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일가게
이명랑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 서점에서 50%나 할인할 때 이 책을 사보았다. 개인적으로 전혀, 아무런 기대도 없이 읽었고 처음엔 횡재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명랑의 시장 이야기는 뭉클하기도 하고 미소짓게도 하는 삶의 냄새가 묻어있다. 그러나 그녀가 나와 동갑이어서일까? 작가가 속한 입장이 시장통에서 과일을 파는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철저하게 시장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생활자도 아닌 작가의 시선에 나는 어느순간부터 더이상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작가가 현재는 소설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프로필을 보고는 그야말로 흥미가 떨어졌다. 작가가 아무리 시장통에서 자라났다곤 해도, 아무리 시장사람의 습성이 몸에 배었다고 해도, 그녀의 위치는 '장사를 해본 소설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소설가'라는 흥미로운 상황이 빛을 바래는 순간, 이 수필은 고만고만한 30대 초반의 일기로 전락한다. 그냥 한 여자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그녀의 시각으로 본 시장의 모습이나 사회의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솔직히 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삶에 대한 관조라던가 새로운 시각따위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나이또래라면 특별할 것도 없는 생각들이기에 '깊은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다 감동적이거나 깨달음을 주는 게 아님을 이 책을 읽고 느꼈다. 수필보다는 시장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만큼, 이 책은 수필도 르뽀도 자서전(성공기)도 아닌 어정쩡한 과일가게 안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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