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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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있는 일이에요. 독신인 사람이 결혼한 사람을부러워하고, 결혼한 사람이 아이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사람은 독신인 사람을 부러워하죠.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 참 재밌어요. 저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뒤꽁무니만 쫓느라 일등도 꼴찌도 없답니다. 즉 행복에는 우열도, 완성체도 없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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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이랑 x 이가라시 미키오 콜라보 에세이
이랑.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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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이제서야 서간문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게 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서로 주소 받는 서간집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동안 읽은 책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로를 잘 아는, 또는 잘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을 같이 전달받았다고나 할까요?

"모든 사물과 모든 일상의 본질을 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지나쳐라."
모든 것의 본질을 알려고 하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어요. 맛있는 걸 맛있게먹고,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갖고 싶은 것을 가져보라고.

직접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개인의 이야기를 인터넷만켜면 바로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지만언젠가 이들이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일상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종종 인터넷은 힘껏 당겨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느껴져요. 어쩌면 당기는 게 아니라 밀어야 열리는 문일까요. 이가라시 상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내가 보는 세계의 신은 나"라는 주제에 대해서요. 제 세계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고,
결국 제 세계의 신인 저의 책임이 100퍼센트라고 볼 수도있겠네요. 아주 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 전에 저는 처음으로 텀블러를 샀습니다. 그걸 사면서 ‘이걸로 뭐가 얼마나바뀔까 생각했지만 곧 내 세계가 100퍼센트 바뀐다고 생각하니 무척 뿌듯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페네의 마지막은 훌륭했습니다. 저는 인간이지만 지금도 어딘지 모르게 페네를 경애하고 있어요. 인간의 이런 감정 따위 어떻게 되는 알 바 아니라는 것도 고양이라는 생물의 멋진 점이겠죠. 매일 먹고 자고, 주위를슬쩍 둘러보다가 잠깐 놀고 다시 잠드는 날들, 가끔씩 밖에 나갔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시간을 이렇게 보낸 페네의 18년을 한발 떨어져 가만히되돌아보면 그 어떤 인간도 살아낼 수 없는 일생이랄까요, 정말 근사한 삶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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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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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자기 합리화가 없이는 여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서 자신을 설득시키고 난 후에야 행동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속이기의 과정인 경우가 더 많다. 당신은 스스로 만든 합리화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현명하지만, 그러나 현명함을 뒤로 감추고 기꺼이 그 술책에넘어가줄 만큼 교활하기도 하다. 명분을 확보한 당신은 더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 마찬가지다. 연인들은 최초의 하늘과 땅을가진 에덴의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만 거주하는 양 느끼고 말하고 행동한다. 연인 이외의모든 사람들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연인은 연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세계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아주 좁은, 이제 막 태어난세상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웃거리지 않는 것은 기웃거릴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를 제외하면 그, 그녀만이유일한 인류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시들해지면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고,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점점 더 잘 보이고,
그리고 결국 한때 유이한 인류였던 그 사람이 보이지 않게된다. 기웃거리기가 가능해지는 것은 기웃거릴 대상이 다시 생겨났다는 증거다. 만물이 그런 것처럼 사랑 역시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한다.

당신과 당신의 아내는 언젠가부터 상대가 예상하고 있는반응만을 보임으로써 서로를 당황시키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마찬가지다. 연인들은 최초의 하늘과 땅을 가진 에덴의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만 거주하는양 느끼고 말하고 행동한다. 연인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 연인은 연인 말고는다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세계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아주 좁은, 이제 막 태어난 세상이다.

아내는 말하지 않았고, 당신은 묻지 않았다. 당신과 당신의 아내는 이미 오래전부터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고 지냈고, 급기야는 필요한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아니, 말을 하지 않고 지내자 필요한 말이 거의 없어져버렸다고 해야 할까.
불필요한 말만이 아니라 필요한 말조차 하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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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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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카와상의 수상조건은 무엇인지 심히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굳이 보라색 치마를 입힌 이유는 무엇이며 노란가디건과는 무슨 의미적 상관관계가 있는지 짧은 소견으로는 알 수가 없네요. 그저 뒤를 예측할 수 없어 궁금한 마음에 읽기는 하였으나 책이 두껍기까지 했으면 더 화가 날 뻔 했습니다. 차라리 두꺼웠다면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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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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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여자 형제가 없습니다. 두 아들만을 위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점차 많은 여성과 친밀한 사이가 되어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는 언제나 놀라운 일화가 몇 번씩 등장했습니다. 늦은 밤 자신을따라왔던 남성, 몰래 자신을 지켜보던 남성, 갑자기 나타나 성기를 노출하거나 성접촉을 시도하던남성 등등. 경중과 상황은 모두 달랐지만 그런 경험이 없었던 여성은 단연코 없었습니다. 타인에게해를 끼칠까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던 저는 그 기괴한 욕망에 우선 놀랐고, 예외 없는 경험담에 더더욱 놀랐습니다. 저는 누가 그런 방식으로 저를 욕망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경험조차 없었습니다. “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 에서 남궁인 작가의 글 중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책의 주제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읽는 내내 이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남성의 삶에는 여성의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조심해야 할 의미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이전에도 알고 있기야 했지만 남자가 하는 직접적인 말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린디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는 결국 모든 일이 린디를 위해서였지만 린디가 바라던 일은 아니었음을 알고 실망하지만 그것들이 그의 어린 시절의 중요한 사건이자 깨달음이 되었지요. 여러 사건들을 겪은 ‘나’를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그의 선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으니까요. 자길 떠난 아버지도, 자길 원망하던 린디도 미워하지 않았고 다정한 아들로, 남편으로 남게 되어 다행스럽습니다.

그날 동창회에 온 사람들 중에는 그 사건을 아이러니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보다는 우리가 어린 시절그를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밀어낸 결과라는 생각이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어린 시절에도 우리는 종이배를강물에 밀어 보낸다. 그리고 배가 물살을 타고 나아가는모습을 구경한다.

즉,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누나가 문틀윗부분에 손을 댔던 순간을. 아버지가 거실에서 춤추던 순간을. 다 큰 어른 남자가 마당에서 울던 모습을. 린디, 적어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떤 버전의 린디가 한때 큰나무를 향해 운동장을 달렸던 순간을. 그것이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이다.
이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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