오는 시스템도 아니고요. 그러다보니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 있는 사람만 투표가능' 같은 법을 만들면 그 사람들은 대거 배제됩니다. 미국의 원죄인 원주민 차별을 볼까요? 이 사람들은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겪으며 일정한 주거 주소 없이 우체국 사서함이 주소로 되어 있대요. 그런데 주에서 '확실한 주소 없으면 투표권 없음' 하고 법을 내놓으면, 원주민은 그냥 투표를 하지 말라는 소리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권이 없는 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또다른 예로 형사사법체계가 인종차별적인 편향이 강하다 보니 '중범죄자들은 투표권 없음' 같은 법을 만들면 유색인종들이 당연히 더 많이 배제되고요.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서 교묘하게 조작되는 숫자는 당연히 통계에도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대충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약자를 아주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을 명명백백하게 확인하는 건 정말 씁쓸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2부에서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이 아프리카 같은 지역을 어떻게 벗겨먹는지 보면 더 그래요. 부패인식지수 같은 숫자를 보면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지역이지만, 정작 그 지수를 살펴보면 가장 덜 부패했다고 하는 '깨끗한' 나라들의 절반 이상이 이 부패한 지역을 조세피난처로 삼아서 자기 부를 빼돌리는 데 쓰고 있죠. 사실 탈세와 횡령과 부패 하면 당연히 스위스 은행이 손꼽히는 게 맞지 않겠어요? 하지만 숫자와 통계는 은근슬쩍 스위스를 집계에서 뻬버리는 식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예요.

 



 문제를 인식했으니 해결을 해야겠죠? 책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여 통계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불공정한 숫자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최우선적으로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치우쳐져 있음을 인식하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그 후에 어떤 집단이 소외되었는지, 그 집단을 통계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자고 말해요. 통계를 집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집계자를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불공정 자체를 보고하는 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이야기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개인이 하나의 미디어인 시대라면, 각각의 개인이 노력하면 거대한 톱니바퀴를 돌리는 게 훨씬 더 쉬워질 것 같기도 해요. 특히 통계가 발표되었을 때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은 개인도 가능하니까요. 결국 여론을 만드는 것도 개개인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언론이나 학회의 자료를 한 번 더 걸러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요즘 계속 이렇게 불평등/불공정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있는데, 갈수록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계급화되어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심해지네요.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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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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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 법원은 무슨 생각일까?'

매일 뉴스를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이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에요. 아무리 법의 논리가 일반 대중의 논리와 다르다고 해도, 판결을 보다보면 법원은 한국 사회를 더 나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나 봐요. 실제로 법조계에서 일하는 최정규 변호사가 이런 책을 낸 걸 보면 말이죠. 아니, 법조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법원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과 행태를 목격했다고 해야 할까요?

꼭지 하나하나가 다 너무 공감이 가고, 그래서 화가 납니다. 예를 들어 신암군 염전 노예 사건은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사건입니다. 지적 장애인들을 데려다 노예처럼 부려먹었는데도 '그 지역 관례였으니까~' 따위의 이유를 들어서 가해자 처벌을 완화해주다뇨? 이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제출한 서류도 가해자 측에서 조작한 거였음에도 법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지적 장애인이 처벌불원서를 쓸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라도 알아봐야 할 거 아닙니까)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판결을 내려주기까지 했다뇨. 이게 제대로 된 사법절차를 가진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느 판결인가요? 그래놓고 법원이 잘못했다고 소송을 내니까 또 법관이 부당하고 위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재판한 건 아니니까 판사한테 책임 묻지는 말자~ 이러고 있다고요!!!!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송사에 휘말린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기를 바라지만, 사실 누군들 송사에 휘말리고 싶어서 휘말리겠어요. 살다 보니까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송사에 휘말려 법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갑질을 당하거나 어 처구니 없는 일을 겪어도 '혹시나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대놓고 항의하지 못하게 됩니다. 괘씸죄로 찍힐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최정규 변호사나 그 주변의 관계자도 그런 식으로 참고 넘어간 적 있다고 하고요. 만약 제가 재판을 하게 된다면, 저 역시도 판사가 인격적으로 막말을 하거나 대놓고 상대를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따지지는 못하겠죠. 혹시나 정말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위치니까요. 이런 식으로 위계관계를 형성하는데도 불량 판사와 불량 판결문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없다니, 정말 한탄스러워요. 하다못해 재판 전체를 녹화 및 녹음하는 제도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판결문'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동의합니다. 내가 왜 졌는지, 내가 제출한 증거가 왜 불충분한지 판결문에 설명을 해 줘야지 그걸 보충하든지 아니면 안되겠다 하고 포기하든지 할 거 아닙니까. 그냥 불충분해서 기각한다- 이 표현으로는 불충분하다고요!!! 강압과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 그동안 법원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공공연하게 통했고, 이춘재처럼 극적으로 진범이 밝혀지는 경우가 아니면 재심조차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정말 이상합니다. 현실적으로 법관 수가 모자라고 어쩌고 하는데 그럼 법관을 더 뽑아서 해결을 해야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게 눈에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마지막에 소개하신 '장애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사업'이나 '이주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사업' 같은 모니터링 체계는 확실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사업은 아무래도 시민단체나 인권단체가 각자의 전문분야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니, 전체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체계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너무 범위가 넓고, 품이 많이 드는데다 돈도 안 되는 일이라 아예 국회에서 법으로 이런 시스템을 못박아 뒀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기부할 때 이런 식으로 사법 관련해서 금전적 도움을 후원 요청하는 곳도 고려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은근 많을 것 같거든요.

법조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법원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입장이실텐데, 이렇게 무소불위 법원의 문제를 지적하시는 책을 쓰시다니.. 정말 최정규 변호사 님이 존경스러워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분투에 제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들 법원의 이런 불량 판결문에 분개하는 걸 넘어서 당당히 A/S를 요청할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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