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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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는 도널드에게 안전한 장소였다. 속속들이 알기도 했지만, 지역사회가 그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열대여섯 살때쯤 그는 마을 밖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따라 멀리까지 걷곤 했다. 여전히 하늘을 쳐다보며 허공에 뭔가를 끄적거렸다. 사람들은차를 몰고 지나가다 속도를 늦추고 인사를 건넨 뒤, 묻곤 했다. 태워줄까, 도널드? 돌아오는 길에 집에 데려다 줄까? 그저 걷고 싶다고해도 상관없었다. 도널드는 그들이 보호해야 할 존재였다. 누구나 그가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없어서는 안 될 마을의 일부였으며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헌팅턴에서 입소자의 세계는 똑같이 생긴 두세 개의 병실로 구성되었다. 그것이 그들의 우주였다. 잠자는 방, 식사하는 방, 운이 좋으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다닐 수 있고, 저쪽 끝에 도달하면철창을 통해 잠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방. 아치는 이 공간을 다른수십 명과 공유했다. 출입문은 언제나 밖에서 잠겨 있었다. 세 개의방이 그들의 우주였다. 언제까지나.

실제로 "자폐증"이란 단어에 관련된 모든 갈등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논쟁을 밀고 나간 힘은 점차 사회를 변화시켰다. 자폐증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루고자 노력했던 모든 사회는 그 복잡하고종잡을 수 없는 현상을 사회와 조화시키려는 과정을 통해 ‘어딘가다른 개인의 존엄성을 역사상 어느 때보다 크게 인정하는 쪽으로나아갔다. 이제 가장 심하게 대립했던 적들과 가장 관심없는 방관자들조차 자폐증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게 되었다. 자폐증을 겪는다는 것, 자폐인이라는 것은 인류라는 옷감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주름일 뿐이며,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주름지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인식이다.

게르하르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소년을 괴롭히는 승객들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얘가 왜 그러냐구? 얘는 자폐인이요. 이제 당신들이왜 그러는지 말해봐요. 아니면 입 닥치고 조용히 가든지."
긴장 어린 정적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이 벌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남성은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니콜라스 편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더 이상 니콜라스를 건드리지 않았다. 게르하르트는 어안이 벙벙했다. 동시에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솟아올랐다. 그는 그 버스가 즉흥적으로 자신이 평생 그려왔던 공동체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서로 정식으로 인사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노선을 달리는 버스를 타고 다녔던 십여 명의 승객 사이에 일종의 친근감이생겨났던 것이다. 미시시피주 포레스트처럼 이웃들은 어딘지 다른그 소년이 사실은 "우리 중 하나", 공동체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일은 뉴저지주의 한 버스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디서든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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