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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육사시집 - 1956년 범조사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이육사 지음 / 더스토리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시인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윤동주와 이육사를 꼽지 않을까 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과서에서 이 두 시인의 작품을 읽고 배우면서 컸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의 시를 제대로 한 권의 책으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집은 본 적이 있는데, 이육사 시인의 시집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하나하나가 어찌나 '이육사'스러운지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답니다!
서문을 쓴 지인은 이렇게 평합니다. '참으로 육사가 그의 짧은 생애에 생명으로써 정열하고 관심치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문학이 아니요, 그보다 더욱 절실한 그 무엇에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가 문학에다 본령을 두었더라면, 그의 빛나는 천품이 어찌 불과 작시 수십 편에 그쳤겠는가.(...) 그러나 육사는 시인으로서 남고 말았다.' 한마디로, 이육사가 만약 감옥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시인이 아니라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나 정치인으로 그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아까운 인재였다는 거죠.
물론 이육사는 시인으로서도 당연히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이육사의 시뿐만 아니라 수필이나 논평, 편지 같은 글이 모두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저는 역시 익숙한(?) 시가 좋았어요ㅋㅋㅋ 이육사의 시는 '시대상황'과 맞물려서 늘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이 되고야 마는 게 안타까웠기에, 이번에는 내가 시에 대한 배경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광야>나 <절정>, <꽃> 같은 작품을 저항과 의지 빼고 읽기란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시가 아니라 그냥 다른 시를 읽어도 '아 이 사람은 어느 시대에 태어났어도 기득권에 저항하고 운동을 했겠구나' 하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볼까요? 1연부터, 아니 그냥 제목부터 이 사람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면서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믿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습니까?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라뇨! 수많은 소망 중 콕 하나만 집어서 그것을 품고 살겠다는 거잖아요! 3연을 보면 더 가관입니다.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이 낡은 땅에서/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소망이 이뤄질 날을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냥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목 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부릅니다. 이걸 시대와 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게 더 어렵지 않겠어요? 정말.. 정말 일관적인 사람입니다. 시 하나하나가 다 이래요. 정말로 문학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삶의 지향점이었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먹먹했습니다. 이육사 시인이 광복 1년 전인 1944년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역사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 1년이란 시간이 너무나 야속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독립을 살아 생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룬 뒤에 이육사 시인의 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 후로는 또 어떤 꿈과 어떤 별을 노래했을지, 어쩌면 우리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이육사 시인의 시를 평소에 좋아하셨다면,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아요. 워낙에 색깔이 분명하신 분이라 모든 시에서 '나는 이육사다' 하는 도장이 쾅쾅 하고 찍혀있는 느낌이거든요. 그 어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 최악의 순간에도 꼿꼿한 믿음 같은 걸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