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마련하는 법 - 21세기 버지니아 울프를 위한 금융 공부
볼리(박보현)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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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정말 엄청난 작품이죠. 독립적이고 존엄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침해받지 않는 시공간'과 '경제적 자유'가 꼭 필요하다는, 굉장히 세속적이지만 그래서 더 뼛속 깊이 와닿는 진리를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설파하잖아요. 심지어 그 진리를 '자기만의 방'이라는 용어로 아예 고유 명사화 시켜버리면서 말이죠. 아주 복잡하고 구구절절한 설명들을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압축시키는 걸 보면 역시 위대한 작가는 다르구나, 싶어져요. 사설이 길었네요. 어쨌거나, 핵심은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침해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 역시 경제적 자유 아래에서 나오니까요.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버지니아 울프를 차용하고 있는 이 책은, 21세기 여성을 위한 금융 공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사실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기초적인 금융 지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애 주기나 평균 수입을 여성, 그것도 20~30대 여성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저렇게 짓지 않았나 싶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소득에 돌봄노동을 포함해서 계산한다든가, 사회 초년생의 월급 기준을 여성의 평균 임금으로 계산해서 투자 비율을 맞춘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잔뜩 나오긴 하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기초를 탄탄히! 같은 느낌이라 다른 성별이나 다른 연령대가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져다주는 복리의 힘을 믿고, 매일 꾸준히 금융 지식을 쌓아라' 하는 조언은 사실 대부분의 경제 관련 서적에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다 하는 건 아니라서 문제일 뿐이죠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본인도 계속 강조하고 있듯 저자 역시 대단한 자산가가 아니고, 금융 초보자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정도의 이야기만 해요. 그게 어떤 분에게는 너무 쉬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매번 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도 책을 덮고나면 뒤돌아서서 까먹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당장 옆에 노트를 펴놓고 제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정도라 좋더라고요ㅋㅋㅋ


 저한테 제일 도움이 됐던 건 '머니로그'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머니로그라는 건 옛날 옛적에 쓰던 용돈기입장이랑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데, 돈을 쓸 때 단순히 금액만 쓰는 게 아니라 그 소비에 대한 감정을 함께 쓰라는 거예요. 항목도 수입/지출 2분류가 아니라 수입/지출/투자/기부/위시리스트의 5분류로 나눠서 전반적으로 돈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감각을 인정하고 점검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겁니다. 용돈기입장 형식은 아무래도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만 생각이 뻗어나가게 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제가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뭔지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머니로그가 도움이 됐어요. 


 한참 땅에서 붕 떠서 정신없이 소비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슬슬 부모님 노후도 생각하고 제 노후도 생각하고 그런 시기가 와서...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 싶을 때 이 책을 잡았는데,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책을 잘 만난 것 같아요. 너무 복잡한 건 잘 모르겠고, 그래서 지금 내가 뭐부터 하면 된다고? 뭘 하면 된다고? 뭘 시작하라고? 정도의 기초적인 내용을 기대하시는 분에게 딱 좋습니다. 재밌게 술술 잘 읽혀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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