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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매니페스토 - 행복과 성과를 끌어당기는 뉴노멀 경영 전략
헨리 스튜어트 지음, 강영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평점 :
지금까지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라! 거나 회사생활 이렇게 해라! 하는 식의 책을 꽤 읽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창업주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고용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더 우선 관심사였거든요. 하지만 막상 경영자 입장에서 이런 회사 만들어서 나는 성공했다! 하는 경험담을 듣고 있자니, 이게 정말 모두 다 진짜라면 정말 한번쯤 일해보고 싶습니다. 꿈의 회사 같아요. 이런 곳이 2020년 판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니, 정말 놀라워요!
이 책을 쓴 경영자가 찾아낸 최고의 성과를 내는 비밀은 이렇습니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라! 누구나 번지르르하게 말은 잘 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경우는 드문데, 헨리 스튜어트는 Happy 라는 사업체를 진행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정말로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위도 경력도 없는 직원에게 재무를 맡긴다든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든지,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할 때는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다음 직장을 찾아준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시도했더라고요. 단순히 '그게 도덕적으로 옳으니까'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직원이 행복한 기업 문화를 만들면 성과가 나옵니다 믿어보세요' 하고 계속해서 외치고 있어요.
정말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리뭉실하게만 말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줘서 '아 이런 식으로!' 하면서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리기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큰 실수를 해도 비난하지 말고, 행위자가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아라 하는 식의 이야기는 굉장히 원론적이잖아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니까 확 와닿아서 좋았습니다.
헌츠맨 사무실 벽에는 눈에 아주 잘 띄는 커다란 빨간 버튼이 부탁돼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공장 내 모든 화학물질이 지역 하천으로 자동배출된다. 짐작할 수 있듯이 비상상황에만 눌러야 한다.
어느 날 공사용 철근 비계를 회사로 들여오게 됐다. 공사인부 한 명이 비계를 어걔에 메고 빨간 버튼이 있는 사무실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쯤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인부가 자기도 모르게 비계로 빨간 버튼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즉시 회사의 화학물질이 하천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비계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즉각 인부를 해고했다. 그러나 정작 큰 손실을 본 헌츠맨의 대응방식은 달랐다. 헌츠맨은 시공사에게 그 인부를 복직시키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헌츠맨 공사장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p.248
이 사례가 특히 좋았던 건, 책 속에서 묘사된 앞뒤정황을 보고 '아니 근데 이건 회사 책임도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는데, 당사자인 회사 역시 그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저렇게 중요한 버튼을 누구든 드나들다가 실수로 누를 수 있는 곳에 떡하니 만들어놓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다뇨? 해당 인부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고가 났을 게 뻔하잖아요! 다행히 저 공사인부는 자기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매우 중요한 자질이지만 누가 그랬는지 가려내 책임을 묻기 바쁜 문화에서는 양심적인 사람도 즉각 반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빨간 버튼이 눌리자마자 즉시 회사에 알린 덕분에 늦지 않게 수습할 수도 있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 화학회사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봤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큰 손해를 막은 셈이기도 해요.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해당 인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거죠. 누가 그랬냐? 이 책임론 떄문에 골치 썩어보지 않은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요?ㅋㅋㅋ
아무리 급여를 공평하게 지급한다 해도 급여 정보를 비밀로 하면 사람들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게임을 하는지 일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매일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거나, 매니저의 술친구가 되거나, 상사의 편애를 받으면 자기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직원이 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순간 사기는 떨어진다. 불행하게도 급여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러한 상상이 종종 현실로 나타난다. - p.181
"연봉을 공개하라"는 이 부분도, 정말 공감! 완전 공감! 제가 정말 싫어하는 구인 공지 문구가 있는데 바로 [급여는 회사 내규에 따름] 같은 문구를 적어놓는 거예요. 아니, 그렇게 적어놓을 거면 급여에 관한 회사 내규도 같이 올려줘야죠. 도대체 얼마를 주는지, 그게 적당한 급여인지 아닌지, 그 일을 할 경우 생활을 꾸릴 수 있을지 없을지, 당연히 알 수 있어야 지원하든 말든 할 거 아녜요. 급여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최저 시급도 안 되거나 교묘하게 주휴수당을 월급에 은근슬쩍 넣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얼마부터 얼마쯤 되겠다 대충이라도 가늠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회사가 차고 넘쳐요. 연봉을 까지 못한다는 건 뭔가 구린 게 있는 거예요. 너를 착취할 건데 그 사실을 넌 몰랐으면 좋겠어~ 하는 선언 같은 느낌이라고요. 회사에서 전 직원 연봉 공개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도 당연히 반발할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잖아요. 왜 다른 직원 연봉을 보고 반발하는지, 그 불만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안 하고! 이런 게으른 놈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람을 쓰란 말이야! (갑분)
보는 내내 이렇게 다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라면, 나를 부품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해주는 회사라면, 꼭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급여'와 '안전'과 '안정'만 보장된다면, 직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데 동감합니다. 다들 아무리 돈 있는 백수가 되고 싶다고 떠들어도, 사람은 결국 인정욕구를 가진 이상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능력을 더 끌어올리고 싶고, 최대한 발휘하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직원이 행복한 회사..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뿌리내리면 좋겠네요. 제발..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