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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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프로파일러가 썼음에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범죄' 그 자체보다는 그걸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내용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로 들면서도 관계자의 이름이나 사건을 그대로 싣지 않고, 사건 개요만 간단하게 짚으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했더라고요. 개인정보 침해나 2차 가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건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낸 인터뷰나 저서도 많은데 (특히 법조계,경찰계,의료계 쪽에서 이런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그에 비해 사건 피해자 혹은 관계자를 꼼꼼히 신경쓴 모양새여서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으로 '이렇게 우리나라에 이렇게 잔인무도한 사건이 있었지! 이런 범죄자들!' 하고 사건을 늘어놓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러이러한 이론이 있는데 역사는 이렇고, 현재 현장에서 활용되는 모양새는 이렇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이러이러한 자격증을 딴 후에 이러이러한 시험을 치면 됩니다~ 하고 알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요. 저도 쉽고 재밌게 읽었지만 앞으로 경찰 쪽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고 싶은, 아직 진로가 열려있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읽으면 엄청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우리나라 경찰에서 과학수사요원이 되려면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선발과 전공 학위 및 자격으로 선발하는 경력 채용이다. 과거에는 형사 경첨이 있는 경찰관 중에서 뽑는 내부 선발 위주였으나, 범죄 수법이 발전하고 연쇄살인, 묻지마 범행 등이 늘어나면서 과학수사에 대한 전문성의 필요성이 커져 2013년 처음으로 일반 과학수사요원을 특채하기 시작해 매년 20여 명의 과학수사요원을 경력 채용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 경력 채용 제도는 법과학, 과학수사 관련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일반과학수사, 화재안전, 생체증거, 영상·광원 등 분야별로 시행되고 있다. - p.104


 이런 식으로 챕터 끝마다 항상 관련된 분야와 직업은 무엇이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필요하며, 사람은 몇 명 뽑고 현재는 어떤 식으로 경찰 내부에서 일하고 있다 하고 꼭 짚어줘서 막연하지 않고 굉장히 구체적인 조언이라는 느낌이에요.


 제가 제일 흥미로웠던 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범죄자가 범죄 기회를 잡기 어려운 구조의 설계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한다는 것이죠.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라는데, 어릴 때 비슷한 사례를 보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CCTV가 없는 길목이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길목보다 당연히 범죄자 입장에서는 더 일을 저지르기 좋겠죠? 사람들의 목격이 쉽고, 도주가 어렵고, 사각이 없는.. 그런 건물을 설계한다면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범죄발생율이 훨씬 낮아질 거라는 개념입니다. 범죄라는 게 한 번 일어나면 피해자나 그 주변의 회복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게 범죄를 잡아내 처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지 싶어요. 관련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네요!


 프로파일러의 눈으로 바라봄 한국의 잔혹 연쇄살인범들~ 한국 사회의 어두움~ 이런 걸 강조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런 걸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거예요. 오히려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 형사와 프로파일러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게 다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한 책입니다. 저는 만족, 매우 만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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