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한 소년은 물었지 
"엄마 저건 꼭 토끼같아" 라고 
심드렁한 엄마는 대답했지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 뿐이란다"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누가 쳐다나보겠어?   
  

길을 떠나던 한 소녀는 물었지  
"아빠 저건 꼭 토끼같아" 라고 
무표정한 아빠는 대답했지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뿐이란다"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누가 쳐다나보겠어?

 

작사,곡 김민규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418594

 

 김민규의 수줍고 여린 목소리에 실린, 섬뜩하도록 냉소적인 가사를 곱씹다가 내 귀를 의심했던 적이 있었다. 절대 구질구질하지 않게, 짝사랑의 이야기도 배신의 이야기도 나긋하고 쿨하게 노래할 줄 아는, 델리 스파이스식 촌철살인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를테면 엽기도 동화처럼. 델리의 음악치고 꽤 장중한 연주다 싶은데, 듣다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인트로와 메인 멜로디에 어린 시절 '얼레리 꼴레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 동심의 통찰은 얼마나 정확하며, 예민한 감수성의 직관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즈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보며 이 노래를 자주 떠올렸다. 발목이 뒤틀리고 날개가 너덜너덜해져도 살아보겠다고 아직 살아있다고 푸드덕거리는 힘없고 약한 모든 것들이 그저 세계를 구성하는 배경으로 붙박혀버린 건 아닐까. 노래가 담긴 음반의 제목은, '슬프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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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하 2006-09-29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퍼갈께요...^^;

waits 2006-09-29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는 노래, 세상은 세상이면 좋을텐데 말이죠.
일단락되시면 그렇게 해요, 제 사정은 11월보다는 10월이 나을 듯. ^^

2006-09-29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9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09-2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듣는 '마음이 빚진'... 난 한참 안 올라오길래... 빚 다 갚았는 줄 알았지 뭐예요.. 어차피 늦은 것 같은데 이제 '회색노트'까지 쓰시고.. 주무심이... ㅋㅋㅋ

waits 2006-09-29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렇군요. 10월 1일이 끝인 줄 알았죠. 뭐 어련히 알아서 하시려고...^^
제 사정은 나중에 언제 얘기를 하도록 하지요.

에로이카님, 학자금 대출은 2년 거치 2년 상환이지만 마음의 빚은 거치 없이 무기한 상환입니다...;; 회색노트에 쓸 말도 많지만, 정말 쓰면 에로이카님 말을 너무 잘 듣는 게 되는 관계로... 실은 너무 졸려서, 개인적으로 지각저지기간이기도 하고요. ^^

blowup 2006-09-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각 저지 기간이라면서 저 시간까지.--;
무기한 상환이라는 건 어떤 걸까, 생각해 보고 있어요.
갚고 싶을 때 갚으면 되는 건가요?
결혼한 김민규가 아이를 낳으면, 길가에 버려진 썩은 고양이 시체를 아이가 보게 될까봐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줄 테죠?

waits 2006-09-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10시까지 열심히 출근했더니 열쇠 가진 사람이 가서 30분 기다렸답니다. 안 하던 결심을 하면 늘 이런 선물이...;; 무기한 상환, 지맘대로라고 지맘대로 생각했어요. 김민규는... 그런 느낌이죠? ^^

로드무비 2006-09-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기한 상환이라면 안 갚아도 되지 않을까요?ㅎㅎ
네이버 블로그 가서 들어야겠네요.

waits 2006-09-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어쩐지 로드무비님과 어울리는 명쾌한 해결인 것 같은데요? 네이버는 나온다니 다행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