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법
토리우미 진조 지음 / 모색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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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시나리오에 정석이란 없다고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는 시나리오의 살아있는 교본쯤으로 대접받는 사람인가보다. 하지만 문체는 옛스럽고 표현도 그다지 톡톡 튀지 않는다. 옛날 사람이 쓴 옛날 시나리오를 예문으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시나리오 예문은 경탄스럽다.

하지만 조금 상세한 구성안쓰기, 실제 시나리오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제시한 예문들은 기존에 만나볼 수 없는 실질적인 것들이다. 즉,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을때, 첫 걸음을 떼게 만드는 지침서로서 꽤 훌륭하다.(현재 그럴듯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작법서가 없기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씬 표기법이라던가 용어사용 등에서 국내에서 통용되는 현실과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일본식인 듯 하다. 그다지 많이 나오지도 않지만. 어쨌든 작가가 쓴 시나리오 작법서라는 것만으로도, 실려있는 예문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취미로 읽는 사람, 작가 지망생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약간의 감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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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구라
다케다 이즈모 외 지음, 최관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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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문학이라고 한다. 연극이면 연극, 책이면 책, 여러가지 버전이 쏟아져나오는 대인기 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이것도 수많은 판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예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다가 운좋게 빌리게 되었을 때, 북디자인이며 표지며가 맘에 들었고 내용도 쉽게 읽혔다. 꼬박 하루만에 다 읽었으니까.

그런데 읽으면서 진저리가 쳐졌다. 이것이 일본인인가,라는 기분. 대단히 호의적인 자세로 접했음에도 책을 덮고 난 뒤에 밀려오는 건 씁쓸함이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목숨을 바쳤다. 대의명분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주군의 억울함을 복수하기 위해서, 무려 4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처자를 버리고 심지어 아내를 팔면서까지 그놈의 '명예'와 '은원'에 매달렸다는게, 이 시대의 우리 정서엔 도무지 씨알이 먹히질 않는 얘기다.

이 책이 왜 아직까지도 일본인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최소한 우리의 홍길동전 춘향전엔 꿈과 의협이 있고 일관된 사랑이 있다. 그런데 주신구라엔 알맹이 없는 맹목적인 충성만이 있었다. 개인은 없고 집단의 이상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없고 이념만 있다.

이색적인 일본색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럭저럭 재미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것은 일본 만화에서도 종종 느끼는 것인데, 그들이 그리는 현재와 미래는 어둡다. 껍데기뿐인 듯이 비쳐지곤 한다. 우리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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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차 한잔이 인생을 결정한다 - 24시간 활용법
아놀드 베네트 지음, 윤선원 편역 / 매일경제신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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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여진게 70~80년대가 아닌가 싶다. 왜 이런 추론을 하느냐면, 이미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이 7~8년 전이고, 그때도 신간은 아니었던 듯 해서다. 그당시의 자기계발 책이란 한결같이 하드 트레이닝, 마인드 콘트롤을 주장하고 있었다. 자신이 변해서 남보다 앞서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삶의 질 쪽으로 흘러가 오늘에 이르렀다. 최근의 책들은 행동관리법(습관형성) 쪽이 우세한 것 같다. 예전처럼 '네 생각부터 뜯어고쳐!'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들 너와 같지만 그중 일부는 이렇게 해서 앞서간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부드러운 논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하라'체인 이 책의 어조는 상당히 딱딱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전하는 것은 전투적인 삶의 투사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부지런한 삶이 얼마나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주느냐, 이것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주전자 물을 끓이고 오롯이 차 한잔을 마시며 멍하니 자신을 비우는 시간... 그 짧은 시간들 속에서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만 하다. 별 것 아닌것 같은데도 또다시 들춰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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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
존 그레이 지음 / 들녘미디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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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기 전과 후는 사랑에 대한 생각 자체가 많이 다르다. 따라서, 아직 두근거리는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너무 방만하고 지루할 것이다. 연애중인 사람도 해당되는 부분은 잘 읽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잘 안볼것 같다. 그만큼 사례가 많고 설명이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연애의 다섯단계란 숙고할만한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또는 너무 진도가 빠른게 아닐까, 그사람에게 튕겨야 할까 말아야 할까 등등 연애 중에 생기는 미묘한 마찰들에 대해서 '단계'를 빠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읽는 동안은 그다지 감동이랄 것도 없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을때 무릎을 쳤던 경탄같은건 별로 맛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내용이 있어서, 스스로 연애상황을 점검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일종의 나침반. 제대로 성숙된 사랑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뭐, 재미보다는 실용서로 취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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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키류 미사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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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동화는 잔인한 이야기였다. 이 한마디를 들어본 독자라면 이 책은 너무나도 시시하다. 감수성 많고 동화에 대한 환상이 있던 어떤 아이는 너무 쇼킹해서 울었다고 하지만...글쎄, 상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원전이고 어디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부분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차라리 동화의 초판본을 소개한 책이었더라면 더 흥미로웠을텐데. 상업적 기획에 놀아난 기분이다. 그리 뛰어난 상상력도 충격도 없고, 시종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유머(라고 해야 하나?)가 영 마땅치 않다. 굳이 두권으로 찍어낼 필요가 없는 책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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