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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평점 :
저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습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인데, 대중교통이 나름 잘 되어 있는 지역에 살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없고, 남들 다 따는 시기를 놓치면 딱히 운전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수능 친 직후에, 대학 첫 방학 때, 졸업 후 취업 전에, 이런 식으로 많이들 운전면허를 따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때 약간 묻어가서 따지 않으면 그 후에는 필요에 의해 각 잡고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으면 영원히 면허 없는 사람이 됩니다. 저처럼요.
그런데 면허가 있는 사람들은 (거의 주변 사람들의 95프로죠) 항상 저를 보면서 말해요. 미리 따 놓아서 나쁠 것이 없다! 차를 당장 살 게 아니라도 운전 면허를 미리 따 두면 유리한 점이 많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건 행동 반경이 넓어지는 길이다! 아무리 그런 말을 들어도 별 관심이 안 들더라고요. 정말 공염불이었어요. 얼마 전 가구 중고거래를 하기 전까지는요. 대중교통으로 들고 오기에는 부피가 있고, 그렇다고 용달을 부르기에는 작은, 애매한 사이즈의 가구였습니다. 그냥 렌트카에다 실어서 후딱 가져오면 되는 거였는데, 문제는 제가 면허가 없다는 것이었죠. 그때부터 면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운전에 관한 책. 더 정확히는, 운전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만 말하지, 뭐가 별로다 싫다라는 말은 잘 안 해요. 자차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좋은 점이 크니까 단점은 덮어버리나 봐요. 그나마 이 책은 이러이러한 점은 불편하다거나 싫다는 얘기도 꽤 해줘서, 읽으면서 차주의 마음을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겪어 보았습니다. 주차 불편한 거나 도로가 꽉 막히는 거? 그런 건 뭐 으레 있는 일이고 별로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접촉사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아찔한 경험! 괜히 제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조마조마하게 읽었습니다. 운전을 하는 모든 지인들이 한번씩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저도 운전면허를 따면 반드시 이런 일을 겪게 될 것 같아서 어쩐지 예비하는 마음으로 읽었네요ㅋㅋㅋ
그래도 전반적으로 '운전 예찬'을 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사실 행동 반경이 넓어진다거나, 여행을 실컷 다닐 수 있다거나,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다거나 하는 장점은 저에게 별로 메리트 있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워낙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라... 그런데 '운전은 기술이며, 기술을 배운다는 건 전에는 못 했던 것을 할 줄 알는 인간으로 변한다는 것'이라는 말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새로운 걸 배워서, 그 이후로 평생 써먹을 수 있다? 이건 일단 배워두는 게 상책인 것 같잖아요? 꽤나 초반에 나오는 이 문구 덕분에 올해 안에는 반드시 운전 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전을 할 줄 모르던 사람에서,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 저도 그것을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여러 모로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에세이입니다. 운전이라는 행위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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