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입문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31
미키 기요시 지음 / 소화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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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學)은 진리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고 진리에 근거한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특별히 분명하게 하려고 한 것은 진리가 지니는 행위적인 의미이다. 철학은 궁극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언제나 다만 궁극적인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나날이 접촉하는 현실을 바르게 보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심원하게 보이는 철학이라고 해도 모두가 헛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미키 기요시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원 발표시간 때이다. 어느 발표자가 칸트미학의 구성적 상상력을 논하면서 미키의 <구성력의 논리>라는 그당시로서는 생소한 책을 인용했다. 패전 전 일본 철학자 미키 기요시라는 존재는 내게 생소하게 다가왔고,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다 옥사했다는 대목에서는 기묘한 느낌까지 주었다.

20세기 초 일본의 철학은 흔히 알려져 있다시피 칸트나 헤겔류의 독일 관념주의가 우세했고 세기말에 유행한 신칸트주의 철학이 일본을 석권하다시피 했고, 하이데거같은 형이상학적 존재론이 학계를 휩싸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그 흐름은 우리 초기 철학계의 뿌리이기도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념주의에 익숙하고, 영미 분석철학에는 약한 국민이 됐다.

1920년 이후 러시아 혁명과 맑시즘이 세계적인 유행으로 일본 지식계를 강타했고, 이때부터 일본에는 맑스주의자들이 속속 등장했고, 정통은 아니었지만 미키 역시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군국주의자와 정통 맑스주의자 양측으로부터 질시와 박해를 받았지만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는 만큼 자신의 소신을 철학으로 실천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철학입문>의 서문에 미키가 적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칸트철학의 견지에서 지식의 문제를 해설한 지식의 문제를 1장에서, 헤겔의 변증법에 기반한 행위의 문제를 2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철학은 궁극적인 문제와 더불어 현실적인 문제를 아우를 때만 진정한 철학일 수 있다는 말은 군국주의적 분위기가 사회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운신의 폭이 좁은 철학자의 내밀한 현실 발언으로 읽혀진다.

미키의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의 철학이란 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궁극적인 문제에만 정향된 채 현실적인 문제를 놓쳐버린 공허한 말의 성찬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철학은 순전히 지식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파시즘과 맞서싸우다 끝내 파시즘의 몰락을 지켜보지 못하고 외롭게 죽었다는 점에서 미키기요시와 발터 벤야민은 비슷한 운명처럼 느껴진다. 벤야민에게서는 유대신의 강력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지만 미키에게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고 있다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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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완 2008-10-07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

홍정완 2008-10-07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

홍정완 2008-10-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

홍정완 2008-10-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

홍정완 2008-10-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

홍정완 2008-10-0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가 파시즘에 맞서 싸웠나?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