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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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흉이란 단어는 왠지 익살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옆으로 흘겨보는 휘어진 눈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이런 익살스러운 제목만큼이나 덱스터는 아주, 아주! 매력적이다.


우리의 주인공 덱스터 모건은 형사이지만 연쇄 살인범만을 찾아 응징하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이다.

세상에. 형사면 형사고 살인범이면 살인범이지. 두 가지를 다 완벽히 해내는 그를 진정 two-job의

달인이라고 칭찬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우스운 생각이 다 들었다.

‘연쇄살인’이란 단어처럼 사건은 매우 잔혹하지만 그 와중에도 덱스터는 절대 유머를 손에서 놓지 않고

두 가지를 능숙하게 요리해낸다.


덱스터의 수양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경찰인 여동생 데보라는 매춘 담당으로 비밀 수사를 맡고 있었다.

그런 임무에서 벗어나 진짜 경찰이 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인 그녀의 부탁에 현장에 가게 된 그는

그곳에서 절대 절명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혈흔 분석가인 그의 눈앞에 나타난

혈흔이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은 사체.

덱스터는 어린시절, 자신의 범죄적 본성이랄까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의 수양아버지 또한 그것을

미리 눈치 채고 그가 현명한 방식으로 그것을 승화(이런 거창한 단어를 갖다 붙이고픈 마음은 없지만

달리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였다!)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

현재의 덱스터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런 덱스터의 기질은 언제나 사건 해결 능력에서 탁월함을

발휘하는데 범인과의 심리적 동화현상쯤으로 보이는 동질화로 사건을 따라간다.

그러나 유독 이번 사건을 따라갈수록 덱스터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마치 살인자와

하나의 자아인 것 같은 현상을 종종 느끼게 된다.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기억이

존재하고 그의 추적이 100% 이상 맞아 떨어질 때, 독자 스스로 “과연 범인은 덱스터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하며 게임을 하듯 사건이 진행되는 식이다.

이런 스릴과 함께 비식비식 흘러나오는 웃음 또한 묘미를 아낌없이 더해준다.


아무래도 치밀하고 트릭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통쾌함이 기분 좋은 그런 만남이었다. 모쪼록 덱스터의 다음 이야기들도 속히 출간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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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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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창하지 않다고 여겨질 만큼, 혹은 ‘이게 무슨 사건이야?’ 라는 핀잔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사건으로 시작된다. 마치 일전에 읽은 작가의 전작 ‘용은 잠들다’에서 폭우 속에 누군가가

열어놓은 맨홀 아래로 사라진 꼬마아이로 이야기가 전개되듯이.


자전거에 치여 세상을 달리한 장인의 운전기사 가지타 노부오의 뺑소니 사건을 장인에게 의뢰받은

스기무라는 작가의 설명에서처럼 안정된 일상생활 속에서 포근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미스터리의 세계에선 특별하다면 특별한 탐정이다. 더욱이 그는 전문적이고 능숙한 탐정은 아니다.

 

 범인을 잡으려는 건 아니다. 나는 경찰관도 변호사도 검사도 아니다. 물론 사립탐정도 아니다.

처자식이 있는 서른다섯 살 회사원이다. 운전면허는 있어도 총기 취급 자격이 있는 게 아니라서

권총도 갖고 있지 않다. 될 수 있으면 선량하게 살아가려는 아주 평범한 시민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에서는 계속 선량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도 실은 대단히 위대한 일일지 모른다. (p.11)


그렇다보니 자연히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완벽히 부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있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은 두 자매가 있고, 평범한 소시민인 스기무라에게 아직은

어렵기만 한 회장님이 그저 ‘장인(丈人)’으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한 사람의 죽음이 안타깝고, 그것으로 인해 변해진 나머지 일상들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미스터리와 사건은 사람이 있어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리고 당연한 결론을 미야베 미유키는 가슴 따뜻하게 전달해 준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애정. 워낙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다보니 주로 그런 장르를 찾아 읽는데 이렇게

주체하지 못할 만큼 빠지다 보면, 인간의 본성의 추악함을 마주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장르란 게 소재가 뻔하지 않은가. 9시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것들.

강도, 살인, 토막, 사체, 방화, 강간.. 즐겁자고 책을 읽는 건데,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야베 미유키의 글들은 그런 것을 해소시켜 준다.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구나.

살아있어 행복하구나. 라는 포근함을 심어주며 끝엔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해준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녀를 택하고,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까지도 그녀의 작품을 권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오늘, 당신에게도 권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행복을―.


 불쑥, 내 마음속에 있는, 아직 지도에 그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부터 거기 사는 야만족이

우렁찬 고함을 지르듯 한 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언젠가는 장인의 생애를 적은 책을 정말로 내고 싶다. 내가 그걸 만들고 싶다.

 장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장인이 자신도 파악하지 못한 곳까지 구석구석 파헤쳐

장인의 인생 지도를 그리고 싶다. 나는 장인을 탐험하고 싶다.

 그러니―.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홍차에 설탕은 두 스푼만 넣으시고.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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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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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 정도는 장난삼아 응모한 공단주택의 추첨에 76: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요시는 응모규정의

‘동거자 2인 이상 있음’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고민한다.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워 ‘당나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친구 사다케에게 조언을 구하자 어머니를 허위로 전입시키면 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래서 일단은 입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사하던 날 당나귀가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는 묘하게 들뜬 기분으로 둘이서 들른 바에서 우연히 아이코와 요코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닷새 후, 두 여인이 불쑥 나타났다. 가구니 침구니 이런저런 짐들을 가득 실은 트럭과 함께.

이렇게 네 명의 남녀.

독립을 꿈꾸는 조명 디자이너 요시, 환상의 나비를 쫓는 곤충 전문(?) 카메라맨 ‘당나귀’. 불안신경증을

앓고 있는 섬세한 아이코, 사랑할수록 다치기만 하는 미용사 요코의 기묘하고 어리둥절한 동거가 시작된다.


낭만이 느껴지는 제목과 더불어 감각적인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책이었는데,

내용까지 더불어 ‘낭만’과 ‘로망’이라는 표현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다.

누구나 한번쯤을 그려볼 법 하지 않은가. 물론 도덕성과 불순함의 여부에 대한 정의를 제외하고서.

나도 친구들과 함께 학창시절에 제법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었다.

그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끼리 함께 살자는.

물론 어린 마음에도 ‘넷이나 여섯은 너무 작위적인, 쌍쌍의 동거 같은 냄새가 나니까 다섯이 살자.’는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 지금에야, 역시 현실로 옮기기엔 너무나 낭만적이었구나 싶지만. 


 “우리 네 사람은 남을 위해 고생을 사서 하는 걸 좋아하는 천성인 것 같아.”

 그 말이 나와 당나귀와 아이코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자신을 그렇게 인식한 적이 없으면서도

각자에게 마음에 닿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곤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모른 척하지 못해……. 보답은 바라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말아…….”

 그런 다음 요코는 턱을 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좋으니 돈이 모일 리가 없지.”

 “언젠가는 큰 선물을 받을 거야.”

 당나귀가 난롯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에게서?”

 요코가 물었다.

 “이 우주에게서.”

 그 대답은 아이코의 입에서 나왔다.

 “타고 가던 비행기 날개가 부러져도 살아남는다든지, 커다란 바위가 굴러와 덮쳐도

우리는 괜찮다든지…….” (p.132)


이 들은 우연한 만남으로 각자 상대에 대한 애정과 신뢰와 무한한 이해로 넘치는,

사실은 몹시 비현실적인 관계를 이어가지만 제목에서 살살 풍겨오는 애틋함에서 느낀 짐작이 맞아버려서

쓸쓸함마저 들게 했다. 주인공 요시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첫머리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독자의 욕심이었을 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했던’에서 느껴지는 향수와 그리움.

역시, 중반부터 삐걱대며 위태로웠던 당나귀와 요코 커플이 무사히 미래에 안착하는 것과는 달리,

요시와 아이코는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다는 현실에 기초한 것인지는 몰라도

비현실적인 전개에 현실적인 결말을 동시에 본 것 같은 아주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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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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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자마자 감상을 정리하는 부지런함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것도 따끈따끈하다 할 수 있는 신간으로! 이런 열정으로 짐작하시리라. 간만에 별 다섯 개짜리 만족스러운 책인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 반응들이 많다. 식상하다, 다듬어지지 않았다, 참신하다, 통쾌하다 등등.

더 말할 것도 없이 나는 후자다. 물론,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평에 어느 정도는 공감도 하지만

그보다 그의 참신함과 재기발랄함에 더욱 큰 점수를 주고 있다는 쪽이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번 이야기도 이사카 고타로 다운! 명랑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 “로망은 어디인가!”를 외치는, 4인조, 괴짜 은행 강도 일당이 있다.

인간거짓말 탐지기, 그리고 앞날을 정확히 읽어내는 리더 나루세. 일장연설하기를 즐기는 달변가 교노.

오차율 0%의 체내 시계를 타고난 당찬 싱글맘 유키코. ‘인간이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

개한테 물려 죽는 사람을 보는 편이 낫다’는 동물들의 동료인 소매치기의 귀재 구온.

이들의 작전은 매우 간단하다. 은행에 들어가 카운터로 세 사람이 접근하고 동시에 총을 겨눠 경보장치를

누를 수 없도록 한다. 그런 다음 돈을 챙겨 나와 은행 앞에서 대기 중인 유키코의 차에 올라 도망치면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비웃는 사람이 있을 것을 안다. 이렇게 단순한 작전으로 과연 가능하냐고?

작업방식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그러나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작전 속에 녹아있는 이들의 세심한 씀씀이와 각각의 멤버가 가진 특성을 조합해보면 절대무적이다.

물론, 승승장구는 재미없다는 사실을 이사카 고타로가 모를 리 없다.

적당한 위기도 던져주고, 함정과 반전이 통쾌하게 등장한다.


내가 이사카 고타로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 더 설명하자면, 그의 책을 직접 읽은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부분들의 센스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각 장의 메시지라던가,

그가 이야기 속에 미묘하게 녹여내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던가, 인물들 간의 생생한 대화라던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4인조라는 점을 다방면으로 부각시켜 조각조각 인물 별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치 릴레이 소설처럼. 그리고 그 에피소드마다 이사카 고타로 식의 ‘사전적 정의’가 등장한다.

이렇게 구석구석 담겨있는 그의 재치를 사랑한다. 모처럼 끝 맛까지 개운한 이야기에 통쾌하다!


신뢰【信賴】 ①믿고 의지함. ②말을 많이 할수록 줄어드는 것.

  ―의 원칙【信賴의 原則】주의를 요하는 의무 중 하나.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사는 본인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다른 운전자들도 법규를 잘 따를 것이라 신뢰해도 좋다는 원칙. 갱들은 열외.

질문【質問】 ①의문 또는 이유를 묻는 일. ②설명하는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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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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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읽어대길 좋아하는 나는 (하다못해 광고 전단지도 꼼꼼히 읽는-) 책 앞, 뒤를 샅샅이 훑는다.

그러다 실수로!! 담당 에디터의 한마디를 읽어버렸다. 복제인간. 이런이런.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읽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란 걸 감안한다면. 거의 눈을 감고? 읽어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몇 작품 읽지 않았지만, 옮긴이의 후기에도 나오듯이 그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미 표지에서부터 스포일러를 감행하는 그의 저돌적인 제목들을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레몬"의 원제는 분신(分身)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어찌됐든, 상큼한 노란 표지에 똑같은 여성이 등장하듯이 이야기는 두 여성을 번갈아 등장시킨다.

그녀들은 각각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둘 다 평범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내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출생을 비밀을 감지하게 되고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베일에 쌓여 있던 각자의 출생의 비밀이 얼마나 중대하며 끔찍한 사실인가를 확인하게 된다.


화두 자체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놀랍다. 더욱이 1994년 작이라고 할 땐.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논란이 되기 전까진 그저 SF소설에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였건만.


아쉬운 점 또한 많이 보인다.

전에 읽은 작가의 작품들에서도 느꼈지만, 그의 소설들을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때 느껴지는 1%의

원인모를 찝찝함은 바로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작가의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추리'라는 요소를 작가는 일찌감치 작가의 성역으로 분류 시켜버린 것처럼,

사건은 항상 전혀 어떠한 의구심도 없이 진행되는데, 반전이랄 것도 없이 한글을 깨우친 독자라면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건의 짜임을 순식간에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오점인 것이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이란 것이 꼭 원인을 밝혀내는 데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상을 즐기는 것 또한 독자의 가장 큰 즐거움임을 감안할 때, 역시 아쉽긴 하다.


또 하나.

'클론'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에 비해 (혹은, 그 때문인지) 인간적인 부분이 너무나 작아져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험과 연구라는 목적으로 자신들이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실험결과 임을 알게 된 두 여인에 대해 과연 독자들은 얼마나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을까.

두 여인의 이야기는 너무나 담담하게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사건'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 여인들의 삶과 인간적인 감정에 동화되기엔 무리가 있다.

하다못해 각각 겪게 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부분도 '모정'이란 면을 부각시키지 못한 탓에

미스터리함만 드러나고 있다. 가슴이 아파야 하는 순간임에 틀림없는데 이런 감정적 결여는

어쩌면 본인 탓 일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사실적 화법이 불러일으켰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도,

확실히 시대에 전혀 뒤떨어짐이 없는 그의 발상만큼은 역시 대단하다고 평가할 만 하다.

다만 딱! 내 입맛이라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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