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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 ㅣ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은 5명의 작가가 동일한 배경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입니다. 기담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미스터리 사건들이 담겨있어요. '허실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배경인데, 읽다보면 이 도시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어딘가 묘하게 익숙한 것이, 한국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왜 없죠?! 서울의 높으신 분들이 별장을 짓는 구역이 있고, 빵집이 유명하고, 어딘가 의뭉스러운 사건들이 시시각각 일어나 주민들 모두가 괴이에 어느 정도 익숙한, 그런 도시 말이에요!
'허실시'라는 가상의 도시뿐만 아니라 극 중 일어난 괴이나 기담을 수집하고 다니는 향토사 연구자 진설주 씨의 존재가 이 연작을 한층 더 통일성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미 여러 작가의 연작인 걸 아는 상황에서 책을 펼쳐들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서문에 진설주 씨가 남긴 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어떤 작가의 이야기길래 작가명을 안 써놨지, 궁금했어요. 아마 이 연작을 의뢰한 쪽이 만든 아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건에서 진설주 씨가 관찰자 혹은 정리자의 역할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건 첫번째 이야기이기도 한 <최애빵 구출 레시피>였습니다. 저는 괴이를 다룰 때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걸 좋아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딱 과학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것도 불가능하거나 혹은 재미가 없다고 보는 입장이거든요. 과학은 지금 이 순간도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의 과학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이 다 설명될 리가 없잖아요? 머지않은 미래에는 밝혀질 사실이라도 지금은 괴이로밖에 볼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일어난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최애빵 구출 레시피>는 '영혼'의 존재를 가정한 이야기라서 좋았습니다. 영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앞뒤가 딱딱 맞게 설명할 수 있지만, 영혼이라는 것 자체는 괴이인 거잖아요~
전반적으로 한국형 괴담이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드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초능력물, SF, 호러 같은 장르물이 많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확실히 작가와 시대적 배경이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독자에게 엄청난 메리트인 것 같아요. '주변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팍팍 드니까요! 괴이 좋아하신다면 재밌으실 거예요!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오타가 좀 많습니다. 일부러 낸 오타일까 고민해봤는데 앞뒤 맥락상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282 페이지에서 '형과 네겐 남은 예산으로 산 싸구려나 동생이 갖고 놀다 질린 게 떨어지곤 했어요.'는 당연히 '제겐'이겠죠? 282 페이지의 '동생의 생일의 생일을 기념하려'는 '동생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일 테고요. 289 페이지에서 '살길을 오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문장도 바로 뒤가 내려갔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지니 '산길'일 테고.. 뭐 이런 식으로 오타가 꽤 있더라고요. <H골 여우 누이 설화 변이형에 관한 한 가지 해석> 꼭지에 오타가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검수가 꼼꼼히 안 된 느낌이라 이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2쇄에는 고쳐졌으면 해요.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