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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제겐 여자 형제가 없습니다. 두 아들만을 위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점차 많은 여성과 친밀한 사이가 되어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는 언제나 놀라운 일화가 몇 번씩 등장했습니다. 늦은 밤 자신을따라왔던 남성, 몰래 자신을 지켜보던 남성, 갑자기 나타나 성기를 노출하거나 성접촉을 시도하던남성 등등. 경중과 상황은 모두 달랐지만 그런 경험이 없었던 여성은 단연코 없었습니다. 타인에게해를 끼칠까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던 저는 그 기괴한 욕망에 우선 놀랐고, 예외 없는 경험담에 더더욱 놀랐습니다. 저는 누가 그런 방식으로 저를 욕망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경험조차 없었습니다. “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 에서 남궁인 작가의 글 중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책의 주제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읽는 내내 이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남성의 삶에는 여성의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조심해야 할 의미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이전에도 알고 있기야 했지만 남자가 하는 직접적인 말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린디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는 결국 모든 일이 린디를 위해서였지만 린디가 바라던 일은 아니었음을 알고 실망하지만 그것들이 그의 어린 시절의 중요한 사건이자 깨달음이 되었지요. 여러 사건들을 겪은 ‘나’를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그의 선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으니까요. 자길 떠난 아버지도, 자길 원망하던 린디도 미워하지 않았고 다정한 아들로, 남편으로 남게 되어 다행스럽습니다.
그날 동창회에 온 사람들 중에는 그 사건을 아이러니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보다는 우리가 어린 시절그를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밀어낸 결과라는 생각이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어린 시절에도 우리는 종이배를강물에 밀어 보낸다. 그리고 배가 물살을 타고 나아가는모습을 구경한다.
즉,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누나가 문틀윗부분에 손을 댔던 순간을. 아버지가 거실에서 춤추던 순간을. 다 큰 어른 남자가 마당에서 울던 모습을. 린디, 적어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떤 버전의 린디가 한때 큰나무를 향해 운동장을 달렸던 순간을. 그것이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이다. 이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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