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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구라
다케다 이즈모 외 지음, 최관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국민문학이라고 한다. 연극이면 연극, 책이면 책, 여러가지 버전이 쏟아져나오는 대인기 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이것도 수많은 판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예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다가 운좋게 빌리게 되었을 때, 북디자인이며 표지며가 맘에 들었고 내용도 쉽게 읽혔다. 꼬박 하루만에 다 읽었으니까.
그런데 읽으면서 진저리가 쳐졌다. 이것이 일본인인가,라는 기분. 대단히 호의적인 자세로 접했음에도 책을 덮고 난 뒤에 밀려오는 건 씁쓸함이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목숨을 바쳤다. 대의명분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주군의 억울함을 복수하기 위해서, 무려 4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처자를 버리고 심지어 아내를 팔면서까지 그놈의 '명예'와 '은원'에 매달렸다는게, 이 시대의 우리 정서엔 도무지 씨알이 먹히질 않는 얘기다.
이 책이 왜 아직까지도 일본인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최소한 우리의 홍길동전 춘향전엔 꿈과 의협이 있고 일관된 사랑이 있다. 그런데 주신구라엔 알맹이 없는 맹목적인 충성만이 있었다. 개인은 없고 집단의 이상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없고 이념만 있다.
이색적인 일본색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럭저럭 재미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것은 일본 만화에서도 종종 느끼는 것인데, 그들이 그리는 현재와 미래는 어둡다. 껍데기뿐인 듯이 비쳐지곤 한다. 우리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