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우리와 나란히 서 있다가 한꺼번에 갑자기 몇 계단 위로 뛰어올라간 뒤 우두커니 우리를 내려다보고, 또 갑자기 우르르 몇 계단 아래로 내려선 다음 멍하니 우리를 올려다본다. 그 바람에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그들보다 아래였다가 위였다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러나저러나 우리와 나란히 서 있는 건 해본 적도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 같다.
한 번 실패했던 일은 반복하지 않는다. 같은 곳에서는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게 된다. 그런 구체적인 효용도 있지만, 실패해서 웃음을 사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거나 분하거나, 그런 체험이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맷집이야말로 사람을 멀리까지 걷게 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축하해. 이걸로 실패 포인트가 쌓였네."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는다."실패 포인트가 쌓이면 오늘 저녁 메뉴를 요청할 수 있어. 뭐든 좋아하는 걸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