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어느 웹사이트에서 조계사에서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한상균씨를 잡기 위해서란다. 이 분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에 들어가서 뉴스를 하나 열어 보았다. 민노총 위원장이란다. 음... 언제적 보던 뉴스던가? 시대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 박근혜 때문이다. 박근혜의 무능과 시대착오 때문이다. (공인은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이집트 영공에서 러시아 민항기가 추락한 일이 있었다. 이때 푸친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즉각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총리에게 테러 가능성을 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유관 장관과 의료진 등을 태운 비행기를 이집트로 급파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일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러시아 사람들이 푸친을 지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푸친은 정당화될 수 없는 독재자이자 학살자이다.)

그런데 국가 재난시에 국가의 지도자가 이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매뉴얼 대로 움직이면 되니까. 허술한 지도자라도 이런 일을 계기로 지도력을 선보이면서 지지율을 확 끌어올리곤 하지 않는가?

그런데 박근혜는 이런 것조차 하지 못한다. 세월호 사태 때 확인되었듯이 박근혜는 최악의 무능한 대통령이다. 그러니 뜬금없이 유병언을 잡는다 어쩐다 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공권력을 과시한다. 이번 민노총 위원장 체포 사태도 비슷한 경우 아닐까? 대화 상대여야 할 노동 세력을 말로 설득하지 못하니(이런 걸 무능이라 한다) 힘으로 와해시키려 하는 것 아닌가? 어짜피 공권력을 과시하면 지지율은 올라간다. 꿩 먹고 알 먹기다. 

국가의 지도부에 있는 사람이 무능한데다 고집이 세다보니(이걸 꼴통스럽다고 한다) 사회 전체가 꼴통스러움으로 물든다. 예를 들면 어버이 연합이라는 단체가 있단다. 이름에 들어 있는 '어버이'라는 말은 토론을 거부하겠다는 함의를 갖는다.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똑같은 경우다. 딱 대통령의 사고 수준 그대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토론에 붙일 자신이 없다는 정직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바뀔 전망이 안보인다. 야권을 봐도 그렇고 우리 일개 시민을 봐도 그렇고 상황을 바꿀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제 한국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근거는 한국이 너무 커버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은 국정 교과서 하나 마음대로 발행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다음 정권을 새누리당이 다시 잡는다고 하자. 국제적 압력, 일본 등과의 외교 문제, 세계 10위 권대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의 위신과 대외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누가 국정 교과서를 고집할 수 있을까? 반기문, 김문수, 오세훈 등은 분명 국정 체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김무성 정도가 자기 집권 기간 동안만이라도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위의 새누리당 후보군들은 최소한 상황 판단은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여기에 김무성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나아가는 방향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학계에서, 관료계에서 다 똑같은 것을 목표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이 기반을 몇몇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내팽개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간단한 예로 이 사람들이 어버이 연합을 동원한 정치를 하고 싶어할까? 이 사람들이 국정원 댓글 부대를 동원한 공작 정치를 하고 싶어할까? 이 사람들이 무능한 딸랑이들을 장관으로 임명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싶어 할까? 이 사람들이 경제계 말만 듣고 기후 협약과 동떨어진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치를 고집하려 할까? 이 사람들이 국방부 말만 듣고 사병 복지에 무신경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이 선진국 다 하는 여성 할당제를 거부하려 할까? 이 사람들이 노동 탄압 국가라는 오명을 계속 듣고 싶어할까? 

다시 말하면, 이 사람들은 대외적으로는 경제 강국이라는 한국의 대외적 위신과, 그러므로 정치 문화적으로 한국을 선진국 수준으로 고양시켜야 할 책임을 의식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는 것이다. 또 이 사람들은 대내적으로는 박근혜의 프리미엄이었던 특정 계층의 굳건한 지지없이 자기 실력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예컨대, 이 사람들이 박근혜가 세월호 사태때 했던 것처럼 대처했다가는 거의 정권이 날아갈 지경에 이를 것이다. 누가 이런 대통령을 옹호해 줄까?

그러므로 박근혜라는 최악의 대통령 시대가 가고 나면, 설사 정권이 바뀌지 않더라도, 나는 한국 사회에 다시 합리적인 공기가 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버이 연합의 악바리는 박근혜 자신이 자신을 설득시킬 아무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방치된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논리를 갖춘 사람에게 이러한 악바리는 그 자체로 혐오스러운 것일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웰빙이 화두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박근혜의 대선 제일 공약이 경제민주화였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박근혜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화두가 현실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이 이런 화두에 대한 고민 자체를 훼방놓기 위해 앞세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아마 그 세력들에게 다음 꼭두각시를 만들어 낼 시간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낙관에 근거를 더해 줄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보자. 김무성도 이에 비하면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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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12-10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클리님 말씀대로 합리적인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어야하는데.... 52%가 문제네요. 을 엄마나 시모만 봐도 요즘 애들말대로 노답입니다. 울 시모는 한 술 더 떠서 작금의 노동현실이 김대중 때문이라고 하는데, 하도 신경질나서 김대중 죽은지가 언젠데 김대중소리 하냐고 쏴 부쳤을 정도네요. 노인네들에겐 죽은 김대중이 현실정치 하나봅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부모라도 너무 미워요.

weekly 2015-12-10 17: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예... 저는 그 합리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성별, 연령, 지역 등등)과 현재를 끊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박근혜는 경상도 지역과 노년 세대의 기억과 경험에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합리성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은 박근혜가 잘되는 것만을 보고 싶어하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긍정으로 여기시는 분들인지라 도저히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박근혜가 정치를 잘 하고 있다면 이분들도 굳이 김대중을 끄집어 내려고 하지 않을 것 같고요...

저는 박근혜가 한국의 바닥인 거 같습니다. 남기문, 오세훈, 김문수, 김무성 등에게 노년 세대와 경상도 지역이 지금과 같은 묻지마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테니까요.

세월호 잠수사셨던 분이 동료 잠수사의 사망에 대해 지휘 감독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관료 조직 끼리 책임 전가하다 엉뚱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 꼴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이 정부 조직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 테구요. 또, 이러니 사람들이 헬조선이라고 한탄하는 것이 테구요... 결국은 한국의 국가 역량에 전혀 맞지 않은 박근혜의 무능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여기가 바닥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