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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꽤나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작가에 대한 아무런 기대나 선입견 없이, 기발한 발상에 끌려 선택한 책 '나무'.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내게 소설적인 즐거움은 주지 못했다. 어쩌면 필립K딕의 단편집을 먼저 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암울하고 유니크하게 그려내고 있는 미래세계(혹은 이異세계), 과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내용과 반전까지. '나무'와 필립K딕의 단편집은 닮은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읽고 기발하다고 생각했으니, 일단 상상력 부분에선 합격이다.
하지만 콩트처럼 짧은 글들은 읽을수록 문체를 느낄 수 없었고, 아이디어로만 이루어진 건조한 글이란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다. 베르베르의 문체는 신문기사처럼 건조하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 감탄스러운 기발함마저도 전권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세계를 비틀어보는 관점이 이런것인가보다..느껴지는 순간, 기발한 상상력도 빛을 바랜다. 결국 이 책은,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독자를 염두에 둔 소설이 아니라 장편을 쓰는 틈틈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쓴 글인 것이다. 그런 글이 이 정도의 은유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