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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황금같은 주말을 이 녀석에게 온통 헌납하고야 말았다.
오늘은 월요일, 출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도 책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강한 소설.
별점을 매기고선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내가 별점에 관대했던가? 내가 비평적인 사고에 약한걸까?
결론이야 어찌되었든, 요 근래에 접한 소설 중 단연코 으뜸이었다.
(제목도 맘에들고, 디자인도 쓸만하고.
다만 대부분의 의견처럼 3권짜리 양장은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싶었지만,
마치 도서관 서고에 빽빽히 꽂힌 책중에 골라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비슷하게 맛 볼수 있었던 점은 제법 기분이 괜찮았다. 비용이 좀 부담일 수도 있었지만.)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를 하는 8명의 아이들.
도착한 학교에 다른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원래 친하게 지내던 축제 때 학급위원 8명만이 있을 뿐.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알게된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7명 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2개월전 옥상에서 투신한 친구일까? 라고 생각해도,
이상하리만큼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기억이 진실일까? 나는 살아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과 공포가 엄습하고,
비소로 그들이 모인 "학교"는 일상적인 학교가 아니란 것을 알게된다.
누군가의 의식. 그 속에 펼쳐진 지극히 비현실적인 공간이라고 추측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이 일어나던 그 시간 5시 53분이 되자 친구들이
죽임을 당하는 형태로 하나하나 사라진다.
책임을 느껴 달라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내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과연 친구들은 현실로 돌아간 것일까? 이 곳에 모두를 불러모은 '자살자'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떤 식으로 가해를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모두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담임 사카키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굉장히 많은 의문을 던져주며, 작가는 친절한 해설을 번번히 피하고 있다.
사건의 끝엔 웃음을 자아내는 해답지를 제시할만큼..
모든 실마리와 객관적인 8명의 과거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는데
생각만큼 지루하거나 더디지 않은 흐름.
학교. 의무적으로 모인,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공간.
그렇지만 그 시기엔, 가장 절대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남들의 수근거림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모임속에 자신이 모나지 않게 어울려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의미에서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오늘도 흐르고 있다.
평온하고 일상적일 것만 같은 그 곳이 누군가에겐 서늘한 공포를 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결국 무엇이었나 아직은 머리가 조금 복잡하지만,
누군가가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했다고 해서 살아남은 자들이,
'겨우, 그런일로'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철저히 남의 일로 미루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다.
또 그것 말고도 일상적인 공간이 어느 순간, 자신이 알고있던 과거의 그 공간이 아님을 알게 되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공포도 어딘지 오싹했다.
미스테리는 마지막 결론에 도달해 그 반짝! 하는 순간에 승패가 엇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작가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성공했다. 많은 실마리를 쫓아 제대로 추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하나를 놓쳐버린 아쉬움도 기분좋을 만큼.
이건 사족에 불과하겠지만, 미스테리는 결과를 알고난 뒤에 다시보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다.
다만, 흥미는 반감되어서 끝까지 열정적으로 붙잡기가 어려울 뿐.
이번에야말로 다시 곱씹으며 처음부터 따라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미즈키든, 사카키든.
(아- 스포일러가 되버릴까봐 손가락이 간질거려 미칠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