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무엇인가?>. 들뢰즈 가타리가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을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 혹은 이 책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아직 한국어판이 나와있지 않다고 해야 할 것 같다. 1995년에 나온 판본은 절판이라고...)
나는 이미 들뢰즈가 쓴 두 권의 스피노자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특별히 감명을 받은 것은 없었다. 물론 이 책은 스피노자가 아니라 철학하기란 어떤 활동인가에 대한 것이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의 확장판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런 맥락에서 읽고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기쁨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 책은 영감을 주로, 새로운 시야를 준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스피노자에 대한 책을 쓰려고 했다고? 그랬더라면 그 책은 유치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은 서구 사상의 켜켜이 쌓인 두터운 퇴적층을 맞닥뜨리게 한다. 뚫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 '극복'? 이런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저 퇴적층의 두께를 보고나면 극복이란 망발에 가까운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비밀스러운, 혹은 비열한 기쁨같은 것도 준다. 들뢰즈 가타리는 이 책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감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기 중심적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유럽중심주의적이다. 이 위대한 사상가들에게서 발견한 이러한 유치한 편견은 나에게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도 같다. 같이 읽고 있는 르네 지라르의 책에서도 똑같은 것을 발견한다. 그들에게서 로컬리티를 발견하면서 즐거워 하는 나... 적당한 일탈은 몸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