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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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모크란 영화를 두번 봤다. 한번은 극장에서, 중간에 왕창 졸고, 두번째는 TV에서 봤다. 그때마다의 내 느낌은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갈색 연기, 그것이었다.

이 책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스모크의 시나리오다. 모태가 된 짧은 이야기부터 제작과정 비화, 배우들의 비망록에, 스모크 속편격인 영화 시나리오까지 수록되어 마치 '스모크 선물세트'같다.

원래 나는 아저씨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글에서만큼은 오기와 폴에게 푹 빠져버렸다. 코너의 담배가게 주인과 소설가, 소시민의 전형과 지식인의 전형같은 두 인물이 인생의 오묘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경탄스럽다.

그 잔잔한 위트와 인생의 관조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소설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게 아니고 곁에 있다는 말이 와닿는 내용이며, 영화를 먼저 보아서인지(보지 않았어도 수록된 배우사진들로도 이미지는 충분히 어필된다) 또렷하게 떠오르는 주요인물들의 이미지가 재미를 배가시킨 것도 사실이다. 시나리오 형태지만 읽히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들만큼, 소설의 문체를 닮아있어서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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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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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혈기 팔팔하던 대학생 시절 읽었던 책이다. 놀라운 것은 그 때 읽었는데도 기분이 안좋았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비주류인 여성에게 가혹한 사회'라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 여자로서 사회에 분개하는 점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어쩐지 이 소설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 않다. 발칙하고 깜찍한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부당한 현실을 베이스로 한 탓에 '봐라, 남자들아! 너희가 우리 여자들에게 이런 대접을 베풀고 있다. 어때 기분 좋으냐?' 라는 듯한... 외침을, 읽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자는건가? 우리 여성들이 사실은 곳곳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노골적인 목적이 드러나는 책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이 사회의 남성들이여 행복한가? 이갈리아의 여성들이여 행복한가? 개인적으론, 페미니즘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 같은 소설이라 느꼈다. 입문서에 깊이는 없는 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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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ihoihoi 2004-04-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나도 이거 대학교1학년땐가 룸메이트 책을 빌려 읽었는데(다들 그런듯) 오오.. 재밌는데... 라고 생각하며 읽긴 했지만, 과히 유쾌하진 않았던 책.
그죠 페미니즘이란, 참 뭐라 말하기 힘든 뭔가가........^^;;
 
영원의 아이 -상 영원의 아이
텐도 아라타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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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 딱 맞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책,재밌는 책이라고 암만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어도, 어느정도의 빠져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하기 싫을때, '어디 마력같은 책 없나?' 하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한건 신문광고에서였다. 일본작가의 책이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정도가 전부였던 내게, 텐도아라타는 변방의 무명 작가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당시엔 책읽기의 매력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서, 제발 나를 푹 빠지게 해줄만큼 재미있는 책이 없을까 싶어 이것저것 낱권으로 샀다가 읽지도 않은 판타지문학이며가 꽤 많던 시절이었다. 표지 띠의 충격 어쩌구하는 서평들. '정말 재미있을까?' 이 책도 의심 반으로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주제와 소재. 그러나 아이들의 현재와 과거 묘사는 정말 멋지다. 아, 저런 성격의 아이가 이런 모습의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겠구나. 설득력이 강하다. 라는 것은 또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세명의 과거와 현재는 분리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어져있고,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주인공들은 과거를 잊고싶어 하지만,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인물로만 본다면, 작가는 아이들이 어떤식으로 상처받는지와 상처를 안고 자란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나가야할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간호사와 경찰과 변호사. 이 세가지 직업의 주인공을 엿보면서, 작가의 전적이 궁금해졌다. 글쎄, 실제 종사자들이 보기에도 리얼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뚜렷한 인물들과 생활상의 묘사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도 꽤나 절묘하게 이루어져서, 캐릭터와 플롯이 주는 참신성에 흠뻑 빠져있다 보면 1권은 이미 끝나 있다.

2권 후반쯤 가면 플롯의 긴장감이 좀 떨어져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는 매력을 잃는 것도 같다.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미스테리가 아직 남아있고, 또 그때쯤이면 이 독특한 주인공들이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가족이 가장 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이 소설의 전제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텐도 아라타는 이야기꾼이다. 그 생생한 이야기에 빠져 주인공들과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동학대, 가족과 사랑의 의미,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원죄까지, 작가가 이끄는대로 자신의 사고가 문어발처럼 뻗어나가고 있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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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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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대여점에서 몇번을 들었다 놨다 한 책입니다. 아마 순정만화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저와같은 경험을 하셨겠죠. 칙칙한 그림에 귀신 도깨비가 출몰하는 만화. 음산하거나 기괴할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만드니까요.

어떤 잡지에 실린 서평을 읽고서야 겨우 안내키는 마음을 다잡고 빌려보았습니다. 1권이 좀 난해했지만(이 작품이 장편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2권 3권 계속 손이 가는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야금야금 사 모으는 책이 되었지요.

다양한 귀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는 도깨비들의 이야기는 얼핏 서구의 요정과도 같은 개념인 듯 여겨집니다. 각자의 세계에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즐겁게 오가며 담소도 나누고 은원을 갖기도 하고 술잔도 기울일 수 있는 관계. 그래서인지 귀신들의 해꼬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또, 다행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영감이 무딘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

또 이것들은 일본의 귀신들이거든요. 일본색이 짙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 관한거죠. 그리고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한편한편의 이야기가 굉장히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서 후반부에 이를때까지도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떻게 엮인거야?'라는 궁금증을 갖게 만듭니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이야기전개법이 따뜻한 작가의 시선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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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만에 시나리오 쓰기 - 친구 매스컬처 시리즈 1, 마음으로 영화 쓰는 법
비키 킹 지음, 이지영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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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법서들은 대개, 플롯을 중점으로 설명하기 십상이다. 플롯은 이렇게 구성하고, 장면은 이렇게 나누고, 성격은 이런것을 생각해 설정하고, 한마디로 말해 개론서적이고 분석적인 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전혀 다르다. 분석하고 배우기 이전에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쓰고싶은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쓰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책의 맹점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저자의 질문에, 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지레 지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해도 뾰족한 답이 안나오는걸...' 이렇게 실망할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이것을 쓰고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면, 그땐 이만큼 좋은 길잡이는 없을거란 생각이다. 내 속에 꿈틀거리는 것들을 정리하고 끄집어내는 지침서로서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21일도 불가능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제목처럼 21일 안에 (극장용 영화)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두에게 어려울테니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 이 책에서 말하는 시나리오 용어나 문서편집법은 특이한 부분이 있다. 흔히 쓰는 용어와 조금 다른 용어들이 나온다. 때문에 초보자라면, 이 책 외에도 분석적인 작법서를 한권 더 사보라고 권해야 할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대단히 재미있고 쉽고 용기를 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속는셈치고 따라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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