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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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행복경영'에 관한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다 보게 되었는데, 기존에 읽었던 책들과는 방향성이 많이 달랐어요. 좀 신기했습니다. 분명 행복경영에 관한 책들에서 넷플릭스 사례가 꽤나 자주 언급되곤 했는데, 정작 넷플릭스 출신이 말하는 기업문화는 직원을 행복하게 하자는 게 아니라는 점이요. 궁극적으로 보자면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직원을 믿어주는 회사'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 같아요.


 사실 처음에 원칙을 말할 때는 기존의 기업경영과 뭐가 다른지 확 와닿지 않았는데, 구체적인 예시를 드니까 바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인재를 대우하라> 같은 명제를 보면, 기존의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기업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는 게 대우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요. 보통은 아주 연봉과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다른 기업에 비해 두둑하게 챙겨주고, 일할 떄의 복지를 챙겨주는 방식으로 생각하는데 정작 넷플릭스는 그런 식으로는 인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돈이나 복지도 물론 어느 정도 갖춰야겠지만, 그보다는 함께 일하고 싶은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전체적으로 '고성과자'를 걸러내는 게 넷플릭스 경영의 핵심이라고 느껴졌어요.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일에서 두 사람 세 사람이 할 일을 혼자서 해내는 한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 따라서 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거죠. 그래서 때로는 읽으면서 '이런 문화라면 기업은 물론 고속성장을 하겠지만, 고성과자가 아닌 보통의 직원들은 따라잡기가 힘들겠는데..?'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실제로 책 속에서도 기업이 커감에 따라 기존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거나 물갈이 해야만 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요.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양시키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이별이 잦고 빠른 만큼 <멋지게 이별하라>는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보면, 어제 회사에 크게 기여했던 직원도 오늘은 회사와 안 맞게 되는 일이 꽤나 자주 벌어지나봐요. 그럴 때 과감하게 서로 헤어지는 게 필요한데 (이 부분은 해고를 좋은 말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 면접을 볼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만큼 직원이 먼저 회사를 등지는 일도 꽤 벌어지겠죠?) 헤어질 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회사를 떠나는 사원에게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는 건 당연히 불필요하고, 떠나는 그 직원과 더 맞는 다른 회사나 자리를 찾아주는 노력도 때로는 보여주며, 끝까지 예의를 갖추라는 것. 해고당하는 입장에서 상처가 되지 않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저자가 정말로 회사를 떠난 사람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읽다보면 고성과자에 대한 강한 열망이 느껴지는 게, 정말 미국적인 문화구나 싶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이란 곳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 모두의 징검다리라는 느낌이었어요. 더 멋진 커리어를 쌓기 위해 중간에 다녀가는 곳? 이 곳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문화라는 건, 바꿔 말하면 모두가 이 곳을 떠날 것을 어느 정도 가정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요즘 같은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이게 현실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CEO라고 해도, 그 기업에 뼈를 묻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꽤 있었어요. '어떤 직급의 어떤 사원이라도 우리 회사가 6개월 내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5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개인적으로 적용해보면, 누구한테 질문을 받아도 앞으로 내가 6개월 동안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 5가지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죠. 기업 경영인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책에 나오는 원칙들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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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손지상 옮김 / 들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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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내내 '나비효과'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장님 코끼리 더듬기'라는 말도요. 여기 등장하는 모두가 진실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자신이 무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거든요. 모두가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만 알고 있어요. 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죠.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각자 흩어진 상황에서는 그걸 하나로 꿰어 맞출 수 없었지만,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접하게 된 사람이 그 조각들을 맞춰보기 시작한다면? 갑자기 35년 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나게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가끔 인간보다 한 단계 상위의 존재가 있다면, 그게 신이든 뭐든, 그 존재가 바라보는 사회는 거미줄처럼 아주 촘촘하고 호수처럼 잔물결이 끝도 없이 퍼지는 모습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도 딱 그래요. 35년 전, 몇번이나 사고가 났던 강 기슭에 한 건설업자가 기슭막이 공사를 하다가 화학물질이 유출되자 그걸 은폐하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가 거기서부터 시작해요. 신문 사회면에나 실리는, 내 삶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일이 불쑥 현재의 내 삶에 끼어들게 되는 과정. 본인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인과관계를 되짚어가 보는 게 바로 이 소설입니다.


 전체적으로 '거짓말'이라는 테마가 많이 쓰여요. 좋아하게 된 사람에게 지역에서 매우 지탄받고 있던 자신의 성 대신 친구의 성을 알려준 여고생, 자신을 우러러보는 자식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이유로 범죄에 손대고 만 가장, 새로 전학 온 친구와 있었으면 하는 일을 진짜처럼 말해보는 거짓말 놀이에 심취한 소년,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낯선 남자와 위험한 거래를 하고 만 CEO..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인 거짓말을 합니다. 어떤 거짓말은 밝혀지고, 어떤 거짓말은 일부 사람에게 공유되지만, 또 어떤 거짓말은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비밀로 남기도 해요.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물론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에서 진실이라는 게 꼭 밝혀져야 하는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핵심은 아니라는 게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각자 자신의 길로 나아갔거든요. 이 진실은 관계자들이 아무도 모른 채 평생 산다고 해도 별 문제가 안 돼요. 알면 좋지만 몰라도 좋은 그런 진실이거든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잖아요. 예를 들어 '35년 전, 다리 위에서 돌을 떨어뜨려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군가?' 하는 문제. 만약 죽었다면 정말로 엄청난 일이 되었겠고 범인이 중요했겠죠. 하지만 35년이 지난 지금, 이미 회복해서 자기 삶을 잘 살고 있는 피해자에게 굳이 찾아가 범인을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피해자가 모른다고 해서 전혀 해가 되지 않잖아요.


 [옮긴이의 말]에서 아무렇게나 칠하는 것 같던 스피드 페인팅을 뒤집으면 초상화가 되는 영상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너무 정확한 비유라 무릎을 딱 쳤다니까요! 우리는 하나하나의 점입니다. 우리만으로는 전체 그림이 도대체 어떤 모양인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점을 그리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면, 분명한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거죠.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그 그림 속 한 점에 불과한 우리도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요. 이 소설 속 아유미와 겐야, 대갈과 땅콩처럼요.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일상 미스터리나 군상극에 가까운 느낌이 있습니다. 관계된 모두가 마지막에 다같이 모여서 낚시하는 부분이 특히 그래요.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우리 행동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게 상대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고, 기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상처가 될 수도 있죠.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 모든 인과관계를 다 생각하거나 파악할 수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뿐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할 수 없는 거야."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어."

 그래, 그거 말고는 없어. - p.434-435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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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한정연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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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는 명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집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저 말을 하실 때마다 참 듣기 싫었거든요. 집이 뭐라고?! 도대체 가진 돈을 몽땅 다 쏟아부어 가면서 그걸 사야 될까? 난 그냥 적당히 잠자고 밥먹고 짐 놓을 공간만 필요한 건데!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월세도 계속 올라가니까, 공간을 보유하지 못하면 결국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부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택하고 그쪽으로 향하는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경험에 필요한 돈을 집세가 야금야금 다 깎아먹고 있으니 결국 자유도가 확 줄어들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한 몸 뉘일 장소를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목이 정말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사실 저는 꼭 아파트만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평생 떠돌지 않고 내쫓길 걱정 없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OK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는 제목입니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1인 가구가 부동산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명심해야 하는 것들'에 관해서입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콕 짚어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서, 어느 정도 부동산 투자에 대해 정보와 지식을 갖춘 분들은 패스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 막 부동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초보 1인 가구를 위한 지침서입니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는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특정 지역의 호재를 언급하지 않은 '부동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미혼과 비혼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속해 있는 1인가구를 위한 소박한 아파트 한 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실제로 꽤나 1인가구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가치-현재가치에 대한 부분 같은 거요. 우리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돌리면서 투자를 하거나, 집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좋은 학군에 입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미래에 분명 오를 테니까~ 하면서 노후하고 불편한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이 책을 읽는 1인가구는 그냥 현재 적당히 행복하면서 적당히 미래도 대비하고 싶은 사람일 테니까요. 1주택 보유자가 소유한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것은 비싼 아파트를 팔아서 비싼 아파트를 또 산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내가 산 아파트가 오른다? 하지만 거기 동네 분위기도, 위치도, 시설도, 이웃도, 교통도, 모든 게 다 만족스럽다면 굳이 그걸 팔아서 똑같이 올랐을 다른 아파트를 사서 이사갈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거기서 안정적으로 살려고 Living 아파트를 산 Buy 건데? 결국 외부의 투기열풍이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어요. 정말 공감합니다.


 언론도 정부정책도 마냥 동의하고 있지는 않고, 적당히 비판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조금 갸웃되는 부분도 있긴 하더라고요. 35페이지 부근에 보면 정부가 1인 가구가 학력이나 소득, 고용안전성과 주거안정성 모두 떨어진다고 판단한 걸 반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딸린 가족 없이 몸이 가벼워서 혹은 살아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다양한 형태로 거주하는 1인 가구를 놓치고 있다고요. 하지만 저자가 지적한 이유로 월세를 하는 1인 가구는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는' 1인 가구와도 들어맞지 않아요. 살아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여기저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왜 굳이 아파트를 사서 정착을 하겠어요? 기준이 빡빡한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1인가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는 데는 더 적절한 예시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동산, 괜히 외부에 휘둘려서 섣불리 투기에 가까운 소비를 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현재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아파트를 사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원칙에 가까운 정석적인 얘기라 꼭 지켜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부동산이나 주식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디테일한 가지에 신경쓰느라 전체적인 숲은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원칙 정도는 꼭 마음 속에 단단히 새겨놔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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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매니페스토 - 행복과 성과를 끌어당기는 뉴노멀 경영 전략
헨리 스튜어트 지음, 강영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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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라! 거나 회사생활 이렇게 해라! 하는 식의 책을 꽤 읽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창업주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고용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더 우선 관심사였거든요. 하지만 막상 경영자 입장에서 이런 회사 만들어서 나는 성공했다! 하는 경험담을 듣고 있자니, 이게 정말 모두 다 진짜라면 정말 한번쯤 일해보고 싶습니다. 꿈의 회사 같아요. 이런 곳이 2020년 판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니, 정말 놀라워요!


 이 책을 쓴 경영자가 찾아낸 최고의 성과를 내는 비밀은 이렇습니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라! 누구나 번지르르하게 말은 잘 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경우는 드문데, 헨리 스튜어트는 Happy 라는 사업체를 진행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정말로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위도 경력도 없는 직원에게 재무를 맡긴다든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든지,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할 때는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다음 직장을 찾아준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시도했더라고요. 단순히 '그게 도덕적으로 옳으니까'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직원이 행복한 기업 문화를 만들면 성과가 나옵니다 믿어보세요' 하고 계속해서 외치고 있어요.


 정말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리뭉실하게만 말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줘서 '아 이런 식으로!' 하면서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리기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큰 실수를 해도 비난하지 말고, 행위자가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아라 하는 식의 이야기는 굉장히 원론적이잖아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니까 확 와닿아서 좋았습니다.


 헌츠맨 사무실 벽에는 눈에 아주 잘 띄는 커다란 빨간 버튼이 부탁돼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공장 내 모든 화학물질이 지역 하천으로 자동배출된다. 짐작할 수 있듯이 비상상황에만 눌러야 한다. 

 어느 날 공사용 철근 비계를 회사로 들여오게 됐다. 공사인부 한 명이 비계를 어걔에 메고 빨간 버튼이 있는 사무실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쯤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인부가 자기도 모르게 비계로 빨간 버튼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즉시 회사의 화학물질이 하천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비계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즉각 인부를 해고했다. 그러나 정작 큰 손실을 본 헌츠맨의 대응방식은 달랐다. 헌츠맨은 시공사에게 그 인부를 복직시키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헌츠맨 공사장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p.248


  이 사례가 특히 좋았던 건, 책 속에서 묘사된 앞뒤정황을 보고 '아니 근데 이건 회사 책임도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는데, 당사자인 회사 역시 그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저렇게 중요한 버튼을 누구든 드나들다가 실수로 누를 수 있는 곳에 떡하니 만들어놓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다뇨? 해당 인부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고가 났을 게 뻔하잖아요! 다행히 저 공사인부는 자기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매우 중요한 자질이지만 누가 그랬는지 가려내 책임을 묻기 바쁜 문화에서는 양심적인 사람도 즉각 반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빨간 버튼이 눌리자마자 즉시 회사에 알린 덕분에 늦지 않게 수습할 수도 있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 화학회사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봤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큰 손해를 막은 셈이기도 해요.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해당 인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거죠. 누가 그랬냐? 이 책임론 떄문에 골치 썩어보지 않은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요?ㅋㅋㅋ



 아무리 급여를 공평하게 지급한다 해도 급여 정보를 비밀로 하면 사람들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게임을 하는지 일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매일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거나, 매니저의 술친구가 되거나, 상사의 편애를 받으면 자기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직원이 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순간 사기는 떨어진다. 불행하게도 급여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러한 상상이 종종 현실로 나타난다. - p.181


 "연봉을 공개하라"는 이 부분도, 정말 공감! 완전 공감! 제가 정말 싫어하는 구인 공지 문구가 있는데 바로 [급여는 회사 내규에 따름] 같은 문구를 적어놓는 거예요. 아니, 그렇게 적어놓을 거면 급여에 관한 회사 내규도 같이 올려줘야죠. 도대체 얼마를 주는지, 그게 적당한 급여인지 아닌지, 그 일을 할 경우 생활을 꾸릴 수 있을지 없을지, 당연히 알 수 있어야 지원하든 말든 할 거 아녜요. 급여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최저 시급도 안 되거나 교묘하게 주휴수당을 월급에 은근슬쩍 넣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얼마부터 얼마쯤 되겠다 대충이라도 가늠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회사가 차고 넘쳐요. 연봉을 까지 못한다는 건 뭔가 구린 게 있는 거예요. 너를 착취할 건데 그 사실을 넌 몰랐으면 좋겠어~ 하는 선언 같은 느낌이라고요. 회사에서 전 직원 연봉 공개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도 당연히 반발할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잖아요. 왜 다른 직원 연봉을 보고 반발하는지, 그 불만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안 하고! 이런 게으른 놈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람을 쓰란 말이야! (갑분)


 보는 내내 이렇게 다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라면, 나를 부품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해주는 회사라면, 꼭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급여'와 '안전'과 '안정'만 보장된다면, 직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데 동감합니다. 다들 아무리 돈 있는 백수가 되고 싶다고 떠들어도, 사람은 결국 인정욕구를 가진 이상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능력을 더 끌어올리고 싶고, 최대한 발휘하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직원이 행복한 회사..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뿌리내리면 좋겠네요. 제발..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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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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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프로파일러가 썼음에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범죄' 그 자체보다는 그걸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내용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로 들면서도 관계자의 이름이나 사건을 그대로 싣지 않고, 사건 개요만 간단하게 짚으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했더라고요. 개인정보 침해나 2차 가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건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낸 인터뷰나 저서도 많은데 (특히 법조계,경찰계,의료계 쪽에서 이런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그에 비해 사건 피해자 혹은 관계자를 꼼꼼히 신경쓴 모양새여서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으로 '이렇게 우리나라에 이렇게 잔인무도한 사건이 있었지! 이런 범죄자들!' 하고 사건을 늘어놓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러이러한 이론이 있는데 역사는 이렇고, 현재 현장에서 활용되는 모양새는 이렇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이러이러한 자격증을 딴 후에 이러이러한 시험을 치면 됩니다~ 하고 알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요. 저도 쉽고 재밌게 읽었지만 앞으로 경찰 쪽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고 싶은, 아직 진로가 열려있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읽으면 엄청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우리나라 경찰에서 과학수사요원이 되려면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선발과 전공 학위 및 자격으로 선발하는 경력 채용이다. 과거에는 형사 경첨이 있는 경찰관 중에서 뽑는 내부 선발 위주였으나, 범죄 수법이 발전하고 연쇄살인, 묻지마 범행 등이 늘어나면서 과학수사에 대한 전문성의 필요성이 커져 2013년 처음으로 일반 과학수사요원을 특채하기 시작해 매년 20여 명의 과학수사요원을 경력 채용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 경력 채용 제도는 법과학, 과학수사 관련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일반과학수사, 화재안전, 생체증거, 영상·광원 등 분야별로 시행되고 있다. - p.104


 이런 식으로 챕터 끝마다 항상 관련된 분야와 직업은 무엇이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필요하며, 사람은 몇 명 뽑고 현재는 어떤 식으로 경찰 내부에서 일하고 있다 하고 꼭 짚어줘서 막연하지 않고 굉장히 구체적인 조언이라는 느낌이에요.


 제가 제일 흥미로웠던 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범죄자가 범죄 기회를 잡기 어려운 구조의 설계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한다는 것이죠.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라는데, 어릴 때 비슷한 사례를 보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CCTV가 없는 길목이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길목보다 당연히 범죄자 입장에서는 더 일을 저지르기 좋겠죠? 사람들의 목격이 쉽고, 도주가 어렵고, 사각이 없는.. 그런 건물을 설계한다면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범죄발생율이 훨씬 낮아질 거라는 개념입니다. 범죄라는 게 한 번 일어나면 피해자나 그 주변의 회복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게 범죄를 잡아내 처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지 싶어요. 관련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네요!


 프로파일러의 눈으로 바라봄 한국의 잔혹 연쇄살인범들~ 한국 사회의 어두움~ 이런 걸 강조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런 걸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거예요. 오히려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 형사와 프로파일러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게 다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한 책입니다. 저는 만족, 매우 만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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