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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제가 소설가 중에 손꼽히게 좋아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역시나 그의 장기로 가득한 멋진 작품입니다.
총 5개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늘 그렇듯 이번에도 서로의 세계관이 공유되고 있어서 앞에서 나왔던 인물이 뒤에서 또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정말 좋아요. '상황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됩니다. 그리고 이사카 코타로의 이야기를 성실히 따라간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의미들을 모두 알 수밖에 없죠! 이렇게 곳곳에 이스터 에그가 넘쳐나니 어떻게 찾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특히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관통하며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교육에 대해, 처벌에 대해, 그리고 죄인의 사회적 복귀에 대해 작가가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엿보입니다.
'잘못을 한 사람을 어디까지, 어떻게 벌을 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말이에요. 작게는 누군가를 이유 없이 왕따시키거나, 크게는 칼을 들고 어린 아이를 해치려 했던 폭력범과 이후에 사회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요? 보통은 누구누구가 알고보니 그런 나쁜 짓을 한 나쁜 사람이래~ 하고 선을 긋고 멀리 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작가는 이런 태도 자체가 그 사람들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나쁜 짓을 하게끔 극단적으로 내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두 사형을 시키지 않는 이상, 벌을 받아도 결국 사회로 나와 우리 곁에서 살아가게 될 테니, 그 사람들을 따돌리거나 배제하는 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엿보여요.
사실 가해자 혹은 원인 제공자가 멀쩡한 얼굴로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면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내 일이 아니라도 일단 감정적으로는 그래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잘 살면 안된다고 욕하고 저주하면서 압박을 가한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피해 입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잘못이 '죽음으로 사죄해라'로 해결될 수는 없죠.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어느 선에서는 피해자가 용서를 하고, 그로 인해 가해자나 원인 제공자가 반성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어려운 문제죠.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이사카 코타로가 '평판'이라는 형태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고 생각합니다. [비非 옵티머스]에서 담임선생님의 입을 빌어 아주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신랄하게 선생님을 비판하는 학생의 태도나, 같은 반 여학생의 태도를 묘사하는 주인공 그룹 등을 통해서 작품 전체에서 꾸준히 말하고 있어요. 이 사람은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타인의 지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이야...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타인 속에서 자신의 평판을 쌓아가게 마련이고, 그것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영향을 줍니다. 좋건 나쁘건 말이죠. 다만 눈치채기에는 아주 천천히,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진행될 뿐이에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답게 재밌고 스피디하게 술술 읽히면서도, 이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들을 고민하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화풀이하려 칼을 들고 덤빈 남성' 같은 경우, 아무래도 저 미친놈은 뭐야 당장 감옥에 보내!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곤 하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나중에 사회에 돌아왔을 때, 정말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새 삶을 살고 싶어한다면, 그래서 그 후에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동료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더 급선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직 저의 마음 속에는 '그렇게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람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데...' 하고 끊임없이 반박하는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요ㅋㅋㅋ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이번에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재밌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