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지금의 남편이 맛있는 음식이라며 나에게 사주고 욕을 바가지로 먹은 음식이 두개 있다. 그것은 바로 평양냉면과 쌀국수. 냉면은 갈비집에서 파는 자극적인 칡냉면에 익숙해있던 내게, 평양냉면은 밍숭밍숭한데다 그렇다고 이름처럼 차갑지도 않은 비싼값을 못하는 냉면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몇번인가를 (왜 맛없었으면서 또 먹었지?)더 먹으면서 점점 평양냉면에 빠지고 말았다. 그 밍숭한 첫맛이 바뀐 것도 아니고 나의 극적인 입맛이 변한 것도 아닌데 가끔 생각이 나서 먹고 나면 개운한 그 느낌!
쌀국수는 처음에 그 특유의 향에 거부감이 들어 절대로 다시는 먹지 않겠다 했지만 그 역시 몇년 전부터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되었다. 제주도의 어느 호텔조식부페에서 따듯한 국물이 먹고 싶어 마지못해 선택한 쌀국수가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수도 살짝 넣어 보았는데.. 뭐야? 고수 왜이렇게 맛있어?? 호텔에서의 3박 4일동안 아침마다 쌀국수를 두세그릇씩 비웠고 이제는 고수를 사서 밥도 비벼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내 최애 쌀국수 맛집은 제주의 H호텔이다)아직도 남편은 이 두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기가 그 때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토로하지만 나는 먹느라 바쁘니 상관 없지.
라디오 작가로 오래동안 일하신 작가님의 글은 무척이나 읽기가 편했다. 간결하고 위트있는(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글로 평양냉면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 앞으로 작가님의 글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요컨대, 대체 어떤 게 정통이냐는 물음은이제 무의미하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최선의 한 그릇을 찾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렇게 서로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다름은평안함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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