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이렇게 해도 안되면 내가 성을 간다
양미선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공부법 안내서 말입니다-은 대개 자신감과 열의를 북돋아주는 선에서 끝나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굳이 정가를 주고 사고싶은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별 네개냐구요?^^

위에서 말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내용이 상당부분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저자는, 이런종류의 책들이 '외국어에 왕도란 없다!'고 부르짖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터득한 외국어 공부법의 '왕도'를 그것도 일본어에 국한시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어는 박자의 언어라고 정의한 것이나, 초급 중급 학습자별로 효과를 볼만한 NHK방송프로를 언급하는 등, 매우 실질적이고 가까운 실천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죠. 단어장 활용 노하우도 은근히 도움이 되고, 간간이 정리해놓은 기본문형/어형변화 따위의 표는 핵심을 잘 짚고 있고요.

또 일본어가 좀처럼 능숙해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저도 뜨끔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일본어란 조금 익숙할 뿐인 '외국어'임을 인식시키고, 그 돌파구로 자신을 경험을 제시하며 힘을 북돋워 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일본어를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나 독학을 하려는 분들은 소장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방법론이 지겹거나,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신 분들, 중급 이상의 실력자라면, 서점에서 시간을 내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구입하실 필요는 없더라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매력은 있거든요. 그런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가면 1 - 천의 얼굴을 가진 소녀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때 연예인이 되고싶었던 나를 연극팬으로 돌려버린 만화. 살아 숨쉬는 무대라는 것, 관객과 함께 하는 호흡이란 것의 그 설레임을 맛보고싶어 대학때는 연극부를 택했을 정도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것은 매개체일뿐, 이 만화가 다루는 것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연극의 'ㅇ'도 모르던 마야가 막무가내로 체득해가는 연기의 정수는, 어쩌면 연기를 접하기 힘든 우리 독자들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마야를 따라 연극의 세계로, 매화요정 홍천녀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유미의 경우는 기본을 알고 정석대로 노력을 계속하는 타입이다. 이성적이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며, 일부러 체험도 한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집념과 정열은 그야말로 '프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과장된 허구라는 것을 볼때, 이 만화는 충실한 허구다.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명확하고 전개가 자연스럽고 캐릭터가 생생하며 그럴싸하게 극도로 과장되었다. 과장... 어쩌면 내가 그렇게 신들린 연기자를 보기 못했기 때문일까...?

이 만화는 한때 많은 독자들에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만들었고 연극의 교본처럼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실적인 연극계가 묘사되어 있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연극계의 이모저모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같아서 여성팬이 많은 레이에게 권유했던 '여성극단'은 '다카라즈카'일 것이며, 연극제에 참가했던 괴짜 천막극단은 실제로 재일교포가 화제를 일으켰던 노천극단을 모델로 한 듯하다. 노천극단은 실제로 천막 친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매니아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작품성과 실험성을 인정받는 문제적 극단으로 일본 연극계의 한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한다.

나는 종종 마야 계열의 연기자라느니 아유미 계열이라느니 하며, 마야는 알파치노, 아유미는 로버트 드 니로에 비유하곤 했다. 자신만의 역할을 만드느냐 역할 그자체가 되느냐의 문제는,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나서 '역시 알파치노야!'라고 하느냐 '***(극중이름을 말하며) 굉장하지 않았어?'라고 하느냐의 차이일것이다. 어느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다 매력적이고 둘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마야와 아유미는 그렇게 강력한 두 주인공으로 한 작품 속에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대망의 홍천녀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엄청난 연기법이 다 소개되었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우연한 깨달음이나 그리 새롭지 않은 연기로 과정을 넘기기 때문. 또, 사랑이야기가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꼬여서 신선함이 떨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전집을 모으고싶은 명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으른 책벌레가 요즘 읽고 있는 것은 뜻밖에 열혈 패러디 만화!
열혈..이라고 하면 유리가면이나 초밥왕이나 내일의 조, 긴급구조 119나 스바루.. 등등의 치열한 만화가 떠오른다. 8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작가들의 만화...이현세,이상무,허영만 들의 스포츠 만화도 그 열혈의 맥을 같이하고 있을 터.

그런 열혈만화들을 통렬하게 패러디하는 만화가 또 뜻밖에 많았다.
그중 현재 읽고 있는 건 <호에로 펜>과 <불꽃 전학생>.

<불꽃전학생>은 모든 열혈만화를 패러디하며 그 열혈의 순간들을 비튼다.
네트 위에 떠오른 배구공을 향해 동시에 떠오른 두 선수, 멋진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공은 네트 밖으로 떨어지고... 게임을 하다 쓰러진 선수들을 질질 끌어 로테이션 시키는 등의 모든걸 비틀과 희화화한다.



반면 <호에로 펜>은 열혈만화의 진지함을 개그와 과장으로 포장한 만화다.
진지함을 볼땐 열혈만화로 분류되야 마땅하겠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과장을 볼라치면 열혈을 비틀고 있다는 느낌도 풀풀 날린다. 무엇보다 열혈을 개그라는 코드로 희화화했다는 것이 이 만화의 특징.

여하튼 두 만화를 보며 배꼽 잡고 웃는 걸 보면
나도 꽤나 키치한 감성을 가진 것 같다. ㅋㅋ....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샐닢 2004-02-2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두 만화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었다니!
시마모토 가즈히코... 우웃, 비슷하다 생각했지만 정말,
놀.랍.다. 만쉐이~!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그림작가 홍은영 씨가 출판사를 상대로 2차저작권 소송을 낸지도 벌써 몇주가 흘렀다.
분명히 처음엔 자기 그림과 똑같다고 항의했던거 같은데... 최근의 내용을 보니 '그림이 너무 달라' 문제란다. 너무 변형했다나?

나란히 실린 코리아해럴드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베체트 병임을 밝히고 있다.
그 얘길 하면서 그동안 번 인세 30억 중 20억정도는 남을 돕는데 썼단다. 그래서 지금 수중엔 몇천만원 밖에 없다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니, 어떻게 하면 3년 사이에 남을 위해 20억이나 쓸 수 있지?
차라리 자기 병원비로 들어갔다고 하면 더 이해가 될텐데. 남의 사업에 투자했다 말아먹었다면 몰라도...

솔직히 간병해보거나 투병해본 사람들은 알거다.
병원비로 한해에 몇천만원이 소리없이 깨지게 되는지 저금통장이 얼마나 쉽게 바닥을 드러내는지... 그런 상태에서 자신보다 남에게 돈을 더 쓰다니. 무리다, 감당하지 못할만큼 돈이 많았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돈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더구나 그런 희귀병을 앓으면서 자신에게 여유가 없다면 얼마나 불안할 터인데!

알지못하는 남의 사생활을 심하게 말하고 있지만 내가 이런 삐딱한 시선을 갖게 된건 앞뒤가 석연치않은 그녀의 주장과 인터뷰들 때문이다.
왜 하필 이제와서 -방영이 모두 끝난 이 때- 2차저작권을 문제삼느냔 말이다.
혹시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 소식에 자기 몫이 있어야 한다는 억울함이 고개를 든건 아닐까. 때맞춰 베체트 병임을 밝힌 것도 그렇고 2차저작권양도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도 우습다.

더 기막힌 건 만화가 단체들이 애니메이션을 '모작'이라고 하며 수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어떻게 양도계약을 한 후 제작된 애니가 모작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아니 그걸 떠나서 만화가들의 부당한 계약조건과 애니메이션의 수상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렇게 나오는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결국 그녀가 주장하는 건 결국 돈 더 달라는 것인데... 
불우이웃에게 20억씩이나 쾌척(?)하는 선량한 이가 왜 그렇게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미 그녀는 권리를 양도했기 때문에 저작권을 들먹일 자격은 없으니까 결국은 작가혼을 떠난 돈 얘기인 것이다.

덧붙여)
그녀는 단순한 그림작가일 뿐이다. 마치 자신이 원작자인 듯 여러가지 권리를 주장하는데, 사실 그리스신화 내용을 쉽게 재구성한 글작가는 다른 분이다. 그분은 30억 인세는 커녕 3~5억 정도에 상응하는 보너스를 받았을 뿐이라고 들었다. 만일 그녀가 출판사의 탈세혐의만을 들고나왔다면 차라리 수긍이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차저작권 침해라니, 그럼 우선 다들 토마스 불핀치에게 로열티부터 상납해야겠군? 아니, 그리스와 로마 시민들에게도 여러분의 신화를 이렇게 만들어놔서 미안합니다라고 배상이라도 해야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릴때부터 필명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엘러리 퀸이 두명의 작가라는 것이나 콩쿠르상 수상작가(그러나 그의 작품을 한권도 읽지않았구나)인 '에밀 아자르=로맹가리'가 동일인이었다는 것 등등을 알고나서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하긴 작가의 꿈을 갖게 된것도 <작은 아씨들>의 조의 다락방이 부러워서였으니 필명에 대한 동경이나 작가에 대한 꿈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출발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뮤지컬(ㅋㅋ)의 배우들도 죄 예명을 쓰기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예명을 갖고싶었을지도~?

고백하자면 올림퐁이 첫 전파를 탈 때 내 이름 대신 예명을 자막에 올릴까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다. 근데 마땅히 내키는 이름이 없어 패스~.
그랬더니 자막이 휙 지나가버리는 바람에 이름 석자 으스대며 알릴 정도도 못되었다.


그래서 역시 필명은 눈에 쏙 들어와야 한다는데 주먹 불끈!
최근 인기인 드라마 <천생연분>의 작가는 예랑. 한번 보면 그 이름은 절대 잊지 못할거 같다. 그래 그런 필명을 쓰자구~!

그리하여 짓게 된 -사실은 누가 지어줬지만- 예명~! 두둥~~~.

서 윤

이다.
넘 평범한가?
아냐~ 뭔가 드라마작가틱하지 않은가. 이 이름땜에 난 드라마를 써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쿠후후... 서윤 작가.
뭔가 드라마틱작가틱하고 뭔가 날씬해야 할거 같고 샤프하고 차분해야할 거 같은 이름. (꿈보다 해몽~?)

나도 이제 로맹가리처럼 이름이 두개다~ 으하하하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oihoihoi 2004-01-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진걸요. 서윤!
작가로 밥벌어먹을 생각을 한다면 예명을 쓰는 것도 좋다고 하더군요.
저어.... 유명한(어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도 필명을 짓지 않아 피눈물을 흘린 케이스라고 하는데... 무엇보다 본명인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이름 자체가 예명같아서 첨부터 의심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데뷔 당시만 해도 무라카미 하면 류, 하루키 하면 또 다른 누군가 유명한 작가가 있었다고 하니... 예명치고는 악질적인 예명이군 이라고 주위에서 비난했다는...)
게다가 초인기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보니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더랍니다. 피부병 병원 사건이라든지...ㅋㅋㅋ
그럼 오늘부터 글 쓰는 언니는 서윤? ^^
멋지게 이뤄내시길~!!!!

샐닢 2004-01-2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헤헷~ 고마워~. 쑥스럽기도 하고~ ^^*
예명이 그런 훌륭한 기능을 하는 줄은 또 몰랐네. (과연 아는게 뭘까..)
초인기작가까지야 될까냐마는 그래도 또 한가지 이유를 업고 예명의 세계로~!
애니메이션 쪽에선 그냥 본명을 쓸까.. 아님 극장판 크레딧부터 서윤이라고 올릴까.. 생각중야. ^_^히히 괜한 것만 연구하고 있다.
어쨌든 응원에 감사! 고마버~~~^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