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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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은 댜한민국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계장 등 온갖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신 박미옥 형사님의 에세이입니다. 본인이 겪었던 아찔하고 다양한 현장과 거기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있어요.

 

이런 종류의 직업 에세이를 볼 때마다 비밀유지에 대한 직업 윤리를 걱정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알 만큼 유명한 사건이나 범인도 몇 있었는데, 훨씬 더 자극적으로 떠들 수 있는 내용임에도 담백하게 서술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예 이름 언급을 안 하시고 '범인'이라고만 퉁치시더라고요. 제가 모르는 다른 사건들도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알아서 잘 각색하셨겠거니 하고 믿음이 생겼어요.

 

저는 엄벌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어릴 때 꿈이 경찰이었어요. 어떨 때는 검사이기도 했고, 판사이기도 했지요. 언제나 '나쁜 사람을 잡아서 착한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에 대해 동경하는 어린이였답니다. 점점 크면서 현실적으로 그 꿈과 멀어지고 말았지만, 아직도 세상의 모든 나쁜 놈들을 다 잡아서 벌을 주고 싶은 그 마음만은 생생합니다. 세상의 나쁜 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오히려 어릴 때보다 단죄의 욕구가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형사님께서 범죄자에 대해서 인간적인 이해나 연민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셔서 좀 놀랐습니다. 저보다도 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니라니, 뭔가 신기했어요.

 

예를 들어 절도범을 잡았는데 그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형사님이 인간적인 공감으로 대화와 자백을 이끌어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뭔가 미심쩍어서 유전자 감식을 해봤더니 초등학교 5학년을 강간한 흉악범이었어요. 여기까지 보면 저는 해당 범인에게 뭔가 인간적인 미안함이나 연민이 딱히 생기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형사님은 자신을 믿고 마음을 열어준 범인에게 최소한 '한 번 더 대화할 기회'는 주었어야 한다고 부채감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범인과 형사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미안함이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의 거짓말과 위선을 지켜보고도 그렇게 인간에 대한 믿음과 예의를 놓지 않을 수가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모든 형사님들이 그렇겠지만,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무용담도 많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만난 분들의 말씀에 괜히 찡해지기도 하고요. 저 역시 엄청나게 좁은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구나 새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세상은 넓고, 악인에 지지 않는 선인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 웬만하면 선하고 따뜻하게, 잘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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